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아이의 여름방학 계획은?

엄마 성향 따라 아이 방학 일정 다르다

지역내일 2009-07-20
학습 보강형, 체험 학습형 등 방학이라 바쁜 경우 다반사

여름방학이 시작됐다. 덩달아 엄마들의 마음이 바빠지기 마련인 시기다. 아이들의 부족한 공부를 보충해주고 싶고, 2학기 대비 선행학습도 시켜야 하고, 각종 체험도 시키고 싶기 때문이다. 교육에 관심 많은 엄마들은 이미 방학이 되기 1~2개월 전부터 여름방학 계획을 짜기 위해 다양한 정보수집에 나선다. 하지만 한 달 남짓한 여름방학은 어쩌다 보면 하루가 금세 가버리고 자칫 아이들과 씨름하다 무의미하게 보낼 수 있다. 우리 지역 초등학생들의 방학 계획을 들어봤다.

무슨 소리, 방학에는 당연히 공부해야지...
요즘 아이들은 방학이라서 더욱 바쁘게 하루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 학습적인 것은 물론 예체능 분야에서 한 가지라도 재능을 키워 ‘다재다능한 아이’로 만들고자 하는 사회 분위기와 부모의 욕심에서 비롯된 결과다. 이런 상황이 힘겨운 아이들은 방학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초등 4학년, 1학년 자녀를 둔 김현아(송파동)씨는 “초등학생들도 기본적으로 2~3개씩 학원에 다니는 경우가 보편적이다. 공부할 것은 점점 늘어나고 악기 연주나 체력 기르기 등 초등시절에 할 것이 워낙 많기 때문에 방학이라고 엄마들이 아이에 대한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고 전했다.
5학년과 1학년 자녀를 둔 정 모(명일동) 씨도 아이의 방학 일정을 학원 특강으로 도배를 해 둔 경우다. “요새 방학이라고 노는 아이들이 어디 있나요. 아침에 학교 대신 학원가서 2~3시간씩 특강 듣고, 숙제하고, 쉬었다가 또 학원가고... 학원에 가야 친구들을 만날 수 있고 다른 아이들 상황도 비슷하니까 저희 딸도 그러려니 하고 불만이 없다”고 했다.
공부 보충을 위해 학원특강을 100% 이용하는 엄마들은 ‘학습 효과 외에 아이와 싸우지 않고 방학을 원만하게 보내려면 학원에 맡기는 것이 속 편하다’는 얘기도 종종 한다. 집에서 아이와 부딪칠 시간이 많을수록 아이와 싸우게 되고 관계악화만 된다는 것.

방학 중 체험학습이 최고야
초등학교 시기에는 아무래도 체험학습이 중요시되다보니 방학에는 체험학습 위주로 계획을 세우는 경우도 많다. 일반적으로 학원 시간 틈틈이 공연이나 전시 체험 기회를 주거나 가족끼리 휴가기간을 이용해 체험학습을 가는 것이 대다수. 간혹 학기 중에 다니던 학원까지 중단하고 방학에는 체험여행을 하면서 특별하게 보내기도 한다.
초등 5학년과 4학년 자녀를 둔 이수연(잠실동) 씨는 여름방학에는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지 않는 조금 특별한 엄마다. “학기 중에는 학원에 다니지만 3년 전부터 여름방학에는 학원을 보내지 않아요. 2학기 교과서를 함께 들춰보고 방학 중 체험학습 할 장소를 정해서 나들이 계획을 세운다”고 얘기했다. 또, “나들이 일정이 없는 날은 집에서 함께 책을 읽거나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여유로운 방학이 참 행복하다”고 귀띔했다.
박민선(문정동) 씨도 이번 방학에는 과감한 결정을 했다. 5학년 아이가 다니는 영어 학원을 방학만이라도 중단하기로 한 것. “지친 아이를 쉬게 해주고 싶어서 결단을 내렸어요. 학원 때문에 다른 계획을 세우기도 힘들고...영어동화책이랑 비디오 보면서 영어에 대한 감은 유지시키려고 해요. 시골에도 다녀오고 서울시내 유적지도 다녀보고 뜻 깊게 보낼 생각이에요”라고 얘기했다.
직장에 다니는 엄마의 경우 엄마의 소신이 있다하더라도 여건 때문에 자녀의 스케줄을 꽉 채울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 은행원인 김현지(가락동) 씨는 “방학에는 아이들에게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고 싶은데 직장에 다니는 엄마라 불가능하다”면서 “방학마다 믿을 수 있는 기관에서 진행하는 캠프에 2개 정도 참여시켜 그나마 위안을 삼는다”고 전했다.

자녀와 관계 쌓기, 기상시간 엄격하게
아무래도 방학에는 부모와 자녀 간에 말다툼이 잦다. 학원에 보낸다 하더라도 점심때가 되면 밥 챙겨줘야 하고 학원 일정에 맞춰 아이를 독려해야 하기 때문 엄마의 스트레스도 증가된다. 중1 아들을 둔 최선자(자양동․39) 씨는 “사춘기를 겪는 아들이 부쩍 말수가 줄어든 데다 엄마가 하는 소리를 모두 잔소리로 생각해 여름 방학에 함께 부대낄 일이 걱정스럽다”고 하소연했다. 고2, 고1 아들을 둔 송미성 씨(대치동․45)는 “자꾸 아이와 싸워서 서로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기면 아이의 학습의욕까지 떨어지더라”면서 “덕을 쌓는 심정으로 엄마가 한결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아이에게 보조만 해주겠다고 생각하니 편해졌다”고 경험을 전했다.
박지연(고덕동) 씨는 “여름방학 중 기상시간만 확실히 지켜도 방학계획 절반은 성공한 것과 같다”며 “여름방학은 특히 눈 깜박할 사이에 지나가므로 거창한 계획을 세우는 것 보다 방학동안 아이가 하고 싶은 일과 엄마가 요구하고 싶은 것을 적당히 합의를 봐서 계획 한다”고 말했다.

김소정 리포터 bee4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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