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에 따른 충격은 컸다. 몇 달 사이로 두 전직 대통령을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잃은 것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제가 열려 우리들 가슴을 아프게 했던 그곳. 구 전남도청에 다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분향소가 차려져 시민들을 맞았다. 지난 22일 ‘고 김대중 전 대통령 광주ㆍ전남추모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이날 추모대회에는 시·도민 5000여 명이 참석했다.
추모위원장인 지선 스님은 “대한민국 국민의 자부심으로, 남북한 동포의 자랑으로, 세계 인류의 삶에 평화와 민주의 등불로 살다 가신 대통령님은 천만인의 가슴 속에 환생 하셨습니다”라며 애도한 뒤 “남겨진 이 땅에 모든 모순을 극복해내고 다함께 더불어 사는 대동 세상, 새 세상, 통일된 세상, 평화세상을 만들어 가겠다”고 다짐했다. 박광태 광주시장이 ‘시민에게 드리는 감사의 글’로, 문병란 시인은 ‘행동하는 양심을 위하여’라는 조시에서 “29년전 이 자리에서 거룩한 민주 수호의 피를 뿌린 눈물강 피바다 5월의 원한을 넘어 평화적 정권교체의 파도치는 금남로 백만 그 축하 인파 온밤을 새웠다”고 추모했다.
♣ 김태정(76. 첨단) - 철들 무렵부터 김대중을 연호했다. 기억이 다 난다. 하나도 빠짐없이 선명하다. 우리 광주를 살리는 일은 지금까지 김대중 외에는 없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나이도 나이지만 조금만 더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렇게 죽이려 해도 인동초로 살아 견디어 냈는데 이제는 스스로 떠나가는 것을 보니 너무 안타깝다.
♣ 김성수(62. 광산구 동곡) - 너무 오래 살았다 못 볼 것을 보는 것이 오래 사는 것이라고 옛날 어르신들이 한 말이 기억난다. 내가 투표한 대통령 선거만 해도 3~4번은 된다. 결국 대통령이 되고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자랑스러운 우리의 대통령이었다. 아마도 이제는 그만한 대통령을 볼 수 없을 것 같다. 전라도에 그만한 인물이 현재는 없지 않은가. 하루도 빠짐없이 조문을 온다. 분위기를 보고 도청을 보존하자는 서명도 하고 사람들의 표정도 살펴본다. 모두들 슬퍼한다는 말이 아마 맞을 것이다.
♣ 김은결(39. 풍암동) -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 아이들이 김대중 할아버지가 누구냐고 물어서 깜짝 놀랐다. 15살과 11살 아이들이 모르는 것이 당연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둘러서 아이들에게 역사를 보여주고 싶었다. 국화꽃으로 헌화도 하고 절도 하게 하고 의자에 앉아 지나간 편집된 영상을 집중해서 보게 했다. 초등학교에서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만 배웠지 이 나라의 민주화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남북관계의 물꼬를 튼 역할을 한 것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던 아이들이 질문을 많이 해 데리고 나온 보람이 있다. 가능하면 자세하게 알려주고 싶다.
♣김점순(79. 화정동) - 남편 먼저 보낸 심정을 다 안다. 짠하다. 내가 남편을 먼저 보내던 생각이 나 영부인이 안됐고 짠하다. 그냥 무엇을 해줄 수도 없고 묵념하고 국화 한 송이 헌화하러 나왔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이름이 김대중이다. 어렸을 때는 김대중은 우리와 달리 생긴 사람인 줄 알았다. 저리 잘 생긴 얼굴인줄은 나중에 알았다. 좋은 곳으로 갔으면 좋겠다.
♣ 이성기(43. 금호동) - 집사람과 같이 분향했다. 고 노무현 대통령 분향소가 차려졌을 때 이곳에 왔고 이번이 두 번째다. 어쩌다 광주의 심장이었던 이곳 구 도청이 일 년에 두 번이나 분향을 하는 곳이 되어 버렸는지 암담한 심정이다. 경기도 안 좋은데 술 생각만 나게 하는 날들이다. 기운이 펄펄 나고 예전처럼 살아나려고 금 모으기를 하던 시절이 다시 왔으면 좋겠다. 모두가 잘 사는 세상은 분명 오지 않겠지만 시간이 가고 나이를 먹어갈 수록 살아가는 것이 점점 팍팍해진다는 느낌은 떨칠 수 없다.
♣ 이은주(47. 운암동) - 남편과 같이 오려했는데 갑자기 문상갈 일이 생겨 결국은 혼자 왔다. 도청보존 서명도 했다. 우울하다. 평생 국상은 한 번도 볼까말까 한다는데 올해만도 벌써 두 번이나 국상을 치렀다. 그것도 두 분 다 내가 투표했던 대통령이다. 고통지수가 고 노무현 대통령 때문에 높아지기도 했을 텐데도 기분이 가라앉아 추모제를 하는 이곳에 와보고 싶었다. 대통령이라기보다 아주 좋은 사람을 잃은 것 같은 허전함이 더 많다. 순수하고 따듯한 마음을 가진 대통령으로 오래 기억하고 싶다. 남편과 다시 오고 싶다.
범현이 리포터 baram8162@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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