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주 생활의 ‘리더’가 되어야

지역내일 2010-01-28
과음의 후유증으로 생기는 손해를 겪으면 가능한 빨리 손해를 줄이려고 먼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문제를 일으키는 환자와 환자의 행동거지를 관리하고 통제부터 하려는 가족들이 많다. 특히 부모들의 경우, 어렸을 때 아무 것도 모르던 아이로 알고 끝까지 문제를 해결해주려고 할 뿐이다.

이는 회복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의존성만 조장하여 결국 문제를 더 키운다. 따라다니며 해결해준다고 딱히 언제 끝나는 것도 아니어서, 언젠가는 지치기 마련이고 그러면서 원망도 늘어간다. 그러다 보면 회복의 자연스러운 과정을 모르고 조급하게 단주만 재촉한다.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환자를 자꾸 다그치기만 하니까 단주 자체를 포기해 버리는 수도 있다.

암이라든가 심장병은 매우 위중한 질환일지라도 이는 어디까지 신체의 한 부분의 문제이다. 이러한 질환들의 경우 치료하려는 것을 선의로 보고 감사하게 받아들인다. 알코올 중독처럼 치료를 받아들이게 하는 데까지 별로 어려움이 없다.

그렇지만 알코올 의존은 이와 달리 한 인간의 인생으로서 질환이다. 한 개인의 인생에서 어떤 문제가 있다고 주위의 남들이 바로 나서서 어떻게 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심각하다고 해서 남들이 마음대로 자신의 인생을 주물럭거리게 놓아둘 리도 없고, 그렇게 한다고 해서 바로 해결될 리도 없다.

아무리 심한 병에 걸렸을지라도, 그는 여전히 나름대로 동기와 의지와 생각을 가진 한 독립적 개체라서 음주와 단주에 대해 얼마든지 의견이 다를 수 있다. 그래서 도와주겠다고 “술을 마시면 안 됩니다.”, “술자리에 가지 마십시오”처럼 행동을 제한하며 개입하는 것이 마음이 좋지만은 않다. 자아가 미숙하고 자아상이 아직 확립되지 않으면 이러한 권유를 강제나 강요로 해석하므로 상처가 된다.

그래서 보호자는 관리자가 아니라 리더가 되어야 한다. 이는 과음의 문제가 있는 사람을 어떻게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먼저 삶에 대한 태도와 행동을 바꾸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균형적, 규범적, 규칙적인 술 없는 맑은 생활의 모범이 되는 것이다. 이는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은밀히 영향을 미친다. 자꾸 단주를 들먹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으로 생활의 변화를 이끄는 우회적 접근이 좋은 전략이다.


무료 상담 : 748-5119(강원알코올상담센터), http://yonsei.alja.ac.kr
신정호 / 연세 원주의대 정신과 교수,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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