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그 만한 지도자 언제 또 만날까

지역내일 2009-08-25 (수정 2009-08-25 오후 2:41:37)


거목이 국민들 앞에 가로누웠다. “사랑합니다!” 가족과 비서들의 고별인사를 마지막으로 85년의 일생이 침묵 속에 잠겼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국민의 삶을 변화시켰고, 우리 시대의 과제를 돌파하면서,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연 한국의 큰 인물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김 전 대통령은 한국 국민의 위대한 아들이었고 인권과 민주주의의 투사였다”면서 “통일에 대한 확고한 신념으로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줬다”고 평가했다.
그는 민족의 분단과 대결을 통일과 화해의 길로 이끈 ‘역사적 업적’을 남겼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과 햇볕정책은 남과 북을 한반도로 통합하는 역사의 출발점이었다.
그의 자서전 집필에 참여했던 백학순 박사는 “최근 남북관계가 악화되자 자신의 목숨을 버려서라도 이를 바로잡겠다는 결심을 여러번 비추셨다”고 전했다. 남북화해와 통일의 길을 연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역사적 인물로 만든 제1의 업적이다.
4강의 포위망에 갇혀 세계정세의 주변부에 맴돌던 한국을 국제무대로 이끌고 나간 것도 그의 탁월한 역할이었다. 그가 대통령이 되자 유럽연합 등이 한국을 국제사회의 한 주역으로 인정하게 됐다. 한국이 아시아의 성공한 민주주의 국가 아이콘이 된 것과 그의 노벨평화상 수상은 서로 떼어 놓을 수 없다.
김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 위한 ‘시대적 과제’였던 평화적 정권교체를 처음으로 이룬 인물이다. 지역주의의 차별을 딛고 평화적 정권교체에 이른 역정은 그 누가 두번 흉내내기 어려운 고난의 과정이었다.
DJ의 정책들은 한국 ‘국민의 삶’을 바꾸었다.
IT강국정책은 세계최강의 인터넷사회를 창출했다. 국민연금 고용보험 실업보험 등을 전국민 전체 사업장으로 넓히고 기초생활보장제를 도입해 국민복지국가의 기틀을 만들었다.
주5일 근무제는 문화산업의 시대를 열기 위한 시도였다.
경기도 파주에서 세브란스 병원으로 달려 온 김재양(45·사업)씨는 “그 만한 지도자를 우리가 언제 또 다시 만날 수 있을까라는 마음에 한달음에 달려왔다”고 말했다.
그 만한 지도자를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떠나는 길을 국장으로 치러 보내자는 목소리로 표현됐다. 산업화의 주도자였던 박정희 전 대통령과 민주화의 주역인 김 전 대통령을 최소한 나란히 평가하는 의전절차가 국장인 셈이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박 전 대통령만이 국장으로 치러진 바 있다.
김 전 대통령을 떠나보내야 하는 조문객들 가운데는 더러 비통에 겨워 흐느끼는 사람도 있다. 더 많은 조문객들은 아낌없이 살다간 지도자를 회상하며, 그가 떠난 빈 자리를 응시하는 숙연한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일생을 다바쳐 국민과 나라를 위해 그만큼 헌신하는 새로운 지도자가 나타날 것인지 궁금해하면서.
진병기 기자 j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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