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산만한 아이를 둔 부모들은 아이가?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지는 않을지 걱정부터 앞선다. 하지만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가 염려되더라도 선뜻 병원을 찾기가 쉽지 않다. ADHD에 대한 정보가 넘쳐나지만 부모의 잘못된 판단으로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아 무엇보다 올바른 이해가 우선이다.
ADHD 진단부터 정확하게
부모들이 자녀가 ADHD 문제로 진료를 받도록 해야 할지 망설이게 되는 가장 기본적인 오해가 바로 ‘ADHD로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 평생 기록으로 남아 불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본인(미성년자의 경우 부모 등 법정대리인) 외에는 취업담당자를 포함해 그 누구도 진료내역을 확인할 수 없다. 진료비 부당청구 확인 내역서를 보낼 때에도 타인에게 노출 될 경우를 우려해 정신과 진료 내역은 포함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고 밝혔다. 보험 가입과 관련해서도 명백하게 ADHD와 연관되는 신체 질환은 없다고 알려진 만큼 부모들이 미리 위축될 필요는 없다.
ADHD의 3대 핵심증상은 ‘과잉행동, 충동성, 주의력 결핍’이다. 과잉행동과 충동성은 쉽게 눈에 띄고 문제를 일으켜 바로 의심을 하게 돼?병원을 찾지만, 주의력 결핍만 보이는 아이들의 경우 ADHD 가능성을 간과하기 쉽다. BFC학습연구소 김재훈 원장은 “설령 과잉행동이 없더라도 주의력이 떨어지는 경우, ADHD의 범주에 들 수도 있다. 이런 아이들은 흔히 초등학교 입학 후 학습에?문제를 보이기 전까지는 내성적이고 수줍음이 많은 정도로 여겨지기 쉽다”고 말했다.
집중력 검사만으로 ADHD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도 잘못이다. ADHD는 한두 가지 검사가 아니라 부모나 교사의 관찰과 임상가의 판단, 종합적인 검사 등을 통해 진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치료시기 놓치면 학습문제 해결 어려워
과잉행동을 보이는 경우에도 ‘어릴 때는 누구나 다 그렇다. 가만히 두면 크면서 저절로 좋아진다’는 주변 어른들의 말에 치료시기를 미루기도 한다. 하지만 치료시기를 놓쳤을 경우 청소년기나 성인기까지 증상이 지속돼 행동장애, 반사회적 인격 장애 등을 동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주의해야 한다. 가장 산만할 시기인 만 3~5세까지는 큰 걱정 없이 지켜보는 것이 좋지만 초등학교 입학 후 문제를 보일 경우에는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
연세휴클리닉 노규식 원장은 “초등학교 저학년은 앞으로의 공부를 위한 준비의 시기인데 그 시기를 놓치고 4학년 이후에 치료를 받게 되면, 주의력은 높아져도 교과과정을 따라갈 수가 없어 성적향상을 크게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고 조언했다. 초등학교 고학년 시기에 ADHD 증상이 발견된 경우에는 학습전략에 대한 지도를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약물치료 부작용에 대한 지나친 우려로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많다. 약이란 항상 효과와 부작용을 동시에 생각할 수밖에 없다. ADHD 치료제를 복용할 경우 70~80퍼센트 정도가 증상이 개선되는 효과를 보이고 있는 만큼 막연한 우려로 약물치료 시기를 늦추기보다 득실을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 효과를 보여도 부작용 정도가 심하면 약 종류를 바꾸거나 주말 동안만이라도 약 복용을 중단하는 등 대안을 모색하게 된다.
부모 스스로도 변해야 치료효과 높아
ADHD 진단을 받게 되면 학습 면에서?결정적인 결함이 생겨 마치 아이의 미래가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진 것처럼 좌절하는 부모들이 있다. 하지만 창의성이나 직관력 등의 영역에서는 오히려 보통 아이들보다?더 뛰어날 수도 있어, 그런 장점들을 살리면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나가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초기진단에서부터 치료까지 ADHD에 대한 부모의 충분한 이해가 무엇보다 우선인 것이다.
김 원장은 “부모도 ADHD인 아이에게 즉흥적이고 충동적으로 대하는 경향이 있는데 체벌보다 아이의 긍정적인 면을 구체적으로 짚어주면서 칭찬을 통해 계속?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이만 교정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 스스로도 아이와 상호작용을 되돌아보면서 끊임없이 자기성찰을 통해 변해가야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다. 부모가 너무 지쳐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아이의 모든 행동을 허용하는 것도 능사는 아니며, 냉철하고 객관적인 태도로 아이 앞에서 단호함을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
주의력은 정서가 불안할 경우 더 나빠질 수 있어 가정에서 정서적 안정이 중요하다. 노 원장은 “아이가 산만하고 충동적이더라도 부모가 심하게 비난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아이들이 자존감에 상처를 받아 우울해지면 주의력이 더 떨어지고 갈수록 상황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당부했다.
장은진 리포터 jkumeu@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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