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회 신사임당상 수상한 이종자씨

“기회가 올 때 알아보고 놓치지 않았어요”

성취 앞에 나이 없다 ․․․ 60세 넘어 대학 진학 꿈 일궈

지역내일 2009-05-14 (수정 2009-05-14 오후 5:48:06)

이종자씨(69․ 학성동)가 제35회 신사임당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현모양처로서 화목한 가정을 조성하고 두 자녀를 모두 훌륭한 사회인으로 길러냈으며 각종 그림 공모전 입․특선 40여회, 그룹전 개최 25회, 개인전 2회 등 적극적인 문화예술 활동 등으로 향토문화 발전에 기여온 점이 인정되었다. 결식 아동 급식 지원, 차량운행 봉사 활동을 비롯해 교도소 ․시설 입소자 등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봉사활동에도 적극적이었으며 2004년 21세기를 여는 우수 인재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시상식은 22일 오후 2시 강릉문화예술관에서 진행된다.
예전 같으면 ‘신사임당상’이라는 이름만으로도 흥미가 반감되었겠지만 리포터도 나이 먹으면서 알게 되었다. 가장 힘들고 어려운 이름이 현모양처라는 것을․․․거기다 무려 65세의 나이에 대학에 들어갔다니 만나보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이종자씨를 만나 그녀가 이룬 꿈길을 따라가 보았다.


65세 늦고 늦은 나이에 이룬 만학의 꿈, 여고 총동문회장, 각종 그림 공모전 입상, 우수인재상 수상 등의 경력을 대할 땐 당당한 여걸 마냥 호탕하거나 꼬장꼬장할 줄 알았다. 그러나 직접 마주한 이종자씨는 얼굴에 주름 가득한 평범한 이웃 할머니의 모습이었다. 아들에게 온 전화를 받으며 연신 웃었고 몸도 여리여리 아담했다. 넉넉지 않은 경제 형편에도 불구하고 의대 간 아들 둘의 그 많은 등록금을 어찌 감당했는지, 자신의 꿈을 이루는데 전혀 망설임이 없었는지, 그 많은 에너지의 원천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기회가 인생에 몇 번은 와요. 난 그 기회를 알아보고 놓치지 않았을 뿐이예요.” 돌아오는 대답도 주장의 기미 없이 나긋나긋함 그대로였다. 자식 교육에 대해서도 크게 장황하게 푸는 법이 없었다. 기회가 지나가면 그걸 다시 붙들기 위해서는 너무도 힘이 들다는 것을 알기에 그저 자녀들에게 때 맞춰 오는 기회에 맞게 힘이 되고자 했을 뿐이라고 했다.

늦은 나이에 일군 가정, 충실히 자리 지켜
당시로는 늦은 나이인 28세에 결혼해 31살, 33살에 두 아들을 두었다. 아들들이 유치원을 다니기 시작해 시간이 나자 시작한 서예와 그림그리기가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사교육 열풍이 불지 않았던 시절, 공부하는 아이들 곁에 앉아 함께 책을 읽고 신문을 읽으며 글을 쓴 것이 교육의 비법이라면 비법이었다. 학원은 딱 한 달 아들이 다녀보고 싶다고 해서 보냈고, 아들이 집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좋다고 해 그만뒀다. 공부 잘하던 큰 아들에 비해 초등학교 시절 공부를 잘하지 못했던 작은 아들이 6학년부터 그 대열에 합류해 말 그대로 ‘미친 듯이 공부했다’고 한다. 책이 귀하던 시절, 거실을 동네아이들에게도 개방했고 자신의 아이들도 친구들 집에 가 책을 빌려 읽으며 지냈다.

60 중반에 대학 진학의 꿈을 이루다
아들 둘이 대학을 다니던 92년부터 연세대 원주캠퍼스 기숙사 관리직에 취직했다. 두 아들의 등록금을 대기가 녹록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 이종자씨 나이가 52세였다. 지금 당장 어렵다고 주저앉아 기회를 놓치면 다시 오기 힘들다는 것을 알기에 아들들에게 온 기회를 무산시키고 싶지 않았다.
61세 정년퇴직하기까지 연세대 교정에서 10여년을 근무하면서 “내게는 오지 않았던 기회를 받아 누리는 대학생들이 그리 부러웠다”고 한다.
퇴직 후 우연히 신문을 통해 상지영서대(현 상지대)에서 야간반 행정학과를 모집한다는 기사를 보고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원서를 냈다. 그때가 65세였다. 2년 공부를 마치고도 대학 공부의 배가 고팠던 이씨는 67세의 나이에 연세대 행정학과에 편입했다. 한 학기 낙제를 포함해 4년 6개월 대학을 다니면서 가장 어려웠던 건 학점 관리였다. 하루종일 공부해도 그 다음날이 되면 머릿속이 하얘졌다고 한다. 더구나 연세대학을 졸업하려면 전산인증제와 어학인증제를 통과해야만 했다.
고비고비 교수님들과 어린 친구들 도움으로 졸업했다는 이씨에게 대학 졸업의 의미가 뭐냐고 물었다.“내가 대학을 가지 않았다면 종이커피 빼들고 서서 파릇파릇한 아이들과 스스럼없이 캠퍼스에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겠어요? 그 때 느낀 그 행복감 하나 만으로도 졸업의 의미는 충분해요.”
주어진 여건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나를 위한 기회가 온다는 믿음으로 긍정적으로 생활하기. 기회가 오면 바로 알아보고 망설임 없이 투신하기. 이종자씨가 70 나이에도 젊은 생각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인생 말년에 접어든 노인분들에게 젊게 사는 비결을 전해달라고 했다. “집에 있지 말고 무조건 나가서 어울려야 해요. 내게 맞는 취미나 일거리를 찾아보세요. 거기 길이 있어요. 어떻게 찾냐구요? 신문이나 정보지를 열어보세요. 각종 정보들이 쏟아져요.”

한미현 리포터 h4peac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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