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꽂이를 좋아하던 옆집 엄마는 플라워 숍을 오픈하고, 평소 밸런타이데이만 되면 수제 초콜릿 만들기에 공들이던 친구는 문화센터 강사가 되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돈도 버는 사람이 하나씩 늘고 있다. 좋아하는 취미를 살려 직업으로 삼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마는 취미로 먹고살기란 그리 간단치 않다. 그나마 직접 투자해 창업으로 나서는 경우가 대부분. 취미를 살려 돈을 벌기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플랜이 필요하다. 취업 전문가들에게 단계별 노하우를 들어봤다.
진짜 푹 빠질 취미부터 찾아라
‘행복지수 공식’을 만든 영국의 심리학자 로스웰(Rothwell)은 행복을 구성하는 7가지 조건 중 ‘흥미와 취미를 추구할 것’을 두 번째로 꼽았다. 나이 마흔이 다 되도록 좋아하는 취미조차 못 찾았다는 건, 그만큼 자기 자신을 알지 못한다는 얘기. 문제는 대한민국 아줌마 중에는 취미를 모르고 살아가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07 대한민국 행복테크’에서도 행복한 대한민국을 저해하는 5가지 결핍 요소 중 자기 개발의 부족, 즉 취미 부족이 순위에 올랐다. 일반인의 5퍼센트만이 하루 10분 이상 취미 생활을 즐긴다는 보고. 현재 한류 열풍의 주역으로 불리는 이웃 나라 일본의 50~60대 아줌마들이 취미 생활 비용으로 1인당 연평균 156만2천 엔(2천100만 원)을 지출한다는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발표한 설문조사와는 대조적인 결과다. 게다가 취미로 돈까지 버는 요즘, 그동안 애 키우느라, 살림하느라 취미 하나 못 찾고 살던 이들의 마음도 분주하기만 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돈을 벌겠다는 일념으로 혹은 유행을 좇아 무작정 기능을 강조한 강좌부터 찾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말한다. 송파구 행복나눔 일자리센터 강미나 취업상담가는 “성공적인 취업을 위해서는 진짜 푹 빠져 좋아할 만한 취미를 찾는 게 우선”이라 말한다.
초·중급 과정 마친 뒤 전문가 과정에 도전하라
관심 가는 분야가 있다면 교육비가 저렴한 각종 인력개발센터나 문화센터 등에서 초급과 중급 과정을 마쳐보는 게 낫다. 본인 소질도 제대로 모른 채 100만 원을 호가하는 자격증 과정부터 들으면 돈만 날리기 쉽다. 전국 지자체별로 51개가 운영되는 여성인력개발센터나 문화센터 등 믿을 만하고 교육비가 저렴한 기관을 찾는 게 현명하다.
전문가 과정은 중급까지 과정을 마친 뒤 직업으로 연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을 때 시작해도 늦지 않다. 희망하는 직종과 관련된 자격증을 따져보거나 심화된 교육 과정을 이수하는 게 그 단계. 취업에 도움이 될 만한 심화 교육 과정을 이수하기 위해서는 강사 개인 레슨이나 관련 협회에 들어가 최소 6개월 이상 고급-창업 과정을 별도로 듣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 특히 취미 관련 자격증은 민간 자격증(대부분 수료증)이 많아 실질적으로 취업에 연결되는 경우가 적으므로, 믿을 만한 교육기관을 찾는 일도 중요하다.
커뮤니티를 확보하라
주부의 경우 인맥 관리가 어렵기 때문에 다양한 루트의 커뮤니티 확보도 중요한 대목이다. 원하는 직종의 협회나 모임 가입 등을 통해 취업 관련 정보를 얻는 것도 필수. Fine초콜릿공방 조미선 대표는 취미로 수제 초콜릿 과정을 배우던 중 강사 제의를 받아 활동하다가 입지를 다진 뒤 공방을 차린 케이스다.
문제는 한 가지 직종이라도 여러 협회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협회에 따라 교육 과정이나 비용도 천차만별이다. 결국 자신에게 필요한 강사나 협회를 잘 찾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협회를 찾아가 상담해보는 등 발로 뛰어 정보를 얻으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창업을 원하는 경우 협회의 도움을 받는 게 유리하다. 협회와 같은 커뮤니티를 통해 관련 업종 창업을 해본 사람이나 프리랜서로 활동해보는 사람 등에게 다양한 실전 노하우를 전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부 인턴제를 적극 활용하라
경력이 없는 주부라면 곧장 취업 전선에 뛰어들기보다는 주부 인턴제 등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섣불리 일부터 벌이지 말고 아르바이트나 실습, 인턴 개념으로 짧게 시간제로 근무해보는 게 취업에 도움이 된다는 것. 정규직을 고집하기보다는 여러 군데서 경력을 쌓은 뒤 원하는 직종으로 옮기는 게 성공의 지름길이다.
전문가 과정을 마친 뒤 무턱대고 쇼핑몰이나 오프라인 숍, 공방 등을 내는 것도 위험한 선택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 파트타임 등으로 취미 생활이 일이 되면서 겪어야 하는 시행착오를 마스터해보는 시간도 필요하다. 특히 창업의 경우 다양한 경험을 한 뒤 오픈해야 실패의 확률을 낮출 수 있다. 남이 하는 일이 눈으로 보기에나 쉽지 실제 닥쳤을 때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눈높이와 기대치를 낮춰라
취업이든, 창업이든 기대치를 낮추는 작업도 필요하다. “취업시 희망 월급을 물어보면 대부분 150만 원 선을 얘기하지만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어요. 많이 받아봐야 80만~100만 원 선이죠.” 강미나 취업상담가의 얘기다. 자격증(혹은 수료증)을 따기까지 들인 비용과 시간을 생각한다면 본전 생각이 날 만도 하지만,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라는 조언이다. 커리어 문지영 홍보팀장은 “취미를 직업으로 삼는 것은 일을 즐기면서 한다는 긍정적인 요소도 있지만, 자칫 수익 구조를 살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일과 수익성의 연결고리부터 찾으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지나침보다는 모자라는 편이 낫다는 의견도 있다. 조미선 대표는 취미로 성공적인 창업을 하기 위해서는 돈에 대한 욕심부터 거두라고 말한다. 그가 운영 중인 초콜릿 공방 역시 시즌을 타는 일이라 비수기에는 거의 손 놓고 있을 때가 허다하다고. 하지만 처음 초콜릿 공방을 차리며 맛난 초콜릿을 사람들과 나누겠다던 마음가짐을 잃지 않으려고 늘 노력한단다.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즐거움과 돈벌이의 균형, 당신의 취미 생활이 성공적인 직업으로 서기 위한 마지막 조건이다.
문영애 리포터 happymoon30@naver.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