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를 사랑하자’는 모토가 늘 미소 짓게 해

강남사람들 - 신경정신과 전문의 김병후 박사

지역내일 2010-03-03




시어머니와 며느리, 남편과 아내 등 갈등 요소가 발생하기 쉬운 사이일수록 서로의 입장에서 하소연 거리도 많기 마련이다. KBS 1 TV ‘아침마당’은 주부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인생살이 경험담을 다양한 패널들이 함께 나누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고 있는 신경정신과 전문의 김병후 박사.

그는 각 패널들이 쏟아내는 경험담에 대해 ‘왜 그런 행동이 나올 수밖에 없는지’를 전문적이면서도 쉽게 조목조목 짚어줘 ‘아하~’ 소리가 절로 나게 만든다. 늘 사람 좋아 보이는 편안한 웃음과 친근한 이미지가 매력인 김 박사, 그의 마음속 모토는 바로 ‘지구 끝에 있는 사람까지 모든 이를 사랑하자’는 것이다.



억울한 이혼 많아 안타까워
캐주얼한 차림에 대기실로 나와서 환자를 직접 맞이하는 김 박사와 첫 대면을 한 순간, TV 속에서 막 걸어 나온 듯 한결같은 환한 미소가 예전부터 알던 사이처럼 반가웠다. 비록 늘 밝고 편한 모습으로 인기를 얻고 있지만, 마음의 병을 치료해주는 신경정신과 의사로서 그도 힘든 점이 많으리라는 생각을 한 것은 말 그대로 기우였다.

김 박사는 “환자를 대할 때마다 치료해줄 희망이 있고 대안이 있기 때문에 전혀 힘들지 않다”며 “정신과 치료에서는 의사와 환자의 친밀도가 중요해 환자 앞에서는 더 많이 웃으려고 한다. 오히려 환자들이 ‘늘 그렇게 잘 웃느냐?’며 반문할 정도다”고 말했다.

부부클리닉을 통해 수많은 부부 상담과 치료를 담당해 온 김 박사는 “심하게 싸우는 젊은 부부도, 심지어 나이든 부부의 싸움조차도 예쁘게 보인다”고 말한다. 부부 사이의 싸움에서 화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제대로 사랑을 받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해 양쪽의 힘든 부분이 다 보이기 때문이다. 서로 몰라서 못한 부분이나 오해 등의 방해물만 제거해주면 어떤 부부라도 좋아질 수 있다고.

하지만 부부 문제 상담에서 느끼는 안타까움도 있다. 아직도 대부분의 부부들은 어느 한쪽이 이혼을 결정한 후에야 비로소 부부클리닉을 찾는다는 것이다. 김 박사는 “이혼 결정을 하기 전에 오면 부부가 협조만 한다면 거의 100% 해결이 가능한데 불행하게도 이미 이혼을 결정한 후에야 서로 마음을 다칠 대로 다친 채 오는 경우가 많다”며 “초기에 상담을 받으러 오기만 해도 막아 볼 텐데 너무 억울한 이혼이 많다”고 답답한 심정을 밝혔다.



보통 남편이자 이상적인 아버지
온갖 사례 당사자의 심리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해 항상 명쾌하게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김 박사, 그도 혹시 상대의 마음을 잘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을까? “아내의 불만이 많고, 늘 혼나면서도 못 고치는 편이다”는 것이 그의 웃음 섞인 솔직한 대답이었다. 김 박사는 인터뷰 당일에도 콩나물밥 도시락을 직접 싸왔을 정도로 음식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아이들을 위해 스파게티도 만들어 주는 자상한 아버지이지만 아내로부터 “내가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 당신이 좋아하는 것”이라는 핀잔을 듣곤 한다.

장염 증상으로 밤새 잠 못 이룬 아내를 두고 출근해 하루 종일 안부전화도 안 한 적이 있을 정도로 아내가 아플 때 잘 돌봐주지 못하는 편이다. 자신이 의사이다 보니 정말 중대한 병이 아니면 안 챙기고 그냥 넘기게 돼, 아내 입장에서는 섭섭함이 클 수밖에. 이렇게 여느 남편들처럼 종종 아내를 서운하게 만들어 원망을 듣기도 하지만 자녀들에게는 참으로 이상적인 아버지이다. 아이들을 일방적으로 끌고 가거나 지시하지 않되 항상 고민거리를 들어주고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상의한다. 김 박사는 “정작 아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자식에게 주고 싶은 사랑을 주면서 ‘너를 위해 너무 좋은 것이다’라고 강요하는 경우가 많다”며 “힘들 때 알아주고 같이 상의해야 사랑이다. ‘내가 다 해주니까 우리 아이는 힘든 것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이다”고 전했다.



행복한 가정 위한 연구, 그리고 자전거 사랑
‘행복가정재단’ 이사장인 김 박사는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을 위해 결혼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갈등 및 실제 어떤 ‘화’가 날 수 있는지를 위주로 ‘화’에 대한 교육을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청소년의 ‘화’에 대한 교육에 이어 예비부부와 결혼한 부부까지 ‘화’의 긍정적인 면에 대한 연구를 계속할 계획이다. 또한 “부부 상담에 대한 전문적인 학설을 만들고 싶고, MRI를 활용해 사랑이 뇌에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보다 깊이 있게 연구해보고 싶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기도 하다.

‘한국청소년재단’, ‘청소년건강재단’, ‘딸 사랑 아버지 모임’,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등 활발한 사회활동으로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김 박사의 건강관리법은 바로 자전거 타기이다. 2002년부터 산악자전거를 타기 시작해 일본 대마도를 두 번씩이나 종단하고 동경에서 후지산까지 자전거로 일주할 정도로 자전거 사랑이 각별하다.

서초동 집에서 반포동에 새롭게 개원한 병원까지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진료실 한켠에 자전거 보관 공간도 따로 마련해두고 있다. 그동안 자전거를 타면서 심하게 다친 적도 많았고 대마도를 함께 종단할 정도로 절친했던 후배가 자전거를 타다 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나는 일까지 겪으면서, 잠시 자전거를 그만 탈 생각까지 했었다고 한다. 다시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요즘, 그 후배 생각에 늘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숙연해지는 김 박사. 그럼에도 이내 훌훌 털고 예의 사람좋은 웃음을 띄우는 그의 빛나는 웃음에는 인생의 경륜이 흠뻑 묻어난다.



장은진 리포터 jkumeu@yahoo.co.kr
사진 박경섭(studio z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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