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에 출전하는 선수의 최종 목표는 일정 시간 내에 42.195km를 달리는 것이다. 그러나 매일 42.195km를 완주할 수는 없다. 얼마 전 명예롭게 은퇴한 이봉주 선수도 20년간 완주한 기록은 41회다. 대신 그는 매일 30km를 달리며 훈련했다. 이때 완주 거리를 5km씩 쪼개어 실전보다 더 실전처럼 연습을 한다. 5km를 무조건 빠르게 뛰거나 일관된 방법으로 뛰는 것도 아니다. 마라톤 코스를 시간대별로 나누어서 처음 5km는 워밍업, 그 다음 5km는 속도 진입, 그 다음 5km는 속도 유지 등 단계별 훈련 방법이 따로 있다.
이렇게 전체 완주 거리를 잘게 자르고, 그 거리마다 차별화된 최상의 방식으로 훈련하면서 최고의 기록성을 유지하도록 한다. 그렇게 지속적으로 반복함으로써 최종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흔히들 공부는 마라톤과 같다고 한다. 최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매일매일 완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신 매일 꾸준히 자신의 단계에 맞는 방식으로 워밍업도 하고, 각 단계에 맞게 공부법도 꾸준히 바뀔 수밖에 없다.
마라톤처럼 공부도 각자가 자신만의 페이스가 있다. 그러기에 서로 똑같을 수는 없다. 같은 내용을 배우더라도 서로의 배경 지식이 다르고 보고 생각하는 게 다르기에 아이들은 같은 내용인데도 서로 다르게 생각하고 구성해서 자신만의 지식으로 만든다.
일반 학원들에서 당연하게 생각하는 지식을 머리에 집어넣어줘서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인간은 컴퓨터와 달리 인풋이 같아도 아웃풋이 모두 동일하진 않기 때문이다.
학원에서 만들어낸 ‘이렇게 저렇게 했더니 특목고 갔다’ 식의 정해진 공식도 사실 모든 아이들에게 동일하게 적용할 수는 없기에 한편으론 도움이 되지만, 참고 사항에 그쳐야한다.
남들이 갔던 길을 따라가는 것이 도움은 되지만 내 아이의 페이스와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많은 학부모, 학원, 과외 선생들은 이 점을 간과한다.
겨우 몇 명 잘된 성과를 두고, 성급히 일반화한다. 본인이 아이의 페이스를 못 느끼면서 오히려 아이를 닦달하고 무시한다. 못하는 건 무조건 애 잘못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엄마들은 오히려 이런 학원들을, 선생들을 좋아한다. 교사로서의 자격이 없는 사람인데도 그들에게 돈을 내고, 내 아이를 맡긴다. 누구의 잘못일까. 그런 엄마를 둔 아이의 잘못인가?
허원범 부원장 / 와이즈만 영재센터 원주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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