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최고<33> 한산초등학교 예절교실

“우린 어머니들에게 예절 배워요!”

지역내일 2009-06-14 (수정 2009-06-14 오후 1:23:58)

지난 11일, 강동구 둔촌동에 위치한 한산초등학교(교장 김수자, 교감 김수남·황은숙)의 예절실. 교실 두 개를 합쳐놓은 크기의 예절실 안이 한복을 입은 학생들로 북적인다. 오늘은 3학년 8반 예절수업이 있는 날. 한복을 입고 한껏 들뜬 학생들 사이로 한복을 입은 세 명의 어머니들도 눈에 띈다. 오늘 하루 선생님이 되어 학생들에게 예절을 가르치고 있는 이들은 ‘어머니 명예교사’들. 이들 명예교사 중에는 바로 전날(10일) 예절지도자 과정 수료증을 받은 새내기 명예교사도 있다. 한산초등학교는 예절교실 ‘어머니 명예교사’ 양성을 위해 8주 동안의 예절지도자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바른 마음과 몸가짐은 기본
한산초등학교 예절교실은 11년 동안 지속되어 온 이 학교만의 특별한 교육으로, 1~6학년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1년에 학급당 2시간씩 진행된다.
김수자 교장은 “학생들의 인성을 위한 예절교육은 공부 못지않게 중요한 교육”이라며 “기본적인 예절과 남을 배려하는 우리나라 기본 정서를 꾸준히 배움으로써, 스스로를 사랑하고 남을 포용하는 넓은 마음가짐을 가지게 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학생들도 예절교육을 통해 조금씩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평소 두 손을 모으고 선생님께 인사하는 예절바른 모습, 차분하게 질서를 지키며 학교생활을 하는 실천적인 모습, 매사에 ‘죄송합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란 말을 즐겨 쓰는 긍정적인 모습, 이 모두가 꾸준한 예절교육에서 비롯됐다고 교사들은 믿고 있다.
한산초등학교에서 지도하고 있는 예절교육은 개인생활, 가정·이웃 생활, 전통예절의 크게 세 가지다. 1학년은 인사예절과 생활예절, 2학년은 인사예절과 학교생활예절, 3학년은 전통 배례(절하는 법), 4학년은 한복 바르게 입기, 5학년은 다례(茶禮), 6학년은 통과 의례를 배우게 된다.

우리 엄마는 예절 선생님
이 학교의 예절교실이 특별한 또 한 가지 이유는 바로 ‘어머니’들이 수업을 진행한다는 점이다. 예절실 운영위원(총22명)인 이들 명예교사 어머니들은 학생들에게 예절을 보다 더 정확하고 잘 가르치기 위해 8주간의 예절지도자 과정을 수료해야 한다. 일주일에 두 시간씩 8주 동안 진행되는 수업이 힘들기도 하지만 이들 명예교사들은 학교와 아이들을 위한 일이기에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다.
예절실 운영위원 회장 홍은주(42·둔촌동)씨는 “한산초등학교의 자랑인 예절교실에 동참하는 것을 뿌듯하게 생각한다”며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예절과 전통을 가르치는 일이기에 예절지도자 과정에 참여하는 어머니들의 마음가짐도 남다르다”고 말했다. 또 “한번 학생들에게 예절을 가르쳐본 어머니라면 아이가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계속 예절실 운영위원에 참여할 정도로 자부심과 열정을 갖고 예절교실에 동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어머니들이 수료해야 하는 8주 수업 프로그램은 바른 마음과 바른 몸가짐(큰절·평절), 우리 옷 바르게 입기(통과의례복식), 인사예절(관례·계례의미와 절차), 관례 계례(성년식)생활예절, 생활다례이론, 생활다례실습 등이다. 8주간의 수업을 모두 마치면 시연 발표와 평가회가 진행되고 수료식을 통해 수료증도 받게 된다.
한편 이 모든 과정은 실생활에 큰 도움이 되는 예절이라 어머니 스스로도 배우는 것이 많다.
예절실 운영위원 부회장 정선숙(41·둔촌동)씨는 “5년째 예절교실에 참여하고 있는데 아이는 물론 나 스스로도 배우는 것이 많아 생활에 큰 도움이 된다”며 “꾸준히 예절교실에 참여하면서 몸가짐도 조심스러워지고 저절로 겸손해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제 ‘절’이라면 자신있어요
학년마다 다른 내용의 예절수업을 받지만 매 예절시간마다 강조되는 것이 있다. 바로 인사예법과 절하는 예절이다. 인사를 할 때에는 언제나 두 손을 맞잡고 허리를 숙이는 것, 큰절과 평절의 의미를 알고 제대로 된 자세로 절하는 것 등은 이제 이 학교 학생들에게 익숙하다.
김영은(4학년) 양은 “이번 예절 시간에는 한복 입는 법과 고름매는 법을 배웠지만, 항상 인사와 절하는 예법을 복습한다”며 “학교에서 절하는 걸 배운 후부터는 어른들에게 ‘절을 예쁘게 잘 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자랑했다.
박혜수(6학년)양은 “배례와 5학년 때 배운 다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절하는 것과 다례는 언제 어디서든 자신있다”고 말했다. 또 박양은 후배들에게 “예절시간은 그저 재미있게 흘려보내는 시간이 아니라 우리나라 예절을 더 잘 알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라며 “진지하고 차분하게 예절을 배우기를 바란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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