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주에도 성장통이 필요하다

지역내일 2009-11-12
어렸을 때 자다가 갑자기 다리가 아파서 깜짝 놀라 깨어나 구른 적도 있다. 흔히 키가 크느라고 그렇다고 한다. 소위 성장통이다. 이는 발달기 아이들의 약 25~40%에서 정상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으로, 초기에는 3~5세경부터 시작하여 늦게는 8~12살 사이에 나타난다.

키가 크면서 뼈를 싸고 있는 골막이 늘어나 신경을 자극해서 생기거나, 뼈와 근육이 서로 불균형적으로 성장한 때문이라고도 하나 아직 확실한 증거는 없다. 대개 운동을 많이 한 날 밤에 더 그러하여 낮 동안 뛰고, 달리고, 기어오르는 것 따위의 활발한 근육 활동 때문에 생긴 통증과 불편일 가능성이 높다. 한방에서 양의 기운이 음의 기운보다 더 승하기 때문이라고 하는 것도 비슷한 이야기이다.

아이들이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않고 많이 움직이는 것은 사실 감각과 근육 활동 능력을 숙달시켜 나아가는 성장의 과정이고, 성장통은 이에 따른 통증과 불편이이다. 성장은 몸만이 아니다. 사춘기가 그렇다. 감정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무언가 분출과 출렁거림의 시기이다. 그리고 분노, 갈등, 번민, 후회, 자책, 등 무언가 고통스러운 감정적 회오리에 휘말리는 수도 많다.

건강하게 자라 성숙해져 간다는 것은 이 시기에 아무런 기복 없이 탈 없이 보내는 것이 아니라, 다소간에 일탈과 변화가 필수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즉 그러한 감정적 동요를 겪으면서 감정적 처리를 익숙하게 구사하여 여기에 정통해지자면 연습과 훈련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아무런 고통이나 어려움 없이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이 있는가? 우리의 근세사를 보면 민주적 국가 사회로 성장시켜 가기 위해 많은 피를 흘리고 인고와 고통의 세월이 있었다.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하여 외채의 문제나 노사 대립과 같은 어려움과 갈등이 많았다.

한 개인이 선진 서구에서처럼 건강한 개인주의로 의식을 바꿔가자면 우리 사회의 오랜 집단주의의 압력과 고정관념과 싸워내야 하는 아픔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스물쯤 되면 성장이 완료되는 줄로 여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신체적 성장일 뿐이다.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것은 나이만 찼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나이가 60이 넘어서도 아직 너무나 소아적으로 퇴행한 사람도 얼마든지 있다. 에릭슨은 인간은 죽을 때까지 심리적으로 사회적으로 성장과 발달을 지속한다고 하였다.

자주 독립적으로 살아야 할 성인이 성장의 고통을 두려워하며 맨날 피하려고만 하고 늘 아이처럼 칭찬만 받으려 한다면 문제 아닌가? 단주를 위하여 성장의 고통은 마땅히 겪어야할 과정이다.

신정호 강원알콜상담센터 소장(연세대 원주기독병원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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