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썩인 아버지와 속 없는 어머니

지역내일 2010-01-08
부모를 속 썩이는 속없는 자식들에 대한 이야기는 자주 듣는다. 그렇다면 부모라면 누구나 자식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며 늘 행복하게 해주어 마음에 쏙 드는 것인가? 아니면 자식들의 속만 썩이는 부모는 없는가? 과음의 문제가 있는 아버지와 무력한 어머니가 그 대표적인 예가 된다.

부모를 하늘로 여기고 의지하는 어린 자녀들에게 아버지라는 인물의 과음은 너무 엄청난 재앙이다. 술에 취해 전혀 예측이 불가능한 아버지 밑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기란 너무나 끔찍한 일이다. 한참 자라는 시기에 이렇게 사는 동안 씻기 어려운 상처를 받는다. 불안, 분노, 공포, 무력감에 압도당해 늘 무언가에 얼이 빠진 듯 살아간다. 그런데도 정작 아버지는 자신이 자녀들에게 어떤 피해를 끼쳤는지를 모른다.

상습적인 이런 상황에서 어머니는 어떠한가? 그나마 잠깐 동안의 평화와 안정을 깨뜨릴까봐 두려워 어머니는 결코 아버지와 부닥치지 않으려고 한다. 더 큰 비극적 상황을 걱정한 때문이겠으나, 이미 최악의 상황이 일상화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 직면하여 근본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자녀들에게도 똑같이 따라 하기를 강요한다. 그러다가도 정말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터지면 나서려 하지 않고 자녀들의 등 뒤로 숨어 맡겨버린다.

어머니의 나약한 처신과 동정심을 유발하는 행동 때문에 어린 자녀가 스스로 어른스럽게 나서는 수가 많다. 흔히 맏이가 그렇다. 어린 맏이가 부모의 문제에 대한 해결사 역할을 한다. 부모의 이런 행태에 실망하고 거리를 두거나, 환멸을 느껴 아예 가출해 버리는 수도 있다. 그러면 맏이 대신 기꺼이 대신 그 역할을 맡으려고 나서는 다른 자녀가 있을 수도 있다. 문제는 그런 자녀들이 나이가 들어 더 알코올 문제에 빠지더라는 사실이다.

늘 만성적 쇼크 상태에서 사는 삶에 적응하다보니 가족 관계 방식과 기능이 왜곡하기 마련이다. 즉, 중독적 가족 체계이다. 이런 삶에 익숙한 배우자나 자녀들 또한 알코올 중독과 똑같은 중독적 사고 방식과 삶의 방식으로 살아간다. 이는 결국 배우자나 자녀들이 또 다시 알코올 문제에 쉽게 빠지게 한다.

알코올 의존이 가족병이라는 것은 그 원인적 요소의 하나로써 건강하지 못한 아버지와 어머니의 문제가 있다. 회복을 위하여 당연히 아버지와 어머니의 변화 그리고 부모 자식 관계의 발전이 중요하다. 특히, 아직 미혼인 자녀의 알코올 문제의 경우에 더욱 그러하다.

강원알콜상담센터 신정호 소장(연세대 원주의대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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