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의 음악 교육으로 성악을 선택하는 엄마들이 늘고 있다. 노래 실력을 키우면서 다양한 음악 이론을 접하고, 남 앞에 서는 자신감까지 키울 수 있기 때문. 악보 보기를 싫어하고, 악기를 지겨워하는 아이들도 성악은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언제 시작하는 게 적기인지, 변성기를 거치는 아이들에게 무리는 없는지 어린이 성악을 둘러싼 궁금증을 풀어봤다. 최유정 리포터 meet1208@paran.com
악기 수업 실패한 아이들에게 적격
어린이라도 성악을 배우는 데 특별한 자격이 필요하진 않다. 어린이 방문 음악 교육 전문 업체 벨칸토음악교실 이세진 대표는 “피아노는 바이엘을 끝내는 데만도 1~2년은 걸리지만, 성악은 목소리를 악기 삼아 자연스럽게 연주하므로 아이들의 부담이 그만큼 줄어든다. 생후 24개월부터 시켜보려는 부모도 있는데, 보통 6~7세에 시작하는 게 좋다”고 말한다.
성악은 악기에 비해 습득 속도가 빠른 편이라 피아노나 바이올린 수업을 받다가 실패했거나 중단한 아이들의 음악 교육에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어린이 성악 전문 지도자 이일경씨는 “개인차는 있지만 교육 과정을 기초, 중급, 고급으로 나눴을 때 보통 초등학생이 1년 정도 레슨 받으면 기초 발성이 가능하다. 노래를 부르면서 자연스럽게 음감을 익힐 수 있어 음치 교정이 되며, 성악을 배워두면 악기를 배울 때 음악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본격적인 성악 교육은 변성기를 지나야 하는데, 유아기에 올바른 발성법을 배우면 나중에도 도움이 된다고.
어린이 성악, 무엇을 어떻게 배우나?
어린이 성악이 동요 지도와 다른 점은 전공자들이 발성을 배우는 과정을 아이들에게 접목한다는 것. 어른과 똑같은 방법으로 하면 힘들어할 뿐 아니라 변성기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나이에 맞게 가르친다. 특히 6~7세 아이는 흥미를 잃지 않도록 수업하는 게 중요해 교구도 활용하고, 가사 내용을 몸으로 표현하면서 꾸준히 흥미를 유발하는 식이다. 수업은 보통 쉬운 동요에서 시작한다. 벨칸토음악교실의 교육 과정을 예로 들면 유치원생은 계명창으로 음의 높낮이를 이해하고, 정확한 음계를 익힌다. 동시 읽기나 동요를 통해 좋은 발음 습관을 배우고 음표, 쉼표, 음악 용어 등 음악 이론도 접한다. 또 변성기가 오기 전 초등학생은 음역에 맞춰 다양한 패턴의 리듬, 템포, 곡의 느낌 등을 노래한다. 바른 자세와 발성, 음악 이론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수업이다.
복식호흡으로 목소리 커지면 자신감 향상
김서연(39·경기 안양시 평촌동)씨는 두 달 전부터 여덟 살 아들을 성악 그룹 수업에 보내고 있다. 성악을 배우면 자신감을 키울 수 있다는 게 그 의도. 평소 수줍음을 많이 타거나 소극적인 아이들에게 성악 교육을 추천하는 것은 노래를 통해 얻는 자신감 때문이다. 김세진 대표는 “목소리를 크게 내다 보면 자신감이 생긴다. 다른 사람 앞에서 노래를 부른다는 사실만으로도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성악을 지도할 때 강사들이 가장 자주 하는 요구는 ‘소리 크게, 입 크게’. 복식호흡을 통해 목소리가 커지면서 소극적인 아이들도 자신감을 갖는다는 것. 굳이 대회나 콩쿠르에 나가는 경험을 쌓지 않더라도 노래를 잘 부르면 특기가 될 수 있다.
중학교 이후 시작해도 늦지 않아
초등학교 4학년 딸의 성악 수업을 중단한 심정아(40·서울 도봉구 창동)씨는 강사에게 ‘꼭 어려서 배울 필요는 없으며, 늦게 시작해도 가능성은 있다’는 말을 들었다. 아이들의 목소리는 자라면서 변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성악을 배우려면 변성기가 지난 후에 배우는 게 좋다는 것.
아이가 성악가로서 자질을 나타내는 것은 대개 변성기가 지난 청소년기다. 따라서 성악을 전공하는 것이 목표라면 중학교 이후에 시작해도 늦지 않다. 단 변성기에는 성악을 배우지 않는 게 좋다. 이일경 지도자는 “찰흙을 잘못 빚으면 구운 뒤에도 모양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듯 성대가 바뀌는 변성기에는 목소리를 함부로 쓰면 안 된다. 목소리 자체가 변해 음역을 다 못 쓰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내버려둬야 한다”고 설명한다. 또 성악을 배울 때 일찍부터 기법 습득에만 치우쳐 접근하는 것은 금물.
1대 1보다 3~4명 그룹 수업 효과적
음악학원, 문화센터 등에도 어린이 성악 수업이 개설되어 있지만 엄마들이 선호하는 것은 교사를 직접 선택하는 개인 레슨. 아이들 목소리를 들으면서 교정해주는 과정이 필요해 섬세한 지도를 위해서는 단체 수업보다 개인 레슨이 효과적이다.
1대 1 레슨은 단기간에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게 장점이지만 유아에게는 지루할 수 있다. 이일경 지도자는 “서너 명이 같이 하면 친구들을 보며 따라 하기도 하고 독창뿐 아니라 중창, 합창도 가능해 소극적인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흡수될 수 있다”고 말한다.
교육비는 음악학원의 경우 월 7만~10만 원, 문화센터는 월 3만~4만 원이며, 개인 레슨은 교사 경력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시간당 3만~7만 원이다. 2~4명이 함께 받는 그룹 수업은 인원에 따라 월 4회에 5만~10만 원으로 인원이 적을수록 수업료는 높게 책정된다.
방문 수업을 위해서는 집에 절대음을 연주할 수 있는 악기가 있으면 좋다. 반드시 피아노를 갖춰야 하는 것은 아니며, 키보드나 디지털피아노도 가능하다.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