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락 기형 ‘무지외반증’
분당 용인 엄마들 “발가락이 괴로워요”
분당차병원 족부클리닉 10명 중 2명꼴 … 좁은 볼, 높은 굽의 ‘하이힐’이 주원인
요즘 얼굴이 예쁜 여자는 많아도 발이 예쁜 여자는 많지 않다. 높은 하이힐을 신고 또각또각 걷는 미녀를 보는 것은 더 없이 즐거운 일이지만, 정작 그들의 발까지 아름다울거라 기대한다면 그건 오산이다. 지금은 고인이 된 영국의 다이애나 왕세자비 역시 일본을 국빈 방문했을 때 다다미가 깔린 일본식 식당에서 신발을 벗어야 하는 상황에 적잖이 당황했던 적이 있단다. 빼어난 용모에 맞지 않게 너무 크고 못생긴 발을 내놓기 싫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여성의 발에 대한 관심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새 며느리를 맞을 때 신을 벗겨 발 모양을 살피는 풍습이 전해 내려오는 지역도 있다. 엄지발가락이 바깥쪽으로 튀어나온 ‘무지외반증’의 경우 팔자가 세다는 속설이 있어 이런 발을 가진 여성을 꺼리기도 한다고. 하지만 발이 건강해야 온 몸이 건강하단 말이 있듯이 발의 크기나 모양에 상관없이 가장 중요한 건 역시 건강 아닐까. 20대는 물론 40~50대 중년 여성에 이르기까지 편한 신발보다는 예쁜 신발을 선택하는 시대. 여성들의 괴로운 발 ‘무지외반증’을 알아본다.
발 길이보단 발 폭에 맞춰 편한 신발 고르세요
엄지발가락 기형인 무지외반증 환자의 87%가 여성인 것으로 나타나 분당 용인 주부들의 발 건강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04년~2008년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무지외반증으로 수술받은 환자가 4년 만에 네 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중 40~50대 여성환자가 각각 전체의 54.9%, 63.8%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
분당의 무지외반증 환자는 분당차병원 족부클리닉 내원환자 10명 중 2명꼴로 나타나 실제 환자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증상이 있는데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적극적으로 치료하지 않는 젊은 여성들이 더욱 문제다. 분당차병원 족부클리닉 최우진 교수는 “서양인에 비해 동양인의 무지외반증 환자는 그리 많지 많았지만 최근 굽이 높고 뾰족한 신발을 신는 여성이 늘면서 환자가 급증했다”며 “무지외반증으로 고생하는 여성 대부분은 발 길이에 비해 발 볼 즉, 발의 폭이 넓은 경우가 많은데 발 폭을 고려해 신발을 골라야 무지외반증을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지외반증은 말 그대로, 엄지발가락을 뜻하는 ‘무지’가 새끼발가락 쪽인 바깥쪽으로 비틀어져 모양이 변했다는 의미. 튀어나온 엄지발가락이 붓고 아파서 서 있거나 걷기 힘든 것이 주증상이다. 엄지발가락이 바깥쪽으로 계속 힘을 받기 때문에 두 번째 세 번째 발가락까지 바깥쪽으로 밀리게 된다.
무지외반증이 나타나면 발 볼이 넓은 구두, 교정 깔창, 튀어나온 부분에 특수패드를 대는 등의 방법으로 통증을 줄일 수 있다. 발 변형이 심하거나 편한 신발을 신어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을 때는 교정수술로 튀어나온 뼈를 다시 정렬해주는 수술이 필요하다.
분당 정자동 웰정형외과 송태식 원장은 “대부분의 보조기구가 억지로 발가락을 안쪽으로 집어넣도록 디자인되어 있어 무리하게 사용할 경우 피부 괴사나 통증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므로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볍게 얕봤다간 척추변형도 올 수 있어요
무지외반증을 치료하지 않고 오래 방치할 경우 피부와 뼈 사이에 염증이 생기는 것은 물론 발목, 무릎, 골반, 척추, 경추, 턱관절에까지 영향을 끼치게 된다. 특히 평발에서 무지외반증이 함께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두발로 걷는 직립보행과 관련이 깊다. 발이 편한 신발을 신고 많이 걸으면 평발과 무지외반증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분당 금곡동 송병재한의원의 송병재 원장은 “걸을 때 발, 발목, 종아리가 아프고 골반이 틀어져 걸음걸이가 변형되는 평발에서는 무지외반증이 동반되기 쉽다”며 “짧은 거리도 걷지 않고 차를 타는 습관의 현대인에서 평발이 급증하고 있는데 평발과 무지외반증의 발병률은 비례한다”고 설명했다.
전문의들은 무지외반증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볼이 넓고 굽이 낮은 편한 신발을 신을 것을 추천한다. 그렇다면 최근 각광받고 있는 기능성 신발은 무지외반증의 예방이나 변형된 발을 교정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까.
마사이워킹센터 관계자는 “무지외반증 등 변형된 발의 수술 후 재활치료시 기능성 신발을 신고 걸으면 발바닥의 압력이 분산되는 효과가 있어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발바닥, 발등, 발가락, 발목, 종아리 등 각 부위의 근육을 미세근육까지 고루 사용하게 해 바른 걸음걸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도움말 분당차병원 족부클리닉 최우진 교수
웰정형외과 송태식 원장, 송병재한의원 송병재 원장
홍정아 리포터 tojounga@hanmail.net
무지외반증과 발 건강, 이런 게 궁금해요
Q. 무지외반증도 유전되나.
A. 외국의 경우 무지외반증이 있는 환자의 63%에서 부모 중 한 명이 무지외반증이었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유전적 요인이 크다. 발 변형이 시작되면 나이가 들수록 점점 심해지는 양상을 보인다.
Q. 무지외반증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위험군은.
A. 유전적으로 부모로부터 인자를 물려받았거나 앞이 뾰족하고 굽이 높은 하이힐을 즐겨 신는 여성에서 발병 가능성이 높다. 평발이나 선천적으로 관절이 유연한 사람도 변형이 생길 수 있다.
Q, 어린이에서도 증상이 나타나나.
A. 청소년기 이전에 나타나는 무지외반증을 연소기외반증이라고 한다. 이 경우 수술 시기를 늦춰야 하기 때문에 증상 악화 방지의 목적으로 보조기구를 사용하기도 한다.
Q. 하이힐로 지친 발, 집에서 할 수 있는 관리법은.
A. 38~40도의 따뜻한 물에 발목까지 담그고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쫙 폈다 오므리는 동작을 반복한다. 20분 정도가 적당한데, 발이 심하게 붓고 뻐근할 때는 물의 온도를 높여 족욕을 하면 도움이 된다.
Q. 내 발에 편한 신발 구입방법은.
A. 발이 붓는 저녁시간에 양말을 신은 후 신발을 고르고, 신발 안에서 발가락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 만큼 여유 있는 것을 선택한다. 발의 뒤꿈치를 감싸는 부분은 적당히 딱딱해 뒷 굽을 잡아 지탱해 줄 수 있어야 하며, 발가락이 접히는 앞꿈치의 부분은 부드럽게 잘 접히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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