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지키는 심정으로 죽음 선택” … 유서 통해 ‘갈등해소’ 촉구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문하기 위해 봉하마을을 찾은 조문객들은 마을 입구에서 분향소에 이르는 1km 길을 걷고 또 걸어야 한다. 서울에서 부산에서 대구에서 광주에서 봉하마을을 찾은 일들은 발걸음 순례길을 가듯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대통령이 우리 사회에 남긴 화두’를 풀어보려는 듯했다.
“후퇴하는 민주주의 제자리로 돌려놓고자 했을 것”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은 우리 사회에 깊고 무거운 과제를 던졌다.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이기도 한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그분은 (죽음을 앞두고) 민주주의와 대한민국의 명예를 지켜야 한다는 백척간두의 심정이었을 것”이라며 “낡은 수사관행과 통치관행, 국가권력의 폭력, 끊임없이 양산되는 대한민국 대통령에 대한 불신, 공격과 음해에 대해 민주주의의 역사를 지키는 심정으로 뒷산에 오르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조세정책 입안자이기도 했던 민주당 이용섭 의원은 “자연과학에는 후퇴가 없지만 사회에서는 단 몇 개월 만에도 후퇴가 일어난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민주주의의 후퇴가 그것”이라며 “후퇴하는 민주주의를 제자리에 돌려놓는 우리 사회의 큰 숙제를 노 대통령은 자신의 죽음으로 알리고자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갈등의 현장이자 격정토론장 된 봉하마을
장례기간 봉하마을은 우리사회의 뿌리 깊은 갈등의 현장이자, 1987년 6월 민주화운동 이후 20여년의 역사가 가진 의미와 과제 미래를 되묻는 거대한 ‘토론의 장’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화환을 짓밟고, 조문을 온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물을 뿌리고, KBS 방송차량에 의자를 던지고, 여당 정치인의 문상을 가로막는 울분과 격앙의 거친 감정이 출렁였다. 사람들 마음 한 구석에는 검찰 수사와 이에 맞장구친 언론이 노 전 대통령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분노가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죽음으로서 남긴 또 다른 메시지는 ‘갈등해소’였다. 노 전 대통령은 유서를 통해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며 ‘관용’을 촉구했다. ‘갈등’을 한 축으로 대통령에 당선됐고, 재임내내’갈등의 리더십’으로 비판받았고 결국 ‘갈등’의 희생양이 됐지만, 그는 ‘갈등해소’를 죽음으로 호소한 것이다.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냈던 전윤철 전 감사원장은 “조문을 못할 정도로 갈등의 골이 깊다, 정치권이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찬수 기자 khaein@naeil.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