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을 바라보는 호남지역 여론이 수상하다. 민주당이 호남지역 재보선에서 사실상 참패한 이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민주당에 대한 ‘비판적 거리’ 설정에 고심하는 ‘호남의 고민’이 읽힌다.
뉴민주당 플랜을 발표하면서 내심 ‘탈호남, 수도권화’를 추구하고 있는 민주당 지도부도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진 호남 민심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눈치다.
‘호남을 어떻게 볼 것인가’ 문제는 뉴민주당 플랜이 담고 있는 탈이념 현대화 노선 등과 겹쳐 민주당 내 격렬한 정체성 논란을 불러올 ‘태풍의 눈’을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민주당 정체성 논란 부를 ‘태풍의 눈’ =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13일 조사한 ‘재보선 이후 호남 민심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호남을 기반으로 민주당이 아닌 신당이 만들어질 경우 지지의향을 밝힌 응답자가 51.3%로 절반 이상이다. 특히 전북의 신당 지지의향은 58.5%에 이르러 전남 47.5%, 광주 46.7%에 비해 10%p 이상 높다. 정동영 공천을 배제한 정세균 지도부에 대해 반발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실제 신당 창당의 현실화 가능성은 제쳐두고라도 신당 지지의향이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는 것은 현 민주당에 대해 점차 늘어가고 있는 호남지역의 부정적 분위기를 시사해주고 있다. 지난 재보선 결과 광주 서구 기초의원과 전남 장흥 도의원 선거에서 민노당 후보가 당선된 배경이 읽혀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호남 정치지형의 분화는 18대 총선, 4·29재보선 등을 거치면서 점차 뚜렷하게 자리잡아가고 있는 현상 가운데 하나다. DJ정권 창출을 위해 사실상 ‘호남’이라는 하나의 정치적 카테고리로 움직였던 광주·전남과 전북은 이제 ‘포스트 DJ’라는 새로운 정치 리더십 창출 과정에서 이해가 엇갈리기 시작하고 있다.
지역을 대표하는 유력한 차기 정치인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도 호남의 고민이다.
KSOI의 조사에서 ‘호남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는 DJ가 34.1%, 정동영 의원이 29.4%였다. 대통령이 되기전 DJ와 비교할 수 없는 수치다. 그나마 광주·전남은 과거인물인 DJ, 전북은 정동영으로 갈렸다.
◆‘개혁 대표성’ 의식도 변화 중 = 호남의 개혁 대표성에 대한 의식도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호남이 다른 지역보다 더 개혁 지향적이라고 보는지’에 대해 ‘이전과 지금 모두 그렇다’ 37.0%, ‘이전에는 그렇지만 지금은 아니다’ 30.2%로 엇비슷하게 나타났다. ‘이전에는 그렇지만 지금은 아니다’와 ‘이전도 아니었고, 지금도 아니다’ 24.5%를 합하면 부정적 인식이 50%를 넘어 ‘개혁 지향적’이라는 평가가 호남인들에게서 더 이상 주류적 인식이 아님을 보여준다.
이점은 최근 인사 취업 등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경험한 호남지역 민주당 지지성향 인사들이 한나라당 내에서 거부감이 덜한 이재오 전 의원이나 정두언 의원과 선을 대려는 현상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호남에서 인사나 취업 등 현실적 이해관계가 놓일 경우 한나라당을 선택하는 데 대한 거부감이 과거보다 훨씬 줄어들고 있고 실제로 한나라 지지도 역시 소폭 상승하고 있다.
이민원 광주대 교수는 “호남은 민주당에 대한 기대와 신뢰가 저하되면서 부정적 분위기가 팽배해 있지만 그렇다고 민주당을 제외한 대안도 없는 상태에서 정치적 대표주자 부재의 상실감 등이 겹쳐 있다”며 “호남의 여론은 현재 정치적 출구를 모색중”이라고 진단했다.
안찬수 기자 khae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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