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주부 명절증후군 날리기 프로젝트
“반찬가게 명절음식 일거다득 가뿐하네!”
분당 재래상가…명절 때마다 명절 음식 사려는 주부들로 장사진 이뤄
구정이 코앞이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명절증후군’ 이야기가 위로보다는 짜증으로 다가온다. 집안 남자들이 솔선수범하여 아내들의 명절증후군을 덜어준다는 남의 집 이야기는 속만 더 긁는다. 명절 때면 인터넷상 나타나는 ‘며느리를 위한 시’라는 4언 절구 형태의 글이 있다. 서글픈 웃음을 자아낸다.
제일먼저 두부굽네 이것쯤은 가비얍네
이번에는 나물볶네 네가지나 볶았다네
냄비꺼내 탕끓이네 친정엄마 생각나네
이제부턴 가부좌네 다섯시간 전부치네
부추전은 쉬운거네 스물댓장 구워냈네
배추전은 만만찮네 이것역시 구웠다네
동그랑땡 차례라네 돼지고기 두근이네
김치전도 굽는다네 조카넘이 먹는다네
기름냄새 진동하네 머리카락 뻑뻑하네
허리한번 펴고싶네 한시간만 눕고싶네
명절되면 죽고싶네 일주일만 죽고싶네
이십년을 이짓했네 사십년은 더남았네
세밑 분당 재래시장 현장 스케치
#“기독교라서 차례는 지내지 않는데, 명절 기간 동안 식구들 먹을 음식은 장만해야 하죠. 저는 몇 해 전부터 명절 음식은 반찬가게를 이용하고 있어요. 일단 제가 부치는 전보다 맛있어요. 제가 전을 부치면 기름 냄새에 질려서 안 먹게 되잖아요. 그리고 많이 만들어서 뭐해요? 한 두 끼 먹다가 냉동실로 직행하는데. 종류별로 다양하게 사서 먹는 게 직접 재료 사서 만드는 것보다 훨씬 저렴해요. 고생도 덜하고 시간도 절약되고요.”
세밑, 돌고래 상가 반찬가게에 나와 장을 보던 장혜원(40·분당 수내동) 씨의 명쾌 통쾌 인터뷰다.
#분당 수내동 돌고래 상가는 명절 때마다 장보는 주부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아파트 내의 재래시장인 만큼 싱싱한 식재료가 풍부해 분당 주부들에게 인기다. 최근에는 완성된 명절음식을 사려고 하는 주부들이 많아지고 있다. 명절이면 돌고래 지하상가 내에서 가장 줄을 많이 선다는 반찬가게 ‘행복한 식탁.’ 노릇노릇 구워낸 전을 사려고 줄 선 주부들로 진풍경을 자아낸다.
“명절에는 평소보다 전이 20배 정도 많이 팔리죠. 미리 만들어놓지 않고 바로 구어서 팔다보니 전 부침철판 세 개를 다 가동해도 양이 딸려서 줄을 많이 서세요. 그래도 주부님들 전부치는 고생보다는 낫잖아요. 이제는 핵가족 시대다보니 예전만큼 많은 양의 명절음식을 만들지 않죠. 필요한 만큼 사는 것이 더 저렴하고 합리적이라는 인식으로 바뀌면서 점점 명절음식을 사러 나오시는 분들이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행복한 식탁 강승민 실장의 말이다.
분당 반찬가게에서 명절 음식 마련 견적
올해 설 차례 상 비용은 대형마트에서 장을 볼 경우 4인 가족 기준 평균 22만6천 원 정도가 든다고 한다. 그렇다면 직접 만드는 것보다 만들어진 음식을 사는 게 과연 저렴할까? 돌고래 상가 반찬가게‘행복한 식탁’에서 4~5인 한 가족이 먹을 만한 명절 음식 견적을 내봤다.
3색 나물 1만원 어치 / 모듬전 2만 5천 원~3만원 어치 / 만두 2팩(20개) 1만원 / 떡국떡 8천원 <합계 : 5만 8천원> 추가 선택 : 잡채(1팩 4천원) 1만원 어치 / 식혜(1병 4천원)
각각의 음식마다 재료를 구입하려면 6만원이 채 못 되는 예산으로 불가능할 것이다. 재료별로 최소 단위 구입량은 늘 필요한 음식량을 넘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틀을 꼬박 바쳐야 하는 노동력까지 계산한다면 생각만 해도 가볍다. 나머지 예산으로 과일과 고기류만 더하면 풍성한 차례상이 될 듯하다.
고생스런 정성이냐, 편리한 정신건강이냐?
‘그래도 음식은 정성인데’ ‘조상님께 올리는 차례 상을 성의 없이 사서 차리면 자손에게 안 좋다는데’ 마음 한 쪽 살짝 미안한 감이 없는 건 아니지만, 먹지도 않을 음식 욕심 부리는 시어머니 원망 안 해도 되고, 명절날 일하기 싫어 느지막하게 나타나는 동서를 미워하지 않아도 되고, 무심한 남편에게 성질 안 부려도 되니 정신건강에 얼마나 좋은가? 게다가 예상 비용보다 절약되고 먹다 남긴 음식 냉동실에서 묵히다 버려지는 일도 없으니 일거다득이다. 무엇보다 음식 장만으로 허리한 번 제대로 못 펴던 내 몸이 아껴지니 이보다 좋을 것이 없다. 여전히 많은 어머니들과 며느리들이 반찬가게 앞을 서성이다 되돌아선다.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정성껏 손수 만든 음식은 신성하다. 하지만 그만큼 많은 여성들이 반찬가게 앞에서 줄을 서는 것도 현실이다.
오은정 리포터 ohej0622@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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