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등장한 5만 원권, 직접 써보니

“물가 상승 걱정 없다지만, 아직은 불편해~”

지역내일 2009-07-21 (수정 2009-07-21 오후 6:23:12)


지난 6월 23일, 5만 원권 지폐가 첫선을 보였다. 근 36년 만에 발행된 고액권으로 온 국민의 관심은 물론, 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에 대한 예측도 다양하다. 하지만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위폐 방지형 은선 부분이 벌어지고, 위폐가 유통되는가 하면, 5천 원권과 헷갈려 손해를 봤다는 등 이래저래 말들이 많다. 여성이 최초로 지폐에 등장한 점만으로도 왠지 반갑고, 궁금하고, 친해지고 싶은 5만 원권, 자세히 들여다보자.  나혜진 리포터 happom@naver.com
신권 발행 당시부터 가장 크게 염려한 부분은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다. 지출 기준이 5만 원에 맞춰질 수 있다는 것. 경조사 비용이나 세뱃돈, 자녀 용돈 등은 3만 원 대신 5만 원이 주가 될 것이며, 외식업이나 유통업계에서는 5만 원에 맞춘 상품을 개발해 소비의 기준을 5만 원으로 끌어올릴 것이라는 예측이다. 현금 거래를 주로 하는 소규모 상인, 배달원, 택시기사 등은 1만 원권 잔돈을 넉넉히 준비해야 하는 번거로움에 한숨을 쉬고 있다고.
5만 원권이 발행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시중 유통 비율은 낮다고 한다. 처음이라 신기한 마음에 교환은 많이 하지만 아직은 소장용 수준이라고. 빳빳한 새 지폐를 써보고 싶은 마음도 있고, 실제로 주위의 반응을 알아보고 싶어 본격적으로 5만 원권 쓰기에 나섰다.

은행에서 5만 원권으로 교환하기
10만 원권 수표 2장을 들고 은행으로 향했다. 은행 직원에게 “5만 원권으로 교환하려면 일반 창구를 이용해야 하나요?”라고 묻자 다음 번호가 바뀔 때 슬며시 내밀면 바꿔줄 것이라 했다. 번호가 바뀐 틈을 타서 잽싸게 실행했지만 거절당했다. 이유인즉 수표였기 때문. 결국 현금지급기에서 현금 20만 원을 찾은 뒤 창구에서 5만 원권 4장으로 바꿨다. 창구 직원에게 신권 교환이 많았냐는 질문에 “며칠은 교환을 많이 하셨는데, 5만 원권을 쓸 곳이 없다며 다시 1만 원권으로 교환해 가는 손님들도 계셨어요”라고 말했다. 의외였다. 빠닥빠닥한 신권을 손에 쥐고 보니 사용하지 않아도 지갑에 한 장쯤 넣고 다니고 싶을 정도로 비주얼은 훌륭했다. 

택시 타기
본격적으로 5만 원권을 사용하기 위해 택시를 탔다. 남구로역에서 약속 장소인 부천시립도서관까지는 20~30분 거리. 이 정도면 택시비가 1만 원 미만이 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택시 기본요금도 2천400원으로 올랐고, 도서관 위치를 잘 몰라 조금 헤맨 탓에 1만800원이 나왔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기사님, 5만 원권인데 잔돈 있으세요?” 순간 아저씨의 표정이 달라졌다. 조금 전만 해도 친절하게 말씀하던 분이 아무말 없이 두 개의 지갑에서 번갈아 잔돈을 꺼냈다. 잔돈으로 3만9천200원을 받아들고 “감사합니다” 하며 씩씩하게 내렸는데, 아저씨 반응은 영 시큰둥했다. 이 번거로운 거래에 마음이 상한 모양이다. 1만1천 원을 내면 간단히 200원만 거슬러주면 될 것을 굳이 5만 원권을 내서 사람 피곤하게 하냐는 심사인 듯. 하지만 앞으로 이런 일이 빈번하게 일어날 터, ‘택시기사님’ 긴장 좀 하셔야겠다. 

점심 먹기
도서관 앞에서 친구를 만나 근처 김밥집으로 들어갔다. 김밥, 라볶이, 순두부를 시켰는데 9천 원밖에 안 나왔다. 조금 전 택시에서 그랬듯이 이 낯선 5만 원권을 선뜻 내기에는 마음이 참 불편했다. 아주머니는 잠깐 놀라더니 아무 말 없이 앞치마에서 돈다발을 꺼내 거스름돈을 주셨다. 밥값으로 5만 원권 많이 받았냐고 묻자 “오늘 처음인데 큰일이네. 돈이 이렇게 값어치가 없어져서…”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긴, 분식집에서 1만 원도 안 되는 점심을 먹고 5만 원을 내미니 5만 원이면 큰돈인데 마치 1만 원처럼 인식되는 상황에 한숨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재래시장에서 장보기
마지막으로 재래시장에 채소를 사러 갔다. 감자 한 바구니, 아욱 한 단, 새송이 버섯 두 봉지를 담았더니 7천 원이란다. 이번에도 살짝 미안한 마음에 지갑을 찾는 척하다가 봉투에서 5만 원권을 꺼내 내밀었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5만 원권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흔들어보는 등 의심의 눈초리를 날렸다. 순간 당황해 “이거 위조지폐 아니에요”라며 아주머니를 안심시켰다. 아주머니는 “나 오늘 이거 첨 받아보네. 여태 5만 원권 낸 손님 한 번도 없었어”라며 잔돈을 거슬러줬다.

5만 원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5만 원권을 직접 사용해보니 10만 원권 수표보다는 확실히 사용하기 편했다. 하지만 돈의 가치가 왠지 1만 원권 5장보다 가벼운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1만원 미만의 계산을 할 경우 익숙해지지 전에는 사용하기 불편할 것 같다. 
전문가들은 고액권 화폐 발행과 물가 상승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한다. 서비스나 상품 기준이 5만 원에 맞춰짐에 따라 씀씀이가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지만, 그도 마음먹기 나름. 4만9천 원이라는 문구에 현혹되지 않으면 된다. 일반적으로 9천900원이 1만 원 미만이라는 생각에서 싸게 느껴지듯이 5만 원권도 점차 익숙해지면 4만9천 원이 왠지 싸다고 느껴질 듯. 특히 백화점에서 4만9천 원 상품에 지름신이 들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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