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래미
장현우
생선 같지 않다고들 허덜 말어
흔해빠져서 고양이도 안 물어가고
두엄자리 한 쪽에서 푹푹 삭아서
마늘밭 거름으로나 쓰였지만
제사상 잔칫상에 오르는 것들만
생선이 아니랑께
생선들 씨가 마르는 요즘 같은 세상에
우리 같은 질긴 목숨들이
밤낮없이 퍼질러 새끼 까농께
요샛날 횟집들 불 밝히는겨
이름 달고 태어난 것들은 아무렴
다 이름값을 허더란 말이시
자꾸 생선 같지 않다고들 허덜 말어
이 세상에 젤로 흔하고 천한 것들이
알고 보면 젤로 귀헌 것이드랑께
이 세상에 귀하지 않은 것이 있을까요? 생명을 가지고 있는 것들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하지만 언젠가부터 사람이 모든 것을 필요에 의해 우열을 매겼습니다. 희소가치도 중요한 기준이지요.
시인은 ‘흔해빠져서 고양이도 안 물어가’던 놀래미를 보고 있군요. ‘마늘밭 거름으로나 쓰였’던 놀래미 때문에 ‘횟집들 불 밝힌’다고 말합니다. 역시 ‘이름 달고 태어난 것들은’ ‘다 이름값을’ 하는 겁니다.
‘이 세상에 젤로 흔하고 천한 것들이 알고 보면 젤로 귀헌 것’입니다. 다 알고는 있지만 참 쉽지 않은 깨달음입니다.
장현우 : 전남 고흥 출생. 2006년 《문예연구》신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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