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상상력이 모여 세계를 향하다
광주 시내에 판타지 소설을 집필하는 작가들의 집단이 있다. 전국 어디에도 없는 집단이다. 혼자서 생각하고 상상하며 글을 쓰는 작가들이 매일 오전 9시30분까지 두암동에 미련한 작업실로 출근해 각자 자신의 작업을 하고 오후 5시면 퇴근하는 구조이다.
대표로 있는 정성민 씨는 “어차피 혼자서 하는 작업이다. 하지만, 혼자서 판타지를 상상하고 구성하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다. 내가 아무리 잘 써 간다 해도 시장과 독자들의 흐름을 읽지 못하면 그 작품은 사장 되어 버린다. 열정을 다해 작품을 완성했지만 평가를 받을 기회조차 놓쳐버린다. 우리는 이 시장에서 살아남기를 원한다. 살아남기 위해 우리가 선택한 것이 서로 의견 개진을 할 수 있는 집단이었다. 우리는 각각의 판타지를 써가면서 절대 빠트리지 않는 것이 써 가야 할 소설의 시놉시스에 대한 토론이다. 내용과 구성, 완성도는 그 다음 이야기이다”고 단적으로 말한다.
정 대표는 지금까지 80여 권 정도의 판타지 소설을 완성한 우리나라 대표 작가이며 판타지가 우리 시장을 넘어 세계로 나아가길 간절히 바란다.
방대한 독서량만이 치열한 판타지 시장에서 작가로 살아남아
사람들은 흔히 게임만 잘하면 대학을 진학할 수 있고 그림만 잘 그리면 미술대학을 갈 수 있다고 믿지만 그것은 큰 오류다. 아니, 갈 수 있다. 하지만 요즘의 세상은 양보다 질이다. 게임만, 그림만 잘 해 갈 수 있는 대학 보다는 자신이 가고 싶은, 원하는 대학을 가려면 그만큼의 실력인 성적도 반드시 뒷받침 되어야하는 이유다.
판타지 소설도 마찬가지이다. 말초적이고 자극만을 쫓아가는 작가는 생명이 짧다. 헤리포터 시리즈와 반지의 제왕이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역사나 신화에 기초해 누구나 상상할 수 없는 상상력을 동원해 쉽지는 않지만 흥미 있는 이야기를 덧씌웠기 때문이다. 신화에 가미된 상상력을 사람들로 하여금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소문은 재미를 더해 엄청난 파장을 불러 전 세계로 팔려나간 것이다.
정 대표는 “초등학교 때 교내 도서관에서 읽은 책들은 엄청난 분량이었다. 조금 자라서는 학생회관 안까지 진출했었다. 지금도 한 달이면 50~60권의 책을 읽는다. 판타지에 관한 책들은 기본이고, 흔히들 알고 있는 각종 문학상 수상작부터 베스트셀러로 오르내리는 책, 이 달에 선정 된 책들 등, 눈으로 읽을 수 있는 모든 책들을 읽고 또, 읽는다. 책만이 내가 좋아하는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기본을 제공해주기 때문이다”며 “독서량은 이야기를 구성하고 재미있게 풀어가는 힘을 제공하는 원동력”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일단 재미가 있어야한다. 유쾌, 통쾌, 상쾌가 판타지를 읽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주인공과 자신을 일체한 자신감과 흥미를 동반한 새로운 세상을 구축해가는 느낌이 들어야 한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넓은 독자층을 가져
“판타지 작가로 5년이 넘는 시간을 가졌다. 원래 판타지를 좋아했다. 아마 도서관에서 읽고 싶은 책을 더 이상 발견하지 못하면서 선택한 것이 무협의 판타지 소설이었던 것 같다. 판타지는 내게 소설,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대학시절 정 대표는 자주 민족 통일 소속의 남총련 간부로 학생운동을 했었다. 대학에 들어가서 알게 된 세상에 대한 부조리가 그를 앞으로 나서게 만들었고, 학생운동 속에서 다져진 시각과 사상, 세계관은 정 대표의 작품 안에서 고스란히 나타난다.
<이계의 정벌기>에서는 민중무예를 하는 대학생들이 등장한다. 어느 날 다른 차원으로 넘어간 대학생이 맞닥트린 곳은 치열한 계급사회였고, 21세기를 살다간 대학생들은 강대국들 사이에 수탈당하던 나라를 지켜낸다. 계급해방을 이루어가며 새로운 세상을 구현해 간다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퍼펙트런>과 <업그레이드>에서는 한반도의 통일문제와 광우병에 관한 현실적인 문제들이 녹아들어 현실적인 문제에 아무런 관심을 가지지 않던 사람들도 이 책 안에서 자신의 의견을 내세울 수 있는 입장을 얻어간다. 공부하기 싫어하는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학교에서 부교재로 쓰는 대안을 갖기도 한다. 동북아 공정에서부터, 우리 역사를 하나씩 말살해가고 있는 중국에 대한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담고 있어 암기를 필요로 하기보다 읽어서 재미와 흥미로 점철된 정 대표의 소설이 오히려 흥미가 있어 반응이 좋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다시 진화한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깨어있는 시간, 전부를 상상을 한다. 주인공과 나를 동일시하며 작업에 몰입하고, 독자가 상상할 수 없는 의외성을 집어넣어 흥미를 돋운다. 주인공의 의식 성장과정에서 갑작스러운 반전과 예측할 수 있는 상상은 흥미를 반감하기 때문에 요소요소마다 툭, 튀어나오는 무엇인가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다.”며 “현제 작업하고 있는 작품이 완성되면 드라마나, 시나리오 등에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힌다.
문의 : 010-2647-3000
범현이 리포터 baram8162@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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