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그덕~ 결혼 10년 차, 집 안 곳곳의 가구며 전자 제품들만 ‘고장 났다, 바꿔달라’ 신호를 보내는 게 아니다. 30년 넘게 써온 몸도 삐걱대긴 마찬가지. 주부들이 삼삼오오 모이면 너나 할 것 없이 “내 몸 어떡해”라며 하소연 한다. 나잇살에 탄력 잃은 피부와 주름, 늘어난 흰머리 등. 평균수명이 80세를 넘어 100세를 바라보는 요즘, 3040 주부들의 건강한 인생을 위한 고군분투기는 이제 시작이다.
“비가 오려나 … 벌써부터 온몸이 쑤시네~”
30대, 여기저기 ‘통증’을 호소하는 주부들이 많아진다. 가사나 육아 등 손 가는 일이 많다 보니 특히 어깨, 팔, 손목에 남모를 아픔이 켜켜이 쌓여간다고.
두 아들을 키우는 이재임(36·서울 관악구 난향동)씨는 밤마다 어깨와 팔이 저리고 아파 남편에게 주물러달라고 애원한단다.
“어느 날부턴가 갑자기 어깨와 팔이 무겁고 저려서 잠을 못 이룰 지경이다. 벌써 오십견이 온 건지…. 남편이 마사지해주면 그나마 풀리는데 한두 번 해주다 슬슬 힘들단 내색을 보인다.” 이재임씨는 “30대 중반에 몸이 이렇게 아픈데 노후가 되면 어떻게 보낼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며 고민을 털어놨다.
오십견은 50세를 전후해 특별한 원인 없이 어깨에 나타나는 통증을 말한다. 김상우 한의학 박사가 쓴 <20대보다 젊게 사는 3040 여성 한방 병원>을 보면 요즘에는 나이에 상관없이 팔과 어깨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 특히 무리한 자세에서 팔과 어깨를 혹사하는 주부에게 많이 발병한단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도 많다. 그저 나이 듦에 있어 가장 흔한 통증 호소로 통하는 것이 바로 ‘비가 오려나’하며 몸으로 날씨를 맞히는 거다.
박순희(42·경기 부천시 중동)씨는 “확실히 마흔이 넘으니까 몸이 찌뿌드드할 때가 잦다. 날씨가 조금만 흐리고 비가 와도 몸에서 신호를 보내 찜질방에 가서 드러눕는다. 찜질방에서 엄마들하고 이야기 나눠보면 어디 한 군데 안 아픈 사람이 없어 동병상련을 느낀다. 요즘 같아선 남편보다 찜질방이 좋다”고 고백한다.
평균수명 100세?
벌써 생긴 주름, 탈모는 어쩌라고?
의학 발달로 평균수명 100세를 넘어 120세도 문제없다고 한다. 하지만 벌써 육안으로 확인되는 노화 현상은 마음까지 우울하게 만든다. 특히 ‘여자 나이, 피부가 말한다’던가. 30~40세를 넘어서면서 거울 앞에 서는 게 두렵다는 이들이 많다. 늘어난 주름만큼 화장을 덧바르는 횟수도 늘었다는 유미숙(40·서울 송파구 잠실동)씨의 얘기를 들어보자.
“언제부턴가 세안하고 맨얼굴을 쳐다보기가 두려워졌다. 예전에는 밖에 나갈 일 있으면 화장을 했지만 요즘은 집에 있어도 화장은 꼭 한다. 특히 모임이 잡혔다 싶으면 전날부터 마사지 팩 붙이고 영양크림 잔뜩 바르고 준비하는 건 기본이다. 이렇게라도 해야 모임에 나갔을 때 평균은 된다. 요즘 모임에서 제일 주목받는 사람이 바로 피부 좋은 사람이다. 화장품 뭘 쓰는지, 피부과 다니는 효과는 있는지 등 피부 얘기만 한 시간이 넘는다.”
피부 노화는 온몸에서 동시에 발생하는 자연현상. 그중에 가장 노출이 많은 얼굴 피부가 다른 부위에 비해 진행 속도가 좀더 빠르고 두드러져 보인다.
이지함피부과 청담병원 이기현 원장은 “30~40대 주부의 주름 발생 원인은 다양하다. 노화 때문에 피부가 얇아져서 생기는 자글자글한 주름, 표정근의 계속적인 움직임에 따른 주름, 노화로 탄력이 약해진 피부가 중력의 영향을 받아 늘어지면서 만들어지는 팔자 주름 등이다”라고 설명한다.
나이 들면 피부만큼이나 머리도 신경 쓰인다. 박선경(39·서울 양천구 신월동)씨는 어느새 늘어난 흰머리 때문에 고민이다.
“언제부턴가 머리에 드문드문 보이던 흰머리를 뽑았는데, 이젠 두 달에 한 번 염색하지 않고는 못 버틸 정도로 흰머리 때문에 걱정이다.”
전혜진(41·서울 관악구 보라매동)씨는 “예전에는 풍성한 머리카락이 자랑이었는데, 다이어트를 심하게 한 뒤 머리카락이 줄었다. 얼굴 주름은 화장품으로 커버하고, 흰머리는 염색으로 막아볼 수 있지만 탈모는 특별히 뾰족한 방법이 없어 더 가슴 아프다. 노년기에 가발이나 모자 쓰고 다니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한다.
남편 내조와 자녀 육아를 책임지느라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듯 살아온 그녀들. 이제는 완경과 그 후 30~40년이 넘는 인생 2막이 기다리고 있다. 건강하고 아름답게 살아갈 그때를 위해 지금부터라도 자신의 몸을 돌아보고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몸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삐그덕’ 소리, 흘려듣지 말고 귀기울여보자.
이은아 리포터 identity9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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