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가 구 재단 복귀 돕고 있다’고 주장…이철규 열사 추모식도 준비
조선대학교(총장·전호종)가 10개월째 이사진 부재상황에 처했다. 이 때문에 호남사학의 일번지로 꼽히던 조대가 안팎으로 균열을 보이기 시작했다. 균열은 교과부가 관선이사 명단을 발표하면서 발생했다. 교과부는 최근 조대측이 요구한 정이사 선임을 무시하고 7명의 관선이사를 파견했다. 더군다나 관선이사 명단에는 부정비리로 물러난 구 재단측 인물들이 상당수 포함됐다. 조대 구성원들은 이 때문에 구 재단 복귀를 돕는 관선이사 체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집단 농성 중에 있다.
비리재단은 있을 수 없어
교과부의 일방적인 결정은 조대구성원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시·도민들에게도 부당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애초 학교측에서는 정이사 명단을 교과부에 추천했지만 사학법 규정상 구 재단 이사장단의 추천이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 교과부의 해명이었다.
그래서 최종 임시이사 명단은 정부와 학교측의 입장을 고려, 중립적인 명단을 공개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장진성 회장은 “중간입장의 이사단을 구성했다고는 하지만 구 재단 관계자들이 포함된 이상 학교측의 요구가 전혀 반영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비리재단을 복귀시킬 의도가 복선으로 깔린 것이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교육과 연구에 전념해야 할 대학이 부정과 비리로 넘쳐났던 구 경영진의 체제를 다시는 대물림할 수 없다는 것이 학교측의 주장이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동우회에서도 서명운동을 펼치는 등 민심잡기에 나섰다. 서명 내용은 비리로 물러난 자들이 다시는 교육기관의 이사로 선임되지 못하도록 즉시 정이사를 선임하라는 것. 과거 80년대를 기억하고 있는 중년들이라면 조대의 속사정을 잘 알 터. 반응 역시 호응적이었다. 1만2000여명이 서명운동에 참여했고 지역민과 학교가 ‘한마음’이라는 ‘동지애’를 다시 한 번 느끼는 계기가 됐다.
범조선비상대책위원회 출범
서명운동만으로는 성이 안찼다. 교과부의 부당한 처사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기관이 범조선비상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다. 조선대 민주동우회 회장을 맡고 있는 장 회장도 ‘임시이사 저지를 통한 민주적 정이사 체제 구축’을 위한 범대위에 참여, 학교 정상화에 노력하고 있다. 범대위는 조선대학교 관련 대표자를 주축으로 공동대표를 구성, 시민단체와 함께 장단기 계획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조선대학교 문제는 지역사회의 문제이기도 하다. 비리 재단을 옹호하는 현 정부의 파행적인 교육정책이 지금의 조선대학교 사태를 초래했다는 사실을 지역사회에 여론화해 조속히 해결할 수 있도록 강구해야 한다.”
지역민과 조대의 관계를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조대는 1946년 7만2000여명의 지역민들의 성금으로 설립한 학교로 지역민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서명운동에서도 확인했듯이 지역민과 학교가 뜻을 같이한다고 했을 때 정부의 일방적인 결단은 곧 지역의 여론을 도외시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그는 “대학은 교육기관이다. 학생과 교수들이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줘야 할 판에 분쟁이 웬 말이냐. 하루빨리 정이사 개편을 통해 대학 본래의 취지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정부가 올바른 길을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조대가 호남 명문학교로서 입지를 굳히는 것이 지역민에게 환원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표명했다.
이철규 열사 20주년 추모제도 뜻을 같이 해
장 회장은 지난 1989년 5월 청옥동 제4수원지에서 참혹한 시신으로 발견된 이철규 열사 추모식도 준비하고 있다. 장 회장과 이철규 열사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 장 회장은 이 열사가 주검으로 발견됐을 때 총학생회장을 맡아 사인진상 규명운동을 이끌었다. 그것이 인연이 돼 지금은 ‘이철규 열사 추모사업회’ 집행위원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특히 이번 이 추모식은 정이사 체제를 요구하고 있는 학내 상황에 맞물려 크게 치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예년과 달리 추모제 및 문화행사 등을 다채롭게 준비하고 있다. 6일 5·18기념문화센터 민주홀에서는 이철규 열사의 정신을 되새기는 총체극이 무대에 오른다. 특히 이철규 열사의 생애를 재조명한 다큐멘터리가 처음 제작돼 상영될 예정이다.
장진성 회장은 “이철규 열사 20주년 추모제를 계기로 학교에 국면 된 문제가 하루빨리 해결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의: 062-232-5809
김영희 리포터 beauty02k@hanmail.net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