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 휴가가 끝나고 늦더위가 시작되나 했더니 굵은 빗방울이 아침부터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오후가 되자 빗방울은 더욱 굵어졌다. 약속 시간에 맞춰 태장동으로 향했다. 태장동 골목길을 한참 따라 들어가다 보니 조그만 텃밭이 딸린 한옥이 보였다. 주차장에 여러 대의 차들이 들어선 것을 보니 오늘도 변함없이 그림을 그리기 위해 회원들이 모여 있나보다.
한국화에 빠져~사람들의 정에 빠져~
2001년 11월 14일 14명으로 처음 채색미술인회를 시작했다. 지도 작가 가당 박송자 선생에게 지도를 받던 문화센터 회원들 중 뜻이 맞는 회원들이 뭉친 것이다. 채색미술인회는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자유롭게 모여 그림을 그린다. 각자 개인 화실이 없기 때문에 가당 박송자 선생의 자택이기도 한 태장 2동에 작업실을 마련하고 회원들이 함께 사용하고 있다.
윤태숙 회장은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에는 마치 야외로 나들이 온 기분이에요. 각자 반찬을 싸와 나눠 먹죠. 반찬이 없을 때는 텃밭에 나가 상추, 고추 등 야채를 따다 고추장 푹 찍어 따뜻한 밥 한 숟가락이랑 먹으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어요. 이렇게 밥을 나눠먹으며 그림을 그리다 보니 정이 듬뿍 들었어요”라며 “지금은 서로 가족 같아요. 경조사가 있으면 마치 내 일처럼 달려가죠. 두 손 걷어붙이고 서로 도와요”라고 한다.
이순자 회원은 “그림 전시회를 다니다 채색미술인회 그림을 봤어요. 그림에 끌려서 그날로 찾아가 동호회에 들어갔죠. 그런데 지금은 사람들의 정에 끌려서 다녀요. 묵향처럼 질리지 않고 은근한 정이 깊죠. 나이도 비슷하다보니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도 넓어요. 언니, 동생하며 한가족처럼 지내죠”라고 한다.
취미로 시작한 한국화로 추천 작가의 길 걷게 돼
김애춘(63∙태장2동)회원은 “아이들 다 독립하고 뒤늦게 시작했어요. 홀로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 것보다 자연을 내 손으로 직접 채색할 수 잇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던지∙∙∙ 열심히 따라 그리다 보니 제1회 DMZ자연생태 사진∙미술 공모전 한국화 부문에서 입선도 했어요”라며 수줍은 미소를 짓는다.
채색미술인회에서는 제1회 DMZ자연생태 사진∙미술 공모전 한국화 부문에서 경이적인 수상경력을 보였다. 97작품 중 20명의 입상자를 선발하는데 채색미술인회 회원 중 6명이 수상했다. 조순호씨가 동상을 수상했으며 가작에는 윤태숙 회장, 이영애 씨가 수상했으며 입선에는 김애춘, 이순자, 최순희가 수상했다. 이뿐 아니라 윤태숙, 최순희, 김순선씨는 추천 작가로 활동하고 있을 만큼 실력있는 미술인 동호회다.
현재 채색미술인회는 1년에 1회 정기적으로 전시회를 열며 이외 초청 전시회도 다수 열고 있다. 11월 2일부터 6일까지는 원주시민센터에서 전시회가 계획돼 있으며 11월 17일부터 20일까지는 원주시청 로비에서 전시회를 연다.
인생을 새로 시작해요~
윤 회장은 “전시회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요. 한국화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섬유 채색도 하거든요. 실생활에 필요한 생활용품은 다 채색하죠. 실크 스카프, 명주 스카프, 앞치마, 식탁 러너 등 모두 수작업으로 하기 때문에 소장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아요”라고 한다.
가당 박송자(57∙태장2동) 선생은 “40~60대까지 연령층도 다양하다 보니 서로 배려해주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최선을 다하죠. 모두 나이가 든 다음에 시작했기 때문에 제2의 인생을 산다고 생각해서 몇 배로 열심히 합니다”라고 한다.
원병규(65∙개운동) 씨는 “다른 사람의 그림을 보면서 아직도 그림에 대한 신선한 충격을 받습니다. 나도 잘 그려 봐야겠다는 욕심이 나죠”라고 한다.
이영애(57∙개운동)씨 역시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갖고 싶었어요. 그림은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 줬죠”라며 행복한 미소를 띄운다.
그림에도 사람의 마음에도 고운 색을 물들이는 채색미술인회 회원들은 인생의 새로운 세계를 찾아 오늘도 바쁜 걸음을 걷는다.
신효재 리포터 hoyja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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