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처방에도 늘어나기만 하는 아동성폭력

피해아동 ‘하루 3.3명’

지역내일 2009-10-13 (수정 2009-10-13 오전 10:20:32)


정부 자문위 유명무실 … 성폭력우범자 관리도 말로만
처벌강화 동시 전문가참여제 등 실행 가능한 대책시급
정부가 ‘아동성폭력 예방대책’을 쏟아 내고 있지만 아동성폭력 사건은 되레 해마다 10% 이상씩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성폭력 사건이 사회적인 화두로 등장할 때마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고민하기보단 당장 여론을 희석시킬 대증요법에만 치우친 탓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2007년 12월 안양 초등학생 사망사건에 이어 2008년 4월 대구 초등학생 집단 성폭력사건 등 아동 관련 강력범죄가 잇따르자 정부는 ‘종합대책’을 내놓았지만 대부분 제대로 집행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4월 아동청소년의 실종예방을 위해 설립한 정부차원의 ‘자문위원회’의 경우 한 번도 개최된 적이 없을 정도다. 아동성폭력 예방을 위한 정부대책이 겉돌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예방대책으로 거론되는 아동성폭력범에 대한 처벌강화 못지않게 강화된 처벌을 실제 적용할 수 있는 정책실행력을 높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만큼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정책집행력이 아동성폭력 예방을 위한 대책에서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심각한 아동성폭력 실태 = 아동성폭력 사건은 해마다 늘고 있다. 경찰청 집계에 따르면 13세 미만 아동을 상대로 한 성폭력사건은 지난 2004년 721건, 2005년 738건, 2006년 980건, 2007년 1081건이 발생해 해마다 10% 이상씩 늘고 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아동성폭력 발생사건은 1220건에 달했다. 하루평균 3.3건의 아동성폭력이 자행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아동성폭력사건 신고율이 6~7% 수준에 그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의 아동성폭력사건은 2만 여건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문제는 아동성폭력사건이 해마다 늘고 있지만 아동성폭력사범에 대한 법적처벌이 약하다는 점이다.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7년 1월부터 올 7월까지 검찰이 수사한 아동 성폭력 사범(5948명) 중 42%(2501명)가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불기소율이 높은 이유는 성폭행 피해 아동의 진술이 증거로 채택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 최영희 의원이 보건복지가족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07년 형이 확정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1839건 가운데 무기징역은 0.4%에 불과하고 42%는 벌금형 30%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아동성폭력 사건의 예방대책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다.
◆정부 대책은 쏟아내지만… = 한나라당 유재중 의원은 지난 5일 보건복지위 국감에서 정부가 지난해 4월 9개 관계부처가 참가한 가운데 최근 증가추세에 있는 아동에 대한 성폭력 납치에 대한 ‘아동 여성보호 종합대책’을 발표했지만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주요사업으로 추진한 어린이 보호구역내 CCTV 설치확대는 2009년도 100억원이 배정됐지만 전국 1408곳중 고작 142곳만 7월까지 완공됐다. 집행률은 11%에 그쳤다.
또 ‘아동실종예방 자문회위원회’ 역시 실종아동 찾기 신속대응 및 가족지원, 실종아동 발생예방 교육·홍보활동 강화를 목적으로 복지부 아동청소년 복지국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복지부 경찰청 교과부와 아동실종센터와 실종가족 등으로 구성하여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 만들어 졌지만 지난해 4월 이후 단 차례도 열린 적이 없다.
재탕대책도 문제다. 성폭력 우범자관리 강화와 CCTV 확대, 취약지 집중순찰 등은 아동성폭력사건 때마다 나오는 단골매뉴다.
정부가 오는 8일 아동성폭력 재발방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아동성폭력 관계부처 대책회의에서 강력하고 실행력 높은 대책이 나올지 주목된다.

◆강력한 처벌 앞서 실행이 문제 = 민주당 최영희 의원은 지난 5일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 아동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강력한 처벌법 제정 이전에 복지부의 복합적인 예방 정책 마련과 실행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역시 처벌강화와 함께 정책의 실행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윤상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전자발찌나 신원 공개 등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이미 실행이 되고 있다. 정부가 강화를 한다고 하는데 이런 식으로 어떤 사건이 터질 때마다 형량을 높이고 정책을 내놓는 것으로는 아동성폭력이 예방될 수 없다”면서 “높아진 형량이 실제로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법정에서 아동 진술을 성인 진술의 기준에서 보는 등 법정진술 제도에도 국민적 여론을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법정에서 진술을 거치고도 아동 진술이라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지난 3월부터 서울과 수도권 일부지역에서 성폭력 피해 아동의 진술을 조사, 분석하는 ‘전문가 참여제’를 확대 시행하는 등의 후속대책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고병수 송현경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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