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도청 ‘광주시민합동분향소’를 찾아

“훨훨 날아가라”

지역내일 2009-06-08 (수정 2009-06-08 오후 5:31:18)



미움도 슬픔도 모두 다 버려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광주전남 추모위원회’는 지난 25일 오후 옛 전남도청에 마련된 임시분향소 옆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결성을 공식 선언했다. 추모위원회는 장례기간 시민들이 함께 할 다양한 행동수칙 등을 제안한데 이어 장례일인 29일까지 옛 전남도청을 중심으로 한 추모행사에 관한 일을 주관한다.
추모위원회는 기자회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온 국민과 세계의 양심인들에게 큰 충격”이라며 “특히 민주주의와 정치개혁, 지방분권과 협력을 위한 그의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 지 새삼 깨닫게 되는 시기이기에 더욱 그렇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의 현실정치는 퇴임 후 소박하게 국민과 소통하는 대통령을 기대하는 국민적 바람을 여지없이 깨뜨리고 말았다”며 “하지만 민주와 진보를 위한 노 전 대통령의 염원은 꺼질 수 없는 촛불로 국민들 가슴에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에서 민간이 자발적으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별도의 추모위원회를 구성하기는 처음이다. 구도청에 설치된 ‘광주시민합동분향소’를 찾아 시민들의 마음을 헤아려보았다.

♣ 김은정(도산동.39) - 뉴스를 처음 접하고 한동안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내가 평소에 노전대통령을 이렇게 많이 존경했었나를 스스로에게 자문해 보았다. 그리고 금방 깨달았다. 공기처럼 없으면 안 될 존재였다는 것을. 항상 있을 것 같아 존재감조차 느끼지 못했는데 죽음이라는 단어가 생각을 하게 만들어냈다.
♣ 박문제(풍암동.50) - 자살이란 극단적인 방법은 옳지 않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도 내가 그 지경이 된다면 나도 아마 이 방법만이 최선의 길이었을 것이다. 6개월이 넘도록 숨통을 쥐고 벼랑으로 죽어라 내몰았다. 수많은 방법 중 벼랑을 장소로 선택한 것은 이런 이유일 것이다. 벼랑까지 내몰았고 벼랑을 선택해 뛰어내렸다. 결정하기까지의 마음이 얼마나 아프고 힘들었을 것인지 내 마음도 덩달아 아프다. 좋은 곳으로 가기를 바란다.
♣ 한재석(고흥.53) - 마늘 수확철이어서 마늘을 싣고 올라왔다. 일이 아직 끝나지는 않았지만 ‘광주시민합동분향소’에 들러보았다. 작년 여름, 모임에서 봉화마을에 놀러 가 멀리서 노전대통령을 본적도 있다. 그땐 그냥 동네 아저씨 같았는데.. 그냥 마음이 짠하고 뭔지 모르게 이상해져서 시간을 내 들렸다.
늙어 수명이 다하거나 병들어 죽는 것과는 다르다. 생목숨을 끊는 것은 본인도 얼마나 힘들었을까.
♣ 이석웅(가명) - 주변인들을 다치지 않게 하려고 자신의 목숨을 버렸다. 아무나 선택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극한상황으로 몰고 간 사람들의 책임과 도덕성은 면할 수가 없을 것이다. 자살이 아니라 이것은 명백한 타살이나 다름없다. 죽고 나니 모든 수사를 사실상 종결한다고 말한다. 언론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신문들을 살펴보면 웃음이 나온다. 처음엔 추락사. 자살. 가족장... 등, 국민장으로 발표 전까지 사실상 여론을 몰고 갔었다. 이 나라에 미련이 점점 없어진다. 더불어 희망도 없다. 허탈하다. 왜 세금을 내면서 이 나라 국민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부끄럽다.
♣ 정성식(두암동.42) - 딸들과 같이 왔다. 창피하고 부끄럽지만 딸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어른들의 지저분한 세상을 보여줘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다. 딸들이 살아가야 할 앞으로의 세상에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다른 나라들도 정권이 바뀌면 이런 식으로 사람을 몰고 가 죽이는 지 궁금하다. 정말 죽어야 할 사람들은 살아있지 않은가. 5.18학살의 원흉도 멀쩡히 더 많은 돈을 은닉하고도 잘 살고 있지 않은가. 역사라는 것이 이런 것이라면 이 나라에서 내 딸들을 키우고 싶지 않다.
♣ 민경서(풍암동.38) - 우리나라 정말 웃긴 나라다. 간첩이 대통령이 되고 그 간첩이 노벨평화상을 받고, 대통령이 바뀐 정권에 의해 자살을 하고... 엄연한 타살이다. 할 말이 없다. 하고 싶은 말도 없다. 나 역시 살고 싶지 않다. 경제는 어렵고 이자는 늘어가고 잘 되가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왜 사람들은 죽을 것 같다고 손을 내밀 땐 모른 채 하다 죽고 나면 이 난리를 치는 것인지. 살아있을 때 살게 해주어야 할 것 아닌가. 노무현 전대통령. 내가 유일하게 좋아하던 대통령이다. 젊어서 좋았고 권위가 없어 좋았다. 부디 좋은 곳으로 가시라.
범현이 리포터 baram8162@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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