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도전하며 최선을 다하는 ‘사랑의 가위손’
내일이 만난 사람 … 사랑의 가위손 행수이발 김행수 원장
송파구 잠실동 갤러리아펠리스 지하1층에 위치한 ''사랑의 가위손 행수이발''. 고객의 머리카락을 만지고 있는 김행수 원장(65)의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6~7종류의 가위를 번갈아가며 이발을 마칠 때까지 걸린 시간은 20여분. 20분이면 그의 45년 경지를 경험할 수 있다. 이발을 마친 고객의 얼굴에도 만족의 미소가 번진다.
자신의 일과 더불어 30년 넘게 무료이발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원장을 만났다.
부산에서 시작된 명인(Master)의 꿈
“60년도에 이 일을 시작해 65년에 면허증을 취득했으니 이발일을 한 지도 50년이 다 돼 가네요. 처음엔 부모님 몰래 일을 시작했습니다. 도서관에 공부하러 간다하고 이발소에 가서 일을 배웠지요. 친구사촌 형이 부산에서 이름난 이발소를 하고 있어서 그곳에서 처음 ‘이발’기술을 배웠습니다.”
‘불고데’가 일반적이었던 그 당시 김원장은 ‘드라이’라는 새로운 기술로 입지를 다지게 됐다. 지금도 부산에서 영업 중인 그 당시 부산 최고의 미도파 이발소(중앙동)에 전격 스카우트된 것.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당당히 면접을 통해 합격했습니다. 대선배가 불고데 1명을 하는 동안 5~6명의 머리를 드라이하는 데 높은 점수를 딴 거죠.”
이때부터 김원장은 이용 분야의 실력가로 입지를 굳혀갔다.
완벽한 서비스를 위한 무한도전
코리아나서울호텔, 롯데호텔 등의 이발마스터를 역임하며 그는 실력향상 뿐 아니라 최상의 서비스를 위한 일본어, 매너교육 등에도 관심을 갖게 된다.
호텔을 방문하는 일본인 관광객들과의 자연스러운 의사소통을 위해 일본어회화책을 구입, 시간이 날 때마다 하루에 한 구절씩 외워나갔다.
김 원장은 “영어는 들어서 이해할 만큼 익숙했지만, 일본말은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공부를 하게 됐다”며 “하루에 한 문장씩 외우다보니 어느 순간엔가 일본관광객과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되더라”고 말했다.
이발마스터로서 예절교육도 시도했다. ‘5분 스피치’가 그것. 스마일교육과 45도 인사교육, 고객을 맞는 서비스교육이 모두 포함된 그만의 예절교육이었다. 완벽한 서비스를 위한 그만의 5분스피치 교육은 입소문이 나 주변에서 많은 사람들이 교육을 받으러 올 정도였다.
김 원장은 스스로에게도 철저했다. 운동할 시간이 마땅치 않았던 그가 건강을 위해 선택한 것은 새벽조깅. 새벽 2시30분부터 매일 25~35km를 달렸다. 이때 단련된 달리기 실력은 83년 마라톤풀코스 3시간 05분이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60대 중반인 요즘도 그는 종종 2~3km조깅을 즐긴다.
또한 그는 골프티칭자격증 소지자이기도 하다.
“고객과 하는 이런저런 이야기 중의 하나가 골프죠. 골프를 배우다 보니 골프티칭자격증까지 따게 됐습니다. 이발을 하며 맞춤원포인트레슨을 원하는 고객도 있답니다.”
사랑의 가위손, 행수이발
호텔의 이발 마스터이던 그만의 이발소를 꾸려 직접 운영하게 된 것은 1987년. 70년대부터 꾸준히 경기도 가평 꽃동네, 지체 장애인학교, 파고다 공원, 문래동 노숙자촌 등을 찾아다니며 매주 무료이발 봉사를 한 것이 언론을 통해 소개되면서 89년 그의 이발소 간판에는 ‘사랑의 가위손’이라는 명칭이 더해지게 된다.
‘사랑의 가위손, 행수이발’에는 특별한 만남으로 인연이 된 많은 고객들이 있다. 2주일에 한 번씩 그에게 머리손질을 받기 위해 부산에서 서울로 상경하는 사람, 특별한 일로 그를 직접 집으로 부르는 사람, 출근 전 아침 6시에 행수이발을 방문하는 사람 등등. 고객 한명한명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그는 예약제를 실시하고 있다.
그에게는 또 다른 특별한 고객들이 있다. 바로 매월 첫째 일요일마다 하남 봉사의 현장에서 만나는 무료고객들이 그들. 연중무휴로 운영되는 행수이발이지만 이날 몇 시간만은 김원장을 만날 수 없다. 대신 ‘봉사의 날입니다. 도착시간은 ○시입니다’는 메모가 그를 대신한다.
“봉사를 왜 하느냐구요? 행복해하며 돌아서는 그분들의 뒷모습에서 저 또한 행복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제가 가진 기술을 그분들께 나누어 드리고 그 대신 저는 그분들의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오거든요.”
김원장에게는 작은 바람이 하나 있다. 이발을 배우고 싶어 하는 지역의 불우한 청소년들에게 그의 기술을 가르치고 싶은 것.
“정말 이 일을 원하는 학생들이 있다면 그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기술과 인생공부를 함께 가르치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랑의 가위손 행수이발 (02)2202-8501
박지윤 리포터 dddod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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