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음과 상처

지역내일 2009-12-18
과음은 의도하였던 그렇지 않았던 언제나 상처와 관련이 많다. 과음을 하다 보면 예외 없이 주위 사람들에게 많은 상처를 주게 된다. 이는 단지 물리적 신체적 상처만이 아니다.

K씨가 요즘에 자녀들 때문에 몹시 속이 상했던 모양이다. 수년에 걸쳐 몇 번씩 재발을 하며 입퇴원을 반복하였던 그가 단주 모임에도 꾸준히 나오고 단주가 이어져간 것은 이제 불과 몇 달 째이다. 그렇지만 동료들로부터 공감과 격려를 받고 배우자도 좋아하여 스스로 대견해 하는데, 유독 자녀들은 아직도 시큰둥한 모양이다.

늘 불만에 꽉 차있는 아들에게 한 마디라도 할라치면 격한 말을 쏟아내어 가능하면 말을 안 하려 하는데, 하는 행동거지를 보면 마음에 드는 것이 하나도 없어 또 잔소리를 하고, 그러다 보면 한바탕씩 소동이 벌어진다고 한다. 얼마 전에도 극단적인 대립 끝에 막판에는 결코 해서는 안 될 말까지 내뱉어버렸다고 한다. “그렇게 못 마땅하면 남남으로 갈라져 살자. 내 집에서 나가라”고 하니까 아들이 한 보름 동안 집을 나가버려 노심초사하였다고 한다.

그러면서 마지막에 그는 “내가 술을 좀 많이 마신 것은 사실이지만 남들처럼 집에서 폭력을 휘두르고 아이들을 때린 것도 아닌데···. 난 그저 조용히 쓰러져 잤는데···”하면서 억울해 하였다. “그래도 밖에 나가 돈 벌 것 다 벌어 지들 공부시키고 키웠는데···”하면서 야속해 하였다.

이제 술을 끊고 잘 살아보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이를 몰라주고 늘 어긋나기만 하는 아들을 보면 꽤나 속상하였던 것 같다. 단주하겠다고 하루하루 술을 참고 버티며 살기에도 벅찬데···

다른 한편으로 자녀들이 성장하는 동안 겪었을 고통과 입었을 상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정신적 감정적 가정적 상처가 더 문제이다. 얼른 눈에 띄지 않으므로 주위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하고, 따라서 이해받고 위로받기가 더 어렵다. 당연히 치유의 기회를 놓치기 쉬운 이런 상처가 나중까지 더 문제가 된다.

당연히 있어야 하는 것이 없거나 해야 하는 것을 하지 않아서 생기는 피해도 또한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유아기나 소아기라면 절대적으로 필요한 보호나 돌봄, 애정과 관심이 바로 그런 것들이다. 그리고 이것들이 결여되거나 소홀하다면 이 또한 막심한 상처가 된다.

K씨가 더 오래 단주하면 상처에 대한 인식과 이해가 확대될 것이다. 의도하지도 않았고, 적극적으로 가격한 것이 아니라도 상대는 얼마든지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을.

강원알콜상담센터 신정호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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