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

“몸에 해로운 식품은 비만세 내세요”

지역내일 2009-08-24 (수정 2009-08-24 오후 2:52:00)


다이어트 전도사&비만 치료 전문가 
호남형의 서글서글한 인상이 낯익다. 알고 보니 KBS 2-TV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건강 정보 프로그램 <비타민>에 고정출연하던 의사다. 이름 하여 ‘뱃살을 줄여라’ 캠페인으로 2003~2004년 13개월에 걸쳐 진행됐다. 멀게는 제주까지 전국을 종횡무진하는 캠페인이다 보니 일주일에 하루는 꼬박 지방 촬영을 위해 시간을 내야 했다.
열심히 참여한 결과 전국에 비만과 다이어트 상식을 널리 전파하는 데 기여했다. ‘복부 비만은 36인치 이상이다’ ‘밥을 규칙적으로 먹어라’ 등 건강 팁은 이 시기를 기점으로 인구에 회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시청률이 오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강 교수는 각종 대중 강연에 불려 다니며 ‘다이어트 전도사’라는 별칭을 얻었다. 진료 과목은 가정의학과.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교실 부교수이자 건강증진센터 소장이다. 이후 그의 이름을 대면 먼저 떠오르는 주제어가 ‘비만’. 국내 대형 포털 사이트 한국의 대표 인물 코너에 비만 치료 전문가로 이름도 올렸다.

“한식은 많이 먹어도 살 안 쪄요” 
무엇보다 그는 국내 종합병원에 비만센터를 처음 도입한 인물이다. 지난 1996년, 전공의와 전임의를 마치고 전임강사 발령을 받은 상계백병원에서다. 교수들 중 막내 격의 제안이지만 센터의 필요성을 인정한 백병원 백낙환 이사장은 흔쾌히 받아들였고, 모자란 공간을 위해 자신의 방까지 내어주며 성원을 보냈다. 미국 하버드대와 존스홉킨스대 비만센터를 둘러보고 모델로 삼았다. 이렇게 해서 국내 종합병원 최초로 비만센터가 문을 열자 당시 언론 보도만으로도 병원 전화가 불통이었을 정도. 전국적으로 환자가 대거 몰려들었다. 진료 외에 해외 의료진 초청 강연도 활발히 진행되었다. 그러다 친분을 쌓은 호주 시드니대의 이안 캐터슨 교수. 비만 분야의 대가 캐터슨 교수의 도움으로 교환교수 시절 진료와 연구 활동을 병행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양이 많은 편이죠. 외국 유학생들이 뚱뚱해져 돌아오는 것은 여기서 먹는 양만큼 먹어서 그래요. 그만큼 우리 음식은 많이 먹어도 살이 안 찌는 음식들이죠. 나물, 쌈, 잡곡을 많이 드세요.”2003년부터는 서울백병원으로 옮겨 비만센터와 임상영양연구소를 같이 운영 중. 지난 봄에는 병원 내 학술상에서 최다 논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열량 많고 해로운 식품 나가! 
그는 비만세를 주장한 의사로도 화제다. 학교 부근 패스트푸드 가게를 단계적으로 없애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게끔 도운 데 이어 이번에는 비만세다. 내년 시행을 앞두고 법령을 정비 중인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특별법과 관련, 몸에 해로운 고열량 저영양 식품 제조업체에 건강세 혹은 비만세를 부과하자는 의견이다. 한마디로 건강에 해롭고 열량이 많은 음식에 세금을 물려서라도 덜 먹게 하자는 주장. 그래야 비만과 성인병 때문에 생기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맛을 지키면서 몸에 좋은 저열량 고영양의 식품을 만들려면 막대한 연구·개발비와 제조비용이 추가로 필요해요. 품질 인증이라든가 건강 친화 기업 지정 등 권장만으로는 변화를 이끌기 어렵죠. 이런 업체에 세제 혜택, 연구개발비 지원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대신 그 재정 부담을 고열량 저영양 식품 제조업체에 세금으로 부과하자는 것이죠.” 고열량 저영양 식품은 어린이 건강을 해치고 비만율을 높여 의료비 상승과 국가 보험 재정에 손실을 끼치는 등 사회·경제적 비용을 높이기 때문에 세제로 지정할 명분도 된다. 물론 필수품인 식품에 세금을 붙여 가격을 올린다는 점에서 자칫 지독한 간접세로 보일 수도 있지만, 세금의 의미보다는 건강한 식품을 만드는 회사에 부담을 덜어준다는 의도로 보자는 것.
그런 점에서 비만을 유발하는 음식을 만드는 업체에 벌을 주는 차원은 아니다. 매출의 일정 부분을 받아서 건강한 식품을 만드는 회사에 돌려준다는 것. 연구·개발을 통한 기업의 R&D 경영과 같은 맥락이다. “몇 해 전 트랜스지방이 이슈화되던 무렵 제도화에 관여했는데, 국고를 동원해 트랜스지방 저감화 기술을 중소업체 중심으로 무료로 나눠줬어요. 사실 국고 재정이 무한정 들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고, 노력을 안 한 회사는 받은 재원을 웰빙 식품을 만드는 회사에 돌려주도록 한다는 개념이죠.”

비만은 개인 문제가 아니라 환경의 산물 
“미국의 비만 연구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그만큼 비만 환자도 많고 그 정도도 심합니다. 비만 문제를 개인에게 맞췄기 때문이죠. 개인의 노력이나 국가적인 치료비 지출로는 해결이 안 나요. 큰 구조 내에서 문제를 풀어야 해요.”도넛이나 햄버거의 유혹을 뿌리치고 자발적으로 맛없고 비싼 웰빙 식품을 사 먹기는 힘들다. 공급의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하면 어떨까. 영국은 도시가 차를 이용하기 쉽게 돼 있는 반면, 네덜란드는 차가 없는 대신 걷기에 좋은 곳이다. 그런 이유로 이들 국가 간 비만율은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난단다. 이처럼 비만 탈출은 도시계획과도 관련이 깊다. 서울시와 창원시를 비롯 요즘 전국 지자체들이 건강 도시 사업을 벌이는 것은 고무적인 일. 시민들이 더 많이 운동하고 더 많이 걷게끔 사회적·물리적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 도시가 시민 건강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강 교수는 비만 치료 의사 수천 명을 확보하는 것보다 이런 환경을 조성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 말한다.
조미나(자유기고가)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