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기 많은 한 여름, 뜨거운 날들의 연속이다. 답답한 세월 탓인지 더운 날씨 탓인지 사람들이 시원한 것을 찾는데 익숙하다. 밖을 지나는 사람들이 신기한 듯 유리 안 맷돌을 보고 간다. ‘주정숙 청국장, 콩물국수’는 더위를 식히러 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이 자리에서는 4년째, 2대 째 50여 년 동안 청국장과 콩물국수만을 취급하고 있다.
쑥을 갈아 넣은 쑥국수로 중무장한 콩물국수는 맛이 담백하고 고소하다. 계절 별미인 콩물국수를 판매하는 곳은 부지기수지만 이 집의 맛은 특별하다. 주인이 ‘시간아, 누가 이기나 해보자’며 한 숟가락씩 맷돌에 떠 넣어 갈아낸 콩물이 이 집만의 비법이자 정성, 그 자체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오전 내내 콩을 맷돌에 갈아 판매할 분량이 만들어 지면 하루 영업을 시작한다.
자동보다 수동,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로
천천히, 쉬엄쉬엄, 느리게 가는 미학을 주인인 주정숙씨는 좋아한다. 기계로 한꺼번에 순간, 뚝딱 해치울 수 있는 콩물갈이도, 청국을 전통적인 재래식 방법으로 띄워 햇빛에 며칠 바짝 말려 가루로 내는 작업도, 자동화기기 사용보다는 두 손을 이용하고 발로 옮기는 아날로그 방식이다. “누가 쉽고 편한 것을 모르겠어요? 하지만 우리 집 맛은 어머니 때부터 손맛이었으니 그 기본에 충실할 수밖에요” 배시시 웃는 주인 얼굴이 나이를 넘어 해맑다. 콩은 친정이 있는 장흥에서 직접 사온다. 알맞게 곰삭은 김치, 상큼한 무생채, 살짝 데쳐 야무지게 무쳐낸 부추나물들이 쑥을 갈아 넣은 콩물국수와 오감을 자극하며 여름이 입 안으로 거침없이 들어온다. 아예 콩물을 들이 마시는 사람도 보인다.
화장실에서 밥을 먹어도 괜찮을 듯싶을 정도로 최상의 깔끔이다. 주방 역시 많은 손님이 왔다간 흔적 하나 없을 정도로 국물 한 방울 떨어져 있지 않다. ‘성질이 나빠서’라고 주인은 말하지만 주방을 오픈 해 둘 정도면 이미 더 이상 말이 필요치 않다.
실내는 물론 금연이고 주류도 판매하지 않아 애주가들에게 원성이 높다. 단, 정 술이 먹고 싶은 사람은 한 병쯤 직접 사들고 가면 만사 OK다. 주차도 가능하다.
●차림표 : 맷돌콩물 쑥국수 5천원. 청국장 5천원
●위치 : 전남여고 후문에서 대인시장 쪽으로 직진 30미터
●문의 : 062-226-3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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