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의료복합단지 입지를 선정하는 과정에 정치적 개입이 있었다는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의혹이 제기된 후 4개월만의 일이다. 1일자 경북일보에 보도된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의 “첨단의료복합단지 같은 경우도 이 대통령이 챙겨주지 않았으면 선정되지 못했을 프로젝트”라는 발언이 불을 댕겼다.
◆정치권 “정부정책에 불신 초래” =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태가 대형 국책사업 선정과정에 불신을 가져오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담당부처인 보건복지부와 청와대의 대국민 사과, 책임자 처벌 요구도 잇따랐다.
민주당 최영희 의원은 “첨복단지 입지 선정은 정치적 결정이었음을 청와대가 자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최 의원은 지난해 보건복지가족부 국정감사에서도 첨복단지 선정 과정에서의 학연(경북고등학교)과 지연(대구?경북지역)을 배려한 정치적 결정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었다. 그는 “첨단의료복합단지는 10조원에 가까운 세금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으로 지자체가 수년간 사활을 걸고 지원했던 사업”이라며 “선정 과정에서 객관적 평가를 무시하고 대통령의 정치적 결정이 있었다는 사실은 향후 정부정책 전반에 불신을 초래할 수 있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호랑이 없는 곳에 여우가 왕 노릇한다고 대통령의 신임을 믿고 말도 안 되는 막말과 왜곡과 협박을 일삼을 수 있는가”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 외신기자 회견에서의 정상회담 발언 수정 논란 △국민투표 발언을 둘러싼 혼란 △대구 경북 기자 간담회에서의 발언 파문 등을 열거하면서 “홍보수석의 권한과 능력을 넘어선 발언으로 국가를 혼란시킨 책임을 물어 즉각 사퇴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은 “국가가 공표했듯이 공정한 기준으로 선정했다는 첨단의료복합단지 결정이 대통령의 영향력으로 결정됐다면 대구 경북은 대구 경북대로 그 밖의 지역은 그곳대로 얼마나 많은 불신과 분노가 생기겠냐”며 “이후 그 어떤 프로젝트도 선정과정의 투명성은 보장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 의원도 이동관 수석의 사퇴를 주장했다.
자유선진당 이상민 의원은 “수년간 전국 지자체가 유치를 위해 온 힘을 쏟았는데 결국 미리 대구 경북으로 정해놓고 다른 지역은 들러리로 만들었다”며 “이명박정권은 이동관 수석의 발언에 대해 조금의 거짓도 없이 해명해야 할 것이며 필요할 경우 국회차원의 진상규명도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역 “국정조사 통해 진실 밝혀야” =
첨단의료복합단지 선정 당시 후보였던 지역에서는 긴급성명을 내는 등 파문이 일고 있다. 입지가 공정한 경쟁에 의해 결정된 것이 아니라 정치적 고려에 의해 특히 ‘대통령의 결단’으로 복합단지가 선정됐다는 비판이다.
첨복단지 후보지역이었던 강원도 원주의 원경묵 원주시의회 의장은 3일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선정 당시부터 예상했던 부분”이라며 “준비가 부족했던 지역이 12년을 준비해 온 지역을 이긴 이유가 드러났다”고 말했다.
원 의장은 “3일 오후 상공회의소와 긴급하게 대책위와 운영위를 소집해 우리의 입장과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선경 원주시민연대 대표는 “복합단지 선정 당시 지역에서는 정치적 결정이라며 승복하지 않는 분위기였다”며 “결국 이동관 수석의 발언을 보면 당시 주민들이 가지고 있던 의구심이 확인된 셈”이라고 비난했다.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장금석 사무처장은 “국책사업 선정에 정치적 고려가 있었다면 더구나 대통령의 의중이 실렸다면 심각한 문제”라며 “객관적 진실을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조사 요구도 나왔다. 대전참여연대는 2일 긴급성명을 내고 “이명박 대통령은 이동관 홍보수석의 발언의 사실관계에 대해 밝히고, 정치적 목적으로 첨복단지를 분할 배치한 것에 대한 정부차원의 진상조사를 지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보건복지부는 관련 심사기준표와 심사단의 평가표를 즉각 공개하고, 국회도 이와 관련한 한 점 의혹 없는 진상조사를 위해 국정조사를 즉각 실시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첨단의료복합단지는 5조6000억원을 투입, 신약개발지원센터와 첨단의료기기 개발지원센터, 첨단임상시험센터 등을 조성해 세계적 신약과 의료기기를 개발한다는 국책사업이다. 선정 과정에서 16개 광역지자체 중 15개 지자체가 참가할 정도로 유치경쟁이 치열했다. 지난해 8월 10일 대구와 충북 오송으로 최종 선정됐지만 선정과정을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윤여운 전예현 기자 yuy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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