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부인이 이혼 사건을 상담하러 왔다. 눈물을 흘리면서 그 동안의 고통을 털어놓다가 주섬주섬 가방을 뒤지더니 각서를 한 장 꺼내 놓았다. 남편이 쓴 각서인데 철자도 틀리고 글씨도 엉망이었다.
“앞으로는 술을 절대 마시지 않겠음. 00와도 절대 연락하거나 만나지 않겠음. 또 이런 일이 발생할 경우에는 재산 모두를 00엄마가 가져도 아무 이의 없음. 포기함. 남편 000.”
상담하는 부인은 이러한 각서가 효력이 있나요 라고 물었다.
부부 사이에 작성되는 각서는 수도 없이 보았다.
“절대 외박을 하지 않겠다.”
“앞으로 절대 욕을 하거나 폭행을 행사하지 않겠다. 만약 이를 어기면 사람도 아님(개임)” 등 코미디 같은 내용도 있지만, 이것을 지키지 않았을 때 어떤 제재를 할 수 있을까?
부부 사이의 약속 불이행 죄는 형법에 없으니 폭행죄가 모욕죄, 간통죄로만 문제가 될 것이다.
이러한 각서 중 재산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는 경우에는 법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사례 중 남편이 부동산 소개를 잘못하여 사기죄로 고소당하고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당하여 피해자들의 손해를 배상하게 되자 부부 싸움을 하게 되었고 이를 따지는 처에게 재산을 모두 처의 소유로 한다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하여 준 경우가 있었다.
남편은 그 후 다른 여자와 다시 간통을 한 것이 발각되자 처에게 다시 양도 각서, 위임장 등 관련 서류를 작성해 주기도 했다. 이를 이혼에 따른 재산 분할 협의라고 할 수 있을까?
이혼 소송에서 남편은 처와의 불화를 피하고자 작성하여 준 것일 뿐이지 이혼을 전제로 작성해 준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각서에 이혼에 관한 언급이 없고, 위 각서 작성 이후에도 부부 생활이 계속되다가 몇 년이 지난 후에 비로소 이혼 얘기가 나왔기 때문에 각서는 이혼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고 판결하였다.
재산 분할의 협의 각서는 이혼 이후에 작성되거나 이혼을 전제로 작성된 후 협의 이혼이 되었을 때에만 효력이 있다.
이혼을 전제로 하지 않는 각서는 이혼 소송에서 재산 분할 액수를 정할 때 참작될 수 있을 뿐이다.
이재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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