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나누는 ‘이대동문회’
선·후배 서로 따뜻한 정 나누며 삶의 지혜 배워요~
장학금 전달, 다문화가정 봉사로 다시 뭉쳐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면 여자의 시간 대부분은 가족에게 쓰여 진다. 자신만의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다. 특별히 전문성을 띄고 있는 일을 하든 아니든 가족을 떠난 삶을 생각하기란 쉽지 않다. 한해, 두해 시간이 흘러갈수록 ‘나’는 사라지고 가족이 남는다. 그렇다고 가족을 위해 살아온 시간을 후회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외로울 뿐이다. 서로의 외로움을 달래는 친정 언니 같고 이모같이 마음을 보듬어 주는 모임이 있다면 달려가지 않을 여자가 있을까? 매달 셋째 주 목요일이면 모임을 갖는 이화여자대학교 동문회를 찾아가 봤다.
■타지에서 서로의 외로움 달래며
1978년 8명이 처음 모여 모임을 시작했다. 대부분 타지에서 남편을 따라 원주에 오게 된 회원들은 친척하나 없는 원주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남편은 직장으로 아이들은 학교로 나서고 덩그러니 집에 남아 타지의 설움을 겪으며 지낼 수밖에 없었다.
비슷한 처지면서도 같은 학교를 나왔다는 이유로 첫 모임을 가진 회원들은 모임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나누게 됐다. 처음에는 가족이 함께 모이는 모임이었기에 경조사, 야유회, 부부동반 모임 등 친목을 도모하는 모임을 위주로 모이게 됐다. 타지에서 원주로 이사 오는 동문들은 원주에 모임이 있다는 것을 알고 한 명, 두 명 늘어나 현재는 2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김수영(35·판부면) 회원은 “2년 전 처음 원주에 가족이 함께 내려왔지만 친구도 없고 아는 곳도 없어 외로웠어요. 그러다 동문회가 있다는 말을 듣고 참여하게 됐습니다. 친정 언니처럼 자상하게 대해 주어서 외로움도 잊어버리고 일을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습니다”라고 한다.
■후학을 기르는 마음으로 시작한 장학금
김미령(56·단계동) 회장은 “처음 만나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생활의 지혜를 얻을 수 있습니다. 같은 학교 선·후배라는 동질감으로 금세 친해졌습니다. 그래서 모일 때마다 모아온 회비로 장학금을 전달하기로 했습니다”라고 한다.
이화여자대학교 동문회는 2000년부터 진광중학교, 원주여자고등학교 등에 매년 장학금을 전달했다.
임희숙(58·명륜동) 회원은 “진광중학교 교사 생활을 하다 보니 동문회 회비를 장학금으로 사용하는 것이 뜻있는 일이라 여겨 건의했습니다. 동문회 마음이 하나가 되어 모두 동참했습니다.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한 번만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연계해서 지속적으로 후원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각 학교에 한 학생을 정해 3년씩 졸업할 때까지 장학금을 지원 했습니다”라고 한다.
지난해에는 원주교구 태장동 성당(시목신부 김한기)에서 운영하는 다문화가정후원회에 동참해 성금을 전달했다. 또한 다문화가정을 위한 봉사활동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한국어를 가르친다거나 취미 생활을 돕는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계획 중이다.
■봉사활동으로 다시 한마음 돼
김명신(48·명륜동) 회원은 “9년 째 모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가족 같은 분위기라서 쉽게 마음 붙이고 살 수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선·후배가 한마음으로 봉사활동 다니며 따뜻한 정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딸도 이화여자대학교 3학년이라 곧 동문회에 함께 참여하게 될 겁니다”라고 한다.
첫 모임을 시작한지 어느새 30여 년이 넘었다. 새댁이었던 동문들이 할머니가 되고 언니가 되어주던 선배들이 어느새 70대의 할머니가 되었다. 원주가 본 고향은 아니지만 반평생을 원주에서 살다보니 누구보다 원주를 잘 아는 마음 따뜻한 이웃이 됐다.
김미령 회장은 “졸업과 함께 원주에서 삶의 터전을 마련하는 이화여자대학교 동문들이 앞으로도 계속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원주를 고향으로 삼으며 정을 나누는 모임으로 자리 잡기를 바랍니다”라며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문의 : 018-241-2056
신효재 리포터 hoyja@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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