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감이 키우는 병, 살 수도 죽을 수도…

우울증과 화병에서 탈출하기

울산 주부들 우울증·화병 늘어

지역내일 2009-12-11
‘젊은 울산, 활기찬 울산’의 주부들이 우울해지고 있다. 울산의 경제력으로 우울증 없는 도시 1위로 꼽혔지만 주부들의 사정은 반대가 되어간다. 통계적으로 보면 주부나 노인 등 직업이 없을수록, 어린이집 종사자를 포함한 가사서비스업이, 햇볕을 쬐는 시간이 적을수록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한다.
로뎀나무정신과 김현수 원장은 “울산은 타 도시에 비해 전업주부가 많아요. 주위에서 요구하는 주부의 역할은 정신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과도하죠. 그래서 소득이 높고 활발한 외부활동을 하는 남편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립감과 박탈감을 느껴 우울증이나 화병을 앓는 주부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한다.
‘하이블루칼라’의 남편들은 육체적 피로도가 높아 가정에서 아내와 공감대를 형성할 만한 시간을 갖기 어렵다고. 아내들의 그 공허함이 우울감이나 분노를 가져온다는 것.

가장 흔한 마음의 병
우울증은 ‘우울장애’라는 이름을 가진 ‘병’이다. 그러나 우리사회가 정신질환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 오해로 치료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김현수 원장은 “2008년 기준, 1000명 중 90%가 우울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중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 5%로 조사됐습니다. 그런데 병원을 찾는 사람은 5% 중 6%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것도 3년이 지나서 말이죠. 우울증 환자의 자살률이 15%에 이르는 것으로 볼 때 병을 키우는 꼴 밖에 되지 않습니다”고 안타까워한다.
우울증은 우울한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될 때 ‘병’으로 진단한다. 주부가 우울증을 갖게 되면 평소 우울한 기분이 이어지고 매사에 흥미와 자신감을 상실한다. 집중력 장애현상이 나타나며 피로와 무기력한 감정이 계속 된다.
밤에 잠들기 어려운 불면증세가 나타나기도 한다. 입맛이 없어지며 음식을 먹으면 소화불량, 변비, 설사 등을 하는 신경성 위장병 증세를 겪기도 한다.

치료 안하면 죽을 수도
우울증의 원인은 여러 가지지만 생물학적 원인이 지배적이다. 기분을 조절하는 뇌 신경전달물질(세르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등)의 활성도가 떨어져 뇌구조가 바뀌게 되는 것. 아무리 상담을 받거나 고민을 털어놔도 쉽사리 낫지 않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마음만 잘 먹으면 낫는 병이 아니기 때문.
김현수 원장은 “그렇기에 반드시 약물치료가 필요한 병입니다. 제때 치료를 하면 환자의 95%가 완치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자신을 통제하지 못해 죽을 수도 있는 병이죠”라고 설명한다.
우울증은 재발을 잘 한다. 김 원장은 “우울증은 조금만 치료해도 증상이 좋아집니다. 환자들이 ‘이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해 치료를 중단하는 일이 많아 재발도 잘 합니다”라며 “최소한 6개월은 꾸준히 치료를 받아야 완치가 된다”고 강조한다.
덧붙여 “특히 치료를 시작하고 3주가 가장 의욕이 충만 한데 이때 자살률이 가장 높다”고 주의를 당부한다.

쌓여서 생기는 병, 화병
우울증의 양상이 화병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흔히 ‘울화통이 터진다’고 표현하는 화병은 속에서 끌어 오르는 것을 억지로 참아서 생기는 분노나 억울한 감정을 일컫는다. 죄책감이 적고 오히려 수치심이나 모멸감으로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우울증과 달리 자살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우울증이 상실과 죄책감을 ‘내 탓’으로 돌려 생기는 병이라면, 화병은 ‘남 탓’으로 돌린다. 부당하게 당했다는 억울한 느낌이 강하고 주위의 관심과 동정을 끌고 싶어 하는 특징이 있는 점에서 우울증과 다르다.
화병은 상담만으로도 증상이 많이 나아진다. 김 원장은 “화병은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치료가 됩니다. 자신의 억울함을 배출하는 것이 치료의 시작이죠. 해서 화병은 우울증과 달리 상담이나 면담 등이 상당히 도움이 되는 질환이다”고 말한다.
화병이든 우울증이든 평상시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생활습관에서 정기적인 운동이 도움이 된다. 환자의 가족은 좋은 말과 긍정적인 말로 기를 북돋워주고, 환자 자신은 소모된 에너지를 빨리 회복시키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매사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가능하면 혼자 있기 보다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마음을 열고 시간을 보내는 것도 중요하다.
김 원장은 “모든 질병이 그렇듯이 화병과 우울증도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신병’이라는 선입견을 버리세요. 약 먹으면 바보가 되는 병도, 평생 꼬리표가 남는 병도 아닙니다.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빨리 건강하게 만들기를 바랍니다”라고 당부한다.
도움말 로뎀나무 정신과 김현수 원장
허희정 리포터 summer0509@lyc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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