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 - 삶 전체가 감사한 ‘인디언 수니’(37)

노래는 내 운명!

지역내일 2009-06-22 (수정 2009-06-22 오후 4:20:37)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주변과 더불어 살아가
5월부터 거리에서 살았다. 정확히 말하면 구 도청 앞마당에서 살았다. 5.18민중항쟁의 뜨거운 거리라고 해야 정확한 표현이겠다. 구 도청의 존치를 논하는 자리에서부터 노래를 시작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도 그녀의 노래는 빛을 발했다. 구 도청으로 문상을 하러 온 많은 사람들이 수니를 보았고 그녀의 애절하고 호소력 짙은 노래를 들었다. 사람들이 많을 때도 있었고 손가락으로 셀 만큼의 적은 숫자도 있었다. 하지만 수니는 멈추지 않았다. 목소리가 작아지거나 출연을 멈추지도 않았다. 검고 짙은 생머리에 눈물을 보이지 않기 위한 동그란 선글라스, 기타를 한 손에 들고 날마다 같은 시간이면 나타나 제자리를 지켰다. 눈물의 노래를 불렀다. 바보 노무현이 쉽게 떠나지 못 할 만큼의 애정과 서러움을 섞어 발목을 잡았다.

돌아보면 운명은 결코 피해 갈 수 없음을 깨달아
대학 재학 중 만난 노래는 단지 즐거운 노래였을 뿐이다. 즐거울 때 노래하고 슬플 때 노래하는 일반의 사람과 같았다. 다른 사람들보다는 조금 더 노래를 좋아했고, 조금 더 노래를 잘 불렀을 뿐이다.
호주 원주민 ‘참사랑 부족’이 문명인들에게 전하는 무탄트 메시지에 집중한다. ‘이 우주 안의 모든 것은 저마다 존재 이유를 갖고 있다. 일시적인 변덕이나 부적합한 일, 우연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인간의 머리로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을 뿐이다.....사람이 숨을 쉬고 있다고 해서 다 살아 있는 것은 아니다. 숨을 쉰다는 것은 아직 땅에 묻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일 뿐이다. 숨을 쉬지만 살아 있지 않은 사람이 많다’
대학 졸업 후, 마음에 상처를 지닌 채 다시는 노래를 하지 않으리라 결심한 적도 있었다. 그때만 해도 음악은 환멸이었다. 단지 이곳을 떠나는 것이 목적이었다. 목표를 설정하지도 않은 채 무작정 새로운 길을 찾아간 미국 유학길이었다. 하지만 정말 신기한 것은 상처를 치유하려 하면 할수록, 멀리 달아나려 하면 할수록 음악은 내게 보이지 않은 인연의 실을 더 칭칭 감아댔다.
“내게 있어 음악은 삶의 일부가 아니라 전부라는 것을 깨닫는데 많은 시간을 들인 것이다. 슬퍼하고 고통하며 깨달은 것이 음악이었고 지금까지의 모든 것이 내겐 음악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음악을 위해, 음악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삶에서 음악을 제외한 모든 것을 비늘처럼 털어버리고 나니 비로소 음악이 보였다”
미국에 돌아 온 10년째인 지금, 음악만을 생각하며 앞을 보고 달려간다. 작사, 작곡은 물론, 필요하다고 손을 벌리는 곳이면 그녀는 망설이지 않고 기타 하나 들고 달려가 온 몸으로 노래한다. 너무나 익숙해져서 이제는 전국 어디나 내 집처럼 여겨진다.
언제나 초심 - 지금은 생애 최고의 순간
“사람들이 생각하는 포크와 내가 생각하며 노래하는 포크의 개념은 다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통기타를 들고 노래하면 포크라는 개념을 갖고 있는 것에 반해 나의 포크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 시대가 요구하는, 혹은 알리고 싶은 정신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그것은 저항일 수도 있고 자연이나, 생태주의, 독립정신 등을 표방하는 일련의 것일 수도 있지만 역시 가장 담아내고 노래하고 싶은 것은 여전히 간절한 메시지다. 노래를 들으며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기르게 하는 것,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다시 한 발 더 나아가 더 나은 인간다움을 찾아가는 것이야말로 내가 추구하는 내 음악세계의 전부다”
인디언 음악을 공부했었다. 순례자의 역할을 자처하는 그녀는 인디언 수니가 맞다. 어렸을 때부터 인디언을 좋아했고 인디언 복장에 넋을 빼앗기곤 했다. 전생이 아마 인디언이었을 것이라 생각도 한다. 인디언 음악은 그녀의 포크 송 안에 녹아들어 정말 자유로운 영혼을 만들어낸다.
단지 도와 달라는, 공연할 사람이 없다는 말에도 스스럼없이 달려가 무료공연을 해주는 그녀는 현재를 ‘생애 가장 행복한 최고의 순간’이라고 거침없이 말한다.
“모든 일에는 이유가 존재한다. 이전의 고통스러웠던 삶은 아마도 현재의 나를 있게 하기 위한 밑거름이었을 것이다. 세상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무의미하지 않다. 단지 사람들이 지혜가 모자라 이해하지 못할 뿐이다. 이미 예견되어 있는 운명이 좀 더 빨리 내게 다가오거나 좀 더 시간이 걸릴 뿐이다. 이 모든 것들을 받아들인 지금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지금을 맞고 보낸다”
구 도청에서는 매주 금요일이면 삼오제가 열리고 인디언 수니는 노래를 부른다. 7월10일. 바보 노무현 49제를 맞는 봉하마을에서 한국평화 포럼 주최로 인디언 수니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문의 : 010-6617-4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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