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만(의학박사. 내과전문의. 남천병원 진료원장)
우리 주변에는 자칭 '당뇨 박사'라고 자부하는 당뇨병 환자들이 있다. 식후 2시간 혈당이 200을 넘어 300이 다 되어가는 데도 이들은 굳이 약물 치료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자기 나름의 식사 요법이나 운동 요법을 철저히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은 의사가 처방해 주는 경구 혈당 강하제나 인슐린 주사는 끔찍이 싫어하면서도 수 만원, 수십 만원하는 단방 약이나 건강 보조 식품들은 마다하지 않는 경향 또한 많다.
어느 날 갑자기 혈당이 높아졌다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 사람이 죽지는 않는다. 오랜 기간 정상보다 높은 혈당이 지속됨으로써 생겨나서, 진행하고, 악화되는 만성 당뇨병성 합병증 때문에 죽는 것이다. 따라서 당뇨병을 치료하는 목적은 심장과 뇌의 혈관, 그리고 신경, 신장, 피부, 눈 등에 올 수 있는 만성 당뇨병성 합병증을 막기 위해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뇨병 치료의 1차 목표는 합병증의 관리이지 당뇨병의 완치가 아니라는 뜻이다.
지금도 우리 주위에는 당뇨병을 완치시켜 주겠다며 여러분의 호주머니를 노리는 이들이 있다. 단언하건대 당뇨병을 깨끗이 낫게 해주겠다고 말하는 이들은 神이든지 사기꾼이든지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이런 저런 약과 치료법이 새로 쏟아져 나오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도 당뇨병은 완치시키는 병이라기보다 어린 아이 달래듯 관리해야 하는 병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것이다. 또한 균형 있는 식사 조절과 1주일에 4~5일, 하루 1시간 이내의 규칙적인 운동만으로도 정상 혈당을 유지할 수 있는 당뇨병 환자들이 많다. 이렇게 관리하시는 분들은 굳이 건강 식품을 복용하지 않아도 정상 혈당 유지를 할 수 있다.
건강 보조식품 자체가 나쁘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약물과 인슐린 투여로 잘 조절되고 있던 분들이 건강보조식품을 복용한다며, 새로운 섭생법을 시행한다며 지금까지의 치료를 중단하고 거기에 많은 돈과 시간을 버리며 결국 건강을 망치는 것이 안타깝다는 것이다.
당뇨병 치료는 절대로 의사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다. 의사는 환자들이 혈당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조언해주며 도와드리는 존재인 것이다. 약물의 선택과 처방은 의사가 하지만 수많은 종류의 약 가운데 어떤 것을 선택할 지, 얼마의 용량을 유지해야 할 지 결정하는 데 있어서 환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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