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떨림과 설렘으로 나를 표현하는 행위..”
진지한 학생과 수준 높은 트레이너. 아마추어의 풋내와 프로의 여유가 디자인하는 아름다운 도전. 가르침과 배움의 제각각 포지션이 뿜어내는 뜨거운 호흡이 서로를 흡인하고, 일상을 가슴 뛰게 하는 곳. 그 설렘의 힘으로 연기력을 돋우고 자신감을 키우는 곳. 성산아트홀 연극반(반장 오세신) 이야기다. 금요일 오후 두 시면 어김없이 조건 없이 우선순위로 이곳, 성산아트 소극장 지하 종합연습실에 모이는 4․5학년들. 40~50대 줌마들의 연기 아카데미, 순수한 열정과 사심 없는 수다...
연극은 단체 활동, 연기는 갈등의 상호작용
오늘 수업은 봉으로 몸 풀기부터다. 한팔 길이에 엄지손가락 굵기의 나무봉을 손바닥에 대고, 둘씩 짝짓거나 다함께 큰 원을 만든다. 봉을 매개로 균형과 갈등, 힘의 이완 또는 완급을 조절하면서, 상대를 읽는 동시에 나를 내보낸다. 부드럽지만 팽팽하고 진지한 긴장감이 흐른다. 흐름을 타고 에너지가 생겨나고 차츰 전체적 조형이 만들어진다. “연극은 단체 활동입니다. 서로 교감하지 못하면 무대를 만들어 낼 수 없습니다.” 리듬과 탄력을 더하며 움직임을 살리는 트레이너의 지적과 가르침이다. 연기는 갈등의 상호작용이라는 말 그대로, 상대를 포착하고 그에 응하는 나를 관찰하며 무대 위의 나와 우리로 한 발짝씩 전진한다. 도구와 주제가 무엇이든 모든 수업은 바로 이 목표를 향하고 있다.
연극은? 떨림, 정신적 충만감이죠..
말하지 않으면 20대 총각으로 보이는 청일점 허태정(43 남)씨는 시 창작 공부를 했었다. 이번이 처음인데 “내면을 끌어내 뭔가를 창조하는 것이 시 창작과 통한다”며 새로운 도전과 열공하는 자신에게서 뿌듯함을 느낀단다. 세 번째 등록인 옥계순(55)씨. 늘 관심이 많았지만 막상 연기를 해보니 생각보다 어려워 포기하고도 싶었단다. 이제는 흔들림 없이 꼭 필요한 것으로, 믿으며 연극반 선택을 참 잘했다고. “내 생활을 배운다는 자세로, 나의 내면을 발견하고 나를 발전 성숙시켜갑니다. 살맛나지요”라며 특히 자신감을 찾을 수 있는 점을 강력히 추천한다.
마흔 살 이나미씨는 타칭 연극반 영계(?)다. 색동어머니회 활동으로 동극공연을 통해 무대 맛을 봤고, 그러면서 정통 연극을 배우고 싶었다고. “시작하고 보니 겁도 없었구나 싶었어요. 이곳은 주먹구구가 아닙니다. 표현력과 감정절제 등 전문 기술과 방법을 배울 수 있어 최고”라며 떨림과 설렘으로 이 시간을 기다린단다. 박현주씨는 학생(22)이다. 마산에서 여기까지 오가는 열정에는 그만한 만족감이 있기 때문이라는데. 이제 살짝 발을 담근 상태에서 모르는 게 더 많지만, 주부를 틈에서 대단함을 발견하고 감탄한다며
“배움에 대한 우리 열의와 선생님의 열정만큼 우리 반이 영원히 지속되는 것. 나와 같은 학생들이 많이 오는 것”이 소원이라고. 박지숙(52)씨는 무엇보다 김소정 선생(트레이너)의 가르치는 열의에 감사한다. “선생님의 열정이 우리를 키워가는 중요한 열쇠예요. 늘 죄송하고 고마운 마음이지요”라며 무대에서의 당당함으로 선생님께 보답하고 싶다고. 연극을 뭐라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삶의 윤활유이며, 자신감을 주고 정신적 충만감을 갖게 하는 것”이라 답한다.
나의 발전을 확인하고 싶은 욕구를 이루도록
원래는 주부 연극반이 아니었지만 낮 시간대가 자유로운 주부들이 주도하게 됐다 말하는 김소정 트레이너. “주부들이 아이 키우고 남편 뒷바라지하는 동안 자긍심과 정체성이 옅어졌어요. 세상 모든 풍파에 맞서 못하는 게 없으면서도 그런 자신을 믿지 못해, 자신감 없이 무대에서 기를 펴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크죠. 자신감을 가져야 함을 깨닫는 것. 스스로 나의 발전을 확인하고 싶다는 욕구를 이곳에서 이루어 가는 것이 바람”이라 강조한다. 엄마와 아내로 익숙한 동안 잊혀진 계절과 잃어버린 이름. 이제 그 이름의 주인으로 돌아와 거울 앞에 당당히, 무대 중앙에 당당히 어깨넓이로 중심 잡기 원하는 그녀들. 세월 속에 앙금된 영양가를 발판으로 무대를 통해 더 큰 나와의 만남을 일구는 이곳이 아름다운 이유다.
미니 인터뷰-트레이너 김소정
연극반원들의 배움 열의가 무엇보다 큰 설렘이고 그것이 자신의 열정을 더 한다는 김소정 트레이너는 극단 고도 소속의 배우이며 연출가이다. 연극은 한마디로, 표현이라 정리하며, 재미위주로 연극반을 리드해서는 오래가지 못함을 알기에, 연기에 대한 기술과 정확하게 연기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무대에 섰을 때 제대로 된 연기와 성장한 모습으로 가족에게 인정받기 바래요. 자기 내면의 응어리를 드러내기 위해선 정확한 기술과 방법이 중요하지요”라고. 배우의 장점을 끌어내지 못하는 연출가는 말이 안 된다며 “연극이 좋은 이유는 감정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남 앞에 자신을 드러내는 것 자체가 위축된 주부들에게 몸과 소리를 통한 자기표현, 무대의 쾌감과 위력은 대단하다”강조한다. “우선 캐릭터가 분명하고 연기력 없이는 할 수 없기 때문예요. 반원들 이미지에 맞추어 각색한 대본을 쓰다 보니 연기가 안 늘더라”며 ‘감마선은 달무늬 얼룩진 금잔화에 무슨 영향을 주었는가’를 이번 기수 대본으로 택한 특별한 이유를 설명한다. 철학이 분명하고 기본에 충실한 이병훈 연출가를 좋아한다는. 역시 충실한 기본과 분명한 철학의 연기를 지향하는 그녀. 전문가의 틀을 넘어 고교 졸업 직후부터 주부 등으로 구성된 연극 전문학교를 만드는 목표를 갖고 있다.
문의 : 268-7933/7936
윤영희 리포터 ffdd77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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