새 학기부터 본격 시행된 교원평가제를 두고 학교 안팎이 시끄럽다. 학교 측은 공정한 평가를 위해 여러 장치를 마련했다며 홍보에 나섰지만, 정작 학부모들은 혼란스러워하거나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상황. 특히 시범 학교로 선정돼 지난해 교원평가제를 경험한 학부모들은 올해 과연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시행될지, 개선은 없고 평가를 위한 평가가 되지 않을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교원평가제,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시범 평가 해보니… 평가 위한 평가 될까 우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오아무개(43·서울 용산구 한남동)씨는 교원평가제에 내심 기대를 했다. 하지만 시범 평가를 해본 지금은 과연 제대로 평가될지 의구심이 든다고.
“아이 학교가 시범 학교로 지정되었다며 작년에 평가지를 가져왔더군요. 평소 생각하던 대로 체크하고, 불만 사항을 서술형 칸에 열심히 적어 아이 편에 보냈지요. 나중에 들어보니 비밀 보장이 전혀 안 되고 선생님들이 다 뜯어봤다는 거예요. 어느 반은 불만을 많이 체크한 학부모 학생에게 선생님이 화를 냈다는 후문도 들리더라고요. 무기명이라더니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화가 나더군요.”
작년에 시범적으로 교원능력개발평가를 해봤다는 또 다른 학부형 유(41·서울 성동구 옥수동)씨. 중학생 자녀를 둔 유씨는 자녀 편에 노란 봉투를 받았다. 봉투 안에는 담임교사와 교장에 대한 평가지가 들어 있었고, 교장이 한 해 동안 학교를 위해 한 일이라며 A4 용지 다섯 장 분량의 보충지가 별도로 들어 있었다.
“보충지를 꼼꼼히 읽고 체크하라는 설명이 적혀 있었어요. 학부모들이 몰라서 그렇지 교장이 한 일이 많으니 좋게 평가하라는 말이겠지요. 어이없는 건 봉투를 봉하지 말래요. 게다가 봉투 안에는 일련번호표가 들어 있더군요. 누구 것인지 금방 알 수 있게 말이죠.”
학부모 상담 확대 등 장치 마련 실효성 있을까
교원평가제 시행을 의식한 학교 현장에서는 다양한 장치들을 마련하는 상황.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학부모 상담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학부모들이 학교에 가는 일은 학부모 총회나 시범 수업이 전부였는데 올해부터는 연 2회 공식적으로 학교를 방문하는 기회가 마련됐다.
또 교원평가제를 원활하게 한다는 취지 하에 학교의 중점 교육 방향을 동영상으로 제작해 학교 홈페이지에 등재하는 등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는가 하면, 자료집을 만들어 학부모들이 좀더 학교를 잘 알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
“지금까지 여러 번 학부모 총회에 가봤지만 교장이 학생들을 위해 무슨 일을 하는지, 교사들이 어떻게 가르칠지, 올 한 해 중점 교육 내용은 무엇인지 설명하는 것은 듣지 못했어요. 동영상까지 동원하고 자료집도 만들어서 나눠주고 열심히 설명하더군요.”
김주희(39·서울 서초구 우면동)씨는 왜 진작 이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교원평가제가 교육 현장을 바꾸는 데 어느 정도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편에선 제대로 평가될지 의문을 갖는 것도 사실. 그럼에도 교원평가제 시행에 대해 학부모들은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다만 올해 교원평가제가 어떤 내용으로 진행될지, 비밀 보장이 잘 되어 학부모들이 정말 편하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을지, 결과가 어떻게 사용되어 교육 현장이 좋게 바뀔지 궁금하다는 의견들이 많다.
교원평가제 둘러싼 학부모들의 궁금증
현행 교원평가제 vs. 개선 교원평가제 어떻게 다른가?
평가 관련 상은 있지만 벌은 없다는데…
교원능력개발평가는 교원의 교육 활동 결과·성과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 활동 과정에서 나타난 능력을 진단하기 위한 평가. 진단 결과에 따라 부족한 부분에 대한 맞춤형 연수를 통해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다. 다만 우수한 교사는 6~12개월 학교를 벗어난 학습 연구년 기회를 부여하고, 평가 결과가 미흡한 교사는 단계별로 의무 연수를 받도록 할 예정이다.
1년에 두 번 공식적인 학부모 상담과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학교 운영 관련 열람 외에 학부모들의 평가를 돕는 추가 장치는?
교원능력개발평가의 학부모 만족도 조사가 공정하게 진행되도록 하려면 학교를 판단할 정보가 풍부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부모들에게 교장·교감의 교육 활동, 교사들의 수업과 생활지도 활동에 대하여 많은 홍보가 필요하다. 학부모와 상담 시간을 정한다거나, 홈페이지 열람 등도 이 같은 노력의 한 과정이라 생각한다. 평가에 관한 심의를 하는 평가관리위원회(학부모 등 외부 위원 50퍼센트 이상)를 통하여 보다 바람직한 소통 기회를 준비하는 장치도 마련할 예정이다.
평가 후 피드백에 대해 궁금해하는 학부모들이 많다.
평가가 끝나면 결과물이 개인별로 통보된다. 교원들은 미흡한 것으로 진단된 평가 지표를 보충하기 위해 ‘결과 분석과 능력 개발 계획서’를 의무적으로 작성하고, 개선을 위해 맞춤형 연수를 이수하거나 자유 응답 반응에서 나타난 학생, 학부모의 의견을 참조해 다음 교육 활동에 반영할 것. 일반 교사의 평가 결과는 동료 교원, 학생, 학부모로 구분·종합해, 이듬해 2월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도록 돼 있다.
시범 학교에서 교원평가제를 경험한 학부모들은 평가 대상인 교사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교사가 있다고 한다. 그 기준은 무엇이고, 올해도 그렇게 진행되나?
학생을 지도하는 모든 초·중등 교원은 원칙적으로 평가의 대상이 된다. 예외인 경우는 정년 잔여 기간이 1년인 교사, 파견이나 연수, 휴직 등으로 당해 6개월 이상 학교에서 근무하지 아니한 교사 등이다. 그 외에 원어민 교사, 기간제 교사, 시간 강사 등은 단위 학교 평가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대상자 여부를 판정한다.
작년에 봉투를 뜯어봤다는 얘기도 있고, 학부모들은 신분이 노출될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설문에 대한 보안, 믿어도 되나?
교과부의 표준 매뉴얼에서는 학부모들의 우려에 대비하여 설문에 대한 보안을 철저히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송 봉투는 반드시 밀봉 봉투에 담아 수령하고, 온라인 응답의 경우 참여 권한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최소한의 인증 절차(학번, 아이디 등)를 거치도록 하는 것. 응답한 결과는 암호화 처리되어 통계 처리 과정을 거친다.
학부모가 50퍼센트 이상 참여하도록 되어 있는 평가관리위원회에서 보안을 위한 절차를 엄정하게 관리하여 극복하는 것이 지금으로는 최선책이다.
유병아 리포터·심정민 리포터
도움말 교육과학기술부 교직발전기획과 유인식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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