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서 잠들기까지 커피 생각에 빠져있다는 커피 홀릭 전창호씨(52 커피빈 대표). “오늘아침도 눈뜨자마자 커피부터 볶았어요. 저는 하루 종일 커피만 생각합니다.” 오후 볕이 깃드는 창가, 옅은 벨벳 의자에 마주앉으며 건네는 그의 첫마디다. 시간을 건너가는 쉼표의 진가로, 심리적 흥분을 조미하는 공간으로 모든 순간에 어울리겠다는 숙성된 표정의 카페 커피빈(coffee bean). 깊이 밴 커피향과 그를 따라 흐르는 전 대표의 미소와 엷은 주름이 조화롭다. 낮게 깔리는 클래식 품으로 지그시 스며드는 연갈색 커피이야기, 그에게서 들어본다.
깨는 문화로서 커피
석유 다음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무역품목. 만병통치 또는 신(神)이 내린 기적의 약이라 칭송되기도 하고, 물 다음으로 제일 많이 마신다는 커피는 마실수록 점점 머리가 맑아지는 각성 효과가 있다. “와인을 취하는 문화라 하면 커피는 깨는 문화이지요”라며 특히 오전에 즐기는 커피를 통해 하루를 깨어있고자 해온 유럽의 커피정서 전한다. “19세기 말 고종임금이 처음 마셨다고 하죠. 커피문화가 조금 늦게 토착화 된 우리나라는 커피 문화가 많이 낮은 편으로, 커피 제대로 알고 즐기자는 분위기가 이제 붐을 탔다”며 국민수준과 커피문화 사이의 갭을 좁히는 현 단계, 원두시장 커피시장의 빠른 성장속도 및 커피와 커피 즐기기 열기에 대해 설명한다. “인스턴트로부터 이제 내추럴 커피에 눈 뜨기 시작해, 그 맛에 환호하고 즐거워하고 행복해하는 것”이라고.
커피문화 상승을 목표로, 포커스는 신선한 원두 즐기기에
전 대표는 마산대 창원대 등으로 커피 강의를 많이 다닌다. “여러 곳에서 강의 요청이 많이 와요. 커피 제대로 알고자 하는 곳이면 제 마음과 시간 아끼지 않습니다” 맛 업그레이드를 청하는 커피 숍. 창업을 위한 조언. 주부기초반 등 더 맛나게 즐기는 방법과 기구선택에서 활용까지. 세상의 모든 커피이야기 망라해서 가르친다. 가르치면서 또 배운다. 그런 가운데 새끼호랑이 키우는 것 아니냐는 질문도 더러 받지만 그의 생각은 다르다. “커피 시장 자체를 크게 키워야해요. 커피를 제대로 즐기도록 돕고 선진 문화수준에 맞는 커피문화 인구를 늘리는 것이 목표입니다”라며 진정한 커피홀릭, 커피 알리미로서 정체를 전한다.
그 포커스를 어디에 두는지 궁금했다. “우선 원두커피가 어떤 것이라는 것부터 알린다”며 이제껏 젖어있던 과립 냉동건조커피를 벗어나 원두커피로부터의 즐거움, 원두추출 커피를 통한 신선한 자극을 알게 하려는 마음과 그에 따른 활동을 말한다. 공정무역 및 커피로 인한 사막화 등의 환경문제에 관해 질문했다.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커피 농장에 직접 가봅니다. 테스팅에서 맛없으면 그냥 돌아오기도 하고, 한꺼번에 대량 구입은 힘들어 커피 구입하러 현지로 가는 분들께 부탁도 해요”라며 직거래 구입 및 토양과 기후 등 산지에 따라 다른 맛, 그린 빈 상태의 생두 로스팅을 거쳐 만나지는 이곳 커피 이야기 들려준다.
콜롬비아 슈프리모와의 우연, 운명을 바꾸다
인도네시아 커피를 좋아하는 전 사장은 일본 커피에 대해 특별히 매력을 느낀단다. 일본에서 맛본 원두커피에 매료돼 운명을 바꾸었다는 이야기.“회사원 신분으로 일본에 갔을 때, 귀가 길에 주택가를 걷다가 카페에서 우연히 커피를 마셨어요. 원두는 처음이었죠. 콜롬비아 슈프리모였는데 왜 이렇게 쓴 거야!?했습니다. 그런데... 집을 향하는 동안 휘감던 맛과 향의 아련한 정취에 빠져버린 거예요.” 그 우연한 만남이 운명이 돼 2001년, 경남에서 로스팅 카페 1호로 마산창동 커피빈(커피빈코리아 생기기 전이며 창원사파성당 위로 2호점 있음)을 열었다고. 앞으로 계획을 물었다. “칠순 팔순을 지나며 나이 들도록 로스팅하고 싶습니다. 한적한 곳에 자그만 가게를 내고, 그곳을 향 깊게 채우며 끝까지 커피와 살고 싶어요”라고 답한다.
팁- 전창호의, 커피지식 바로잡기
1.커피는 싱싱할수록 제 맛을 내는 생선과도 같다-커피는 신선도가 생명이라는 뜻으로 가장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린 빈(생두) 상태에서는 보관이 제법 오랠 수 있지만 로스팅 이후커피는 급격히 산폐한다.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추출해서 먹어야 한다. 볶은 후 한 달 안에 다 소비해야한다.
2.냉동실에선 오래 보관 될 거라는 오해-냉동 결로현상 및 냉장고 내의 탈취 기능에 커피 향을 뺏김과 동시에 다른 향을 빨아 들이에 된다. 이를 역이용해서 오래된 커피나 지꺼기 등은 신발장 냉장고 등에 넣어 탈취제로도 쓴다(지꺼기에는 흰 곰팡이가 많이 피기 때문에 햇볕에 완전 건조해서 쓸것).
3.산지 및 맛과 향을 불문하고 갓 볶은 커피가 으뜸-산지도 나쁜데다 맛과 향이 떨어진다 하더라도 신선하다면 오히려 낫다. 커피는 신선도가 제일 중요하므로, 두 세 달 된 최고급 커피보다 질 떨어지는 갓 볶은 커피가 오히려 좋다는 것. 인체에 좋은 포리페놀 성분 등도 신선상태가 최적이기 때문이다.
4.어떤 첨가도 없는 것이 최고-커피 천연향은 빨리 없어진다. 헤즐넛커피, 바닐라커피 등은 천연향이 아니다. 커피를 볶고 나서 스프레이 등 인공적으로 향을 입히는 것. 일 년을 지나도 화학처리 된 향이 그대로 남을 수 있다.
5.커피 종류는 산지(산지별 70여 개국)로 치면 아주 많지만 크게 세 가지-아라비카(70% 원두커피 종류) 로부스타 (20% 산업용으로, 냉동결로 해서 만드는 커피의 원료) 리베리카커피(2% 현지인들만 마심)로 나눈다.
6.집에서 커피 즐기기는 핸드 드롭과 에소프레소가 좋아-한국인의 입맛에는 핸드드롭(종이필터 깔고 물 부어 조금씩 내리는 방법)이나 에소프레소(실험실 기구처럼 생긴 것을 이용한 추출법)커피가 좋다. 이외 프렌치프레스, 싸이폰, 이브릭(몽땅 다 넣어 끓이는 방법으로 터키에서 많이 쓰지만 우리 입맛에 맞지 않음) 등이 있다
문의 : 274-4855
윤영희 리포터 ffdd77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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