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유학 온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조기 유학을 통해 영어를 정복하겠다는 생각에는, 유창하게 말 잘하고 (speaking), 미국인 비슷하게 혀꼬부라진 발음을 내며 (good pronunciation), 미국 사람이 하는 말을 잘 알아들으면 (listening) 영어를 잘 하는 것이라는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미국 교실에서는 ''영어를 잘 하는 것''에 대한 인식이 좀 다르다.
일반적으로 미국에서 영어를 잘한다는 것은 영어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데 아무 지장이 없는 생활 영어 수준을 넘어서 영어로 표현된 글이나 정보를 자기의 언어 수준으로 이해하고 그것에 대해 자신의 의사를 글 또는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정도를 말한다. 이 정의가 좀 복잡하게 들리면, 쉽게 말해, ''영어 읽기와 작문을 잘해야 된다''는 말이다
미국 법정에서 변론하거나, 대학 논문의 구술 발표(dissertation defense) 때 쓰는 고난이의 영어 문장은 아니더라도 인터넷상에 존재하는 영어, 영어 동화책이나 교과서에 나오는 영어를 빨리 읽고 이해하며, CNN, AFN 등에 나오는 영어를 듣고 이해하고, 그것에 대해 요약문 내지 의견을 적절한 영어로 표현할 수 있어야 잘하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에서도 이런 수준으로 영어를 잘하는 학생은 드물다. 유치원부터 12학년(우리의 고3) 학생 중 자기 학년 수준의 독해가 가능한 학생이 50% 미만, 영작문은 5% 정도라면 믿을 수 있겠는가? 미국의 약 3천개 대학에서, 하버드부터 우리 동네에 있는 퀸즈커뮤니티 칼리지에 이르기까지, 신입생에게 치르게 하는 첫 시험이 문법 철자, 작문 시험이라면 그 상황이 이해되는가? 그런데 신입생의 30% 정도가 이 시험에서 대학 기준에 미달된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고 있는 미국 학생의 영어 현실이 이렇다면, 우리도 소위, ''영어를 잘 한다''는 개념을 빨리 바꿀 필요가 있다. 미국 학생들은 대체로 1학년 2학기가 될 때 문장을 ''이해하면서(with comprehension)'' 읽기 시작한다. 물론 뉴욕 퀸즈의 26학군이나 맨해튼의 2학군처럼 1, 2 위를 다투는 학군에서는 유치원 1학기를 마치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문장을 술술 읽고, 그 내용을 입으로 자연스럽게 요약하는 구술 요약(oral summary)이 가능하다. 지난 15년간 이 두 학군이 뉴욕시의 33개 학군 중 부동의 1, 2위를 지키고 있는 것을 보면 영어 읽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금새 이해할 수 있다.
리딩타운 송순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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