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동에 사는 주부 박 모(48)씨는 고등학교 1학년인 딸의 탈모 때문에 마음고생을 한참 했다. 어느 날부터 딸에게서 머리카락이 한 올 두올 빠지더니 머리를 감을 때마다 한 움큼씩 빠졌다. 반면에 팔과 다리에는 털이 많아졌고 생리는 몇 달째 건너뛰었다. 호르몬 검사를 받아보라는 주변 친구들의 말을 듣고 딸을 데리고 병원을 찾은 결과 남성호르몬의 과다 분비가 원인이었다. 현재 호르몬 조절 치료를 계속 받고 있으며 탈모도 점차 호전되고 있으며 끊겼던 생리도 정상을 되찾았다.
여학생은 남성호르몬 과다로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탈모가 청소년층까지 확산되면서 탈모로 고민하는 청소년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한참 예민한 시기인 청소년들에게 탈모는 외모의 가장 치명적인 결함으로 인식되면서 자신감을 잃고 좌절감에 빠지기 쉽기 때문에 더 심각하다.
청소년 탈모는 성인 탈모와 비교했을 때 원인과 치료가 다르다. 그럼에도 무조건 스트레스나 유전적인 원인으로 생각하고 치료시기를 놓치는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
청소년 탈모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호르몬 불균형을 들 수 있다. 한창 호르몬 분비가 왕성한 시기에 생활환경과 식습관 등의 영향으로 호르몬에 불균형이 오면서 몸의 적신호를 알리는 탈모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특히 청소년 탈모가 여학생에게 더 많은 것도 호르몬의 불균형과 깊은 연관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탈모를 유발하는 남성호르몬이 과다하게 흐르면서 머리가 빠지고 손이나 발 등에 털이 많이 나며 심해지면 생리까지 사라진다.
여성의 몸에도 남성호르몬이 조금씩 흐른다. 그런데 이 호르몬이 어떤 이유로 과다하게 방출되면서 문제가 생기는 것. 초이스 피부과 털클리닉 최광호 원장은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 피부와 접촉해 DHT라는 물질로 바뀌면서 이것이 강하게 모낭을 자극해 머리카락이 나지 않거나 탈모 현상을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또 갑상선 기능항진증이나 기능저하증에 의한 내분비 호르몬의 교란 등으로 탈모가 나타날 수 있다. 호르몬으로 인한 탈모는 몸의 이상을 알리는 신호이기 때문에 가급적 빨리 이를 눈치 채고 치료를 서둘러야 한다.
남학생은 원형탈모 많아
늘 학원과 학교를 오가며 시험 경쟁에 시달려야 하는 청소년들에게 스트레스는 탈모의 또 다른 간접적 원인이다. 스칼프랜드 김다은 원장은 “스트레스가 직접적 원인은 아니지만 신체의 각종 균형을 깨뜨리고 교감신경을 항진시켜 혈류의 흐름을 방해하는 등 탈모의 유발과 관련을 갖는다”고 말했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은 후에 신체 내부의 자가면역 교란으로 체내의 면역 세포가 자신의 모낭을 공격해 머리카락이 빠지는 ‘원형 탈모’가 스트레스 탈모의 대표적 유형이다. 스트레스성 탈모는 남학생에게 많이 생긴다.
청소년들은 다이어트나 편식 등으로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지 못해 머리카락이 빠지기도 한다. 영양의 불균형에 의해 모발이 자라는데 필요한 영양 성분이 충분히 공급되지 못해 머리카락이 자라지 못하거나 탈모가 일어난다.
김 원장은 “특히 청소년들의 서구화된 식습관 역시 건강한 모발이 정상적인 발모 사이클을 통해서 재생되는 것을 저해하고 있으며 다른 요인이 치료된다 해도 결국 모발의 성장과 재생에 필요한 필수적 영양소의 균형 잡힌 공급은 탈모 치료의 핵심”이라고 조언했다.
호르몬 조절로 근본을 치료해야
청소년 탈모 치료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호르몬 불균형이 원인인 경우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여러 부작용이 뒤따른다. 여학생들의 경우 남성호르몬이 많아지면 여성호르몬의 흐름에 문제가 생긴다. 정상적인 생리를 방해하여 생리통, 생리불순, 불임 등을 유발할 수 있고 탈모 증상도 나타난다.
만약 탈모가 오면서 몸에 갑자기 털이 많이 나고 생리가 불규칙하다면 내분비 전문의를 찾아 호르몬 검사를 먼저 하는 것이 치료 순서다. 원인이 남성호르몬 과다라면 남성호르몬 억제 치료를 받기만 해도 탈모는 저절로 개선이 된다. 이를 모르고 탈모 치료만 한다면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몸 속 호르몬의 교란은 계속 진행되면서 다른 부작용들이 속출한다. 김 원장은 “호르몬 이상은 질병과 연계되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호르몬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가진 의료진에게 치료를 의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탈모 원인으로 가장 많이 지목되는 스트레스는 사실 치료법이 없다. 탈모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기 때문에 속 시원한 치료방법이 없는 것이 당연하다. 최 원장은 “스트레스가 머리카락을 빠지게 한다는 정확한 이론은 아직 정립되어 있지 않고 단지 유전적인 소인을 가진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탈모가 가속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스의 간접 원인인 원형탈모증은 자가면역질환으로 특별한 이유 없이 생길 수 있고 자연적으로 치유되기도 한다. 청소년들이 스트레스를 없앤다고 원형탈모증이 개선되는 것은 아니므로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치료를 해야 한다. 막연히 스트레스를 잡았다고 탈모가 치료되는 것은 아니다. 균형 잡힌 식단으로 편식을 예방하고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지 않는 것도 탈모로부터 머리카락을 지키는 길이다.
한민자 리포터 hmj647@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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