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여성들이 더불어 일구는 생명

“사람과 사랑의 어울림 생명터”

지역내일 2009-06-10 (수정 2009-06-10 오후 5:15:08)
일 년에 일곱 여덟 번씩 돌잔치를 하는 정겨운 이곳. 돌상을 받아 앉아 의젓하게 사진을 찍는 아기 천사 태운이가 오늘의 주인공. 엄마는 아들의 돌을 맞아 고마움과 상기된 마음을 음식으로 대접한다. 두 모자는 이곳 생명터를 찾아와 1년 넘게 머무는 동안 정서와 생활의 안정을 찾았고 올 봄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향하여 떠날 계획이다. “이가 돋아 엄마를 기쁘게 하고 또 일찍 걷고, 태운이는 참 빨리 자라는 아이예요.”라고 말하는 김우매 원장님으로부터 미혼모들의 중장기 쉼터인 생명터에 대해 들어보자.

만 세 돌이 지난 생명터에서는.
마산시 회원 2동 국제 주유소 뒤 기찻길 옆 골목 2층집. 카톨릭의 생명(건강가정 밥상 환경 낙태방지 등)운동을 기반. 마산교구 여성연합회에서 2004년 설립하여 햇수로 5년을 지나는 이곳. 뜻하지 않게 막막한 처지를 당한 아이들을 도와 자립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가 그 바탕이다.

원장과 사회복지사 숙직담당 여사와 현재 4가정의 미혼모 세대가 공동체를 이루어 살고 있다. 설립 당시 규정이 10명 미만의 정원으로 정해져 4가정 이상이 살 수가 없다. 간호 자격증을 따기 위한 공부와 졸업 자격을 얻기 위해 검정 시험을 준비, 그리고 임시 중단한 대학에 다시 복학의 계획을 세우고 있는 엄마까지.

4가정의 엄마들은 다들 20세 남짓으로 모두가 공부하는 엄마들이다. 삶의 기로에서 당당하게 자기 주도적 선택에 따라 행동하는 이들의 추진력이 엿보인다. 연인과의 사랑에서 무방비 상태에 아무런 계획도 준비도 없이 생명이 들어 왔고. 현실과 이성 그리고 감정 사이에서 인간적인 고민을 지나 생명을 선택한 사람. 그 선택에 따른 주변과의 갈등과 반대까지 극복해낸 힘 있는 여성들. 그 아름다운 엄마와 아이가 한 가정을 이루어 이곳 생명터에서 새로운 출발을 위한 준비 작업에 충실하다.

현실과 사실에 대한 정리된 자기 확신을 따르는 건강한 여성 건강한 엄마들. 시선의 중심을 인간 자체라는 가치와 생명에 두며 나아가 아이 아빠에게 예속된 사고나 선택을 스스로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후원금에만 의지하던 때를 지나 미혼모법에 따라 더 확대된 혜택을 받게 되어, 이곳에서 생활하는 동안 필요한 비용은 생명터를 통해 전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아이 양육과 자기실현을 위한 지원은 물론 한 달에 20만 원씩 용돈도 받아쓴다. 사회의 시각과 의식의 확장을 피부로 느끼게 되는 흐뭇한 모습이다. 무작정 미혼모만 흠 잡던 편협한 과거의 시선과는 달라진 사회의 따뜻한 의식이 감사하다.

생명터에 모여 사는 식구들
생명터는 문을 열던 당시 초창기에는 자기 욕심에만 급급한 몇몇의 입소여성 때문에 어려움도 겪었다. “이곳에서 생활과 정서의 안정을 기반으로 앞으로 행복한 가정 당당한 가정으로 자라기를 바라는 것이 가장 큰 소망”이라고 말하는 김우매원장. 2005년 이곳을 맡은 이후부터 여러 엄마와 아기를 만나 서로의 성장을 일구어 왔다.

이곳 생활은 1년 기간이 기본이며 공부가 덜 끝났다거나 하는 상황에 따라 2년까지도 연장이 가능하다. 생활 지원 이외에 개인상담 집단상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한 지지와 사랑의 위로를 받을 수 있다. 여성부를 통해 육아와 관련한 양질의 정보와 책을 지원 받는 등 전반적으로 안정되고 따뜻한 생활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생명은 무엇보다 보호받고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을 실천하는 우리사회의 참된 모습이다.

효인 태운 한결 과 그 엄마들의 지피지기
지피지기(知彼知己)와 동병상련(同病相憐), 함께 모여 사는 동안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점이다. 서로의 처지를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된다. 반면 아이들의 월령이 제 각각이라 한 아이가 자면 하나가 깨서 울고 하는 등의 환경이 쬐금 불편하다고 한다. 말이 엄마이지 사실 20살이면 아직 미성숙 상태의 청소년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아의 어려움을 당당하게 감당하고 처신하는 그녀들을 보며 감사와 대견함 안쓰러움과 존경심까지 느껴졌다.

거실에 아이 사진을 늘어놓고 아이와 추억 나누기를 하고 있는 한결이 엄마는 20살. 드라마 커피프린스를 보며 공유처럼 다리가 길면 좋겠다는 소망에서 아이의 이름을 한결이라 지었단다. 아이 아빠이자 남자친구는 현재 군 복무 중인데 며칠 전에도 휴가 나와서 만났다. 그 친구와 결혼을 할지는 고민 중이다. 주어진 현실이 주는 대로만 자기의 운명을 결정짓게 하는 것이 바른 선택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을 원하고 있고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자기를 향해 계속 묻고 있다.

어떠한 선택을 하든지 그녀의 결정에 대하여 응원과 지지를 보낸다. 그녀들에게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물었더니 “놀고 싶어요.”라고 한 입으로 말하는 순간 반가움이 밀려왔다. 얼마든지 신나고 꿈 많은 20대의 청년들, 그들의 순수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전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자신을 포함한 주변 현실과 자신의 욕구 사이를 적절하게 정리. 순서를 매길 줄 아는 용기 있는 그녀들에게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인다. 당장의 질곡이 생의 전부가 아니 듯. 생명에 초점을 두고 인간존중을 실천한 그녀들의 선택이 반드시 행복과 기쁨의 앞날로 이어지기를 확신하고 싶다. “애 한번 낳아보고 말하라고 하고 싶어요”라며 선택의 기로, 같은 처지로 갈등하는 여성들에게 던지는 한결 엄마의 옹골찬 한마디이다. “태운이 덕분에 이혼한 우리 엄마 아빠가 재결합하게 되었죠. 복덩이 태운이가 없으면 살수 없어요. 제가 참 선택을 잘 했죠.”는 태운 엄마가 던지는 행복한 말이다.

미니 인터뷰 : 김우매원장(62)은 천주교 마산교구 소속 여성연합회장이다. 교사출신인 그녀는 3년 전부터 생명터 엄마들의 엄마 아이들의 할머니를 자처. 가르치기보다 행동으로 어린 엄마들이 배우기를 바라는 맘으로, 생활 속에서 먼저 행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그 소망을 실천한다. 우아한 모습과 부드러운 목소리로 “낳아 준 것도 고마운데 입양하지 않고 자기가 직접 키우겠다고 하는 엄마들이라 더욱 예쁘고 사랑스럽습니다. 혼자서는 힘이 들었겠지만 여기 들어와서 힘을 얻고 방향설정을 확실하고 뚜렷하게 해요.

치유되고 성장해가는 이들을 바라보며 참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김원장. 이곳에서 살다 나가는 가정이 다들 행복하게 사는 것. 아기들이 자라서 우리나라의 건강한 기둥이 되는 것. 모두가 건전가정으로 살아가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단다. “안타깝게도 이곳을 찾아오는 아이들 대부분이 건전가정과 부모로부터 이성을 보는 바른 시각이 자라지 못했음을 확인합니다. 건전가정이 건강하고 소신 있는 사고를 바탕으로 하는 건강한 사회를 이루는 것 같습니다.”라고 하면서 모든 아이들에게 일찍부터 참 성교육이 필요함을 새삼 절감한다고 말한다.
윤영희리포터ffdd77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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