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알아서 할 때가 되었는데···VS 엄마, 오늘은 무슨 과목 공부해?

지역내일 2009-06-24

근래에 필자의 학습상담소를 찾아오는 부모들이 공통적으로 원하고 강조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자녀에게 ‘자기주도 학습 태도’를 형성해주는 것이다. 일일이 개입하고 잔소리 하지 않아도 자녀가 스스로 알아서 공부한다면 부모로서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으나 안타깝게도 부모의 바람과는 달리 점점 더 의존적이고 수동적인 학습 태도를 보이는 자녀 때문에 당혹스러워하는 부모를 자주 만나게 된다.
초등 저학년 때에는 ‘아직 어리니까 그렇겠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것이 고학년 심지어 중학생이 된 지금에도 툭하면 ‘엄마, 오늘은 무슨 공부해?’, ‘이것도 외워야 해?’, ‘문제집 어디까지 풀어?’ 등의 질문을 하고 학습계획과 학습방법 등을 일일이 알려주지 않으면 공부할 것이 없다는 듯이 행동하는 자녀를 보면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에 다급하게 조언을 구하게 되는 것이다.
자녀가 자기주도 학습 태도를 형성하려면 부모는 다음의 두 가지를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첫째, 자기주도 학습 태도는 자녀가 성장함에 따라 저절로 획득되는 것이 아니며, 단기간에 쉽게 형성되지도 않는다. 오히려 오랜 기간 동안의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훈련과 시행착오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둘째, 그러므로 자녀의 시행착오를 이해하고 격려해주면서 기다려줄 수 있어야 한다. 자녀의 수동․의존적인 학습태도 때문에 걱정이라는 부모들의 학습개입 방식을 분석해보면, 일방적인 부모 주도하에 문제풀이 및 강의식 설명 중심으로 이루어진 경우가 매우 많다. 예를 들면, 부모는 자녀에게 ‘오늘은 국어문제집 100-110쪽, 수학문제집은 85-90쪽까지 풀고, 모르는 문제는 별표해라’라고 지시한다. 자녀가 문제를 다 풀면 부모가 채점한 후 틀린 문제에 대해 설명해주면 그날 공부가 끝나는 것이다.
자기주도 학습의 핵심은 자기 스스로 학습을 계획하고, 관리 및 점검하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위와 같은 학습개입 방식에 익숙해진 자녀는 다른 사람이 자신의 학습을 계획, 관리, 점검해주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게 되고 결과적으로 의존적인 학습 태도를 보이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학습개입 초기부터 자녀가 자신의 학습 계획을 세우고 관리 및 점검하는데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어야 한다.
처음에는 부모가 주도하되 자녀가 함께 자신의 학습을 계획, 관리, 점검하게 하다가 점차 자녀가 익숙해지면 단계적으로 부모의 개입을 줄여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기주도 학습은 어른에게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이 과정에서 자녀가 보이는 시행착오 및 어려움 호소에 대해 지지적인 태도와 함께 지속적인 관심과 격려가 이루어져야 한다.

마인드 학습 클리닉 이기현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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