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서 토실하게 보내는 ‘놀토’

놀토, 가족 행복 키우는 충·전·소

지역내일 2009-05-12 (수정 2009-05-12 오후 5:09:22)



저렴한 놀이 찾아 체험 즐기면 영양만점 … 청소년센터 등 활용
아이 둘을 둔 결혼 15년째의 김희종씨 부부는 쉬는 날이면 할 일을 찾느라 고민이다. 최근엔 전시회를 다녀왔고 그 전에는 미술관 콘서트에 이어 구에서 실시하는 문화유산 탐방교실에 무료영화 상영 시청까지 갈만한 곳은 거의 다 가보았다. 월 2회인 놀토로 인해 그동안 갈 만한 곳은 다 다녀왔다고 생각하는 김 씨는 벌써 다음 놀토가 걱정이다. 하지만 돈을 들이지 않고도 하루를 즐기는 가족도 있다.
봉선동에 거주하는 김경석(49)씨는 놀토에는 아이들 둘과 함께 광주천으로 나간다. “나이 들어 아이들 쫓아다니느라 힘은 들지만 버스를 타고 가며 나누는 이야기도, 천변에서 만나는 수초 이름, 텃새가 되어버린 백로, 가끔씩 튀어 오르는 잉어들, 시간이 되면 그리는 그림까지도 유익한 시간들을 보내곤 해 생각보다 아이들이 좋아한다”며 “더구나 컴퓨터로 시간을 보내는 놀토 보다는 스트레스 해소가 훨씬 용이한 것 같다”고 다른 학부모들에게도 적극 권장한다. 게다가 가족 간의 사랑이 증폭되고 서로에게 배려심까지 생겨 효과 만점인 놀토가 되었다. 도심에 사는 아이들은 평소 흙을 밟기조차 어렵다는 것에 힌트를 얻은 경우다.
흙과 물을 찾아가는 것은 혈기 왕성한 아이들에게는 억눌렸던 에너지를 맘껏 발산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더 나아가 컴퓨터와 디지털 기기에서 하루라도 멀어지는 너무 좋은 기회다.

체험으로 배우는 과학과 역사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역사도 체험학습을 통해 배우면 효과 만점이다. 서서히 걸으며 아이들과 그동안 못 다한 이야기도 할 수 있다. 양림동 역사탐방 한 달 코스를 계획한 김미정(양산동·45)씨는 효과가 매우 좋다고 말한다. 우리 지역 안에서 돌아다닐 수 있고 중학생인 아이들과 시내 쇼핑까지 할 수 있어 재미는 배가 된다.
백년이 다 되어가는 호랑가시나무도 보고 근대문화유산인 호신대 안 선교사 자택도 둘러보며 그네도 타고 즐긴 후, 사직공원으로 걸어 내려와 시내에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잘잘한 것들을 눈요기 겸 쇼핑도 하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코스지만 효과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김 씨는 “사춘기로 서로 막막하게 소원했던 관계들이 같이 걸으며 서로 불만도 이야기하고 쇼핑도 같이하며 갑자기 친근감과 사랑이 더 커진 것 같다”고 행복해한다.
공부로만 인식되는 과학도 체험을 함께하면 효과는 배가된다. 5월을 맞아 어르신들에게 드릴 선물을 직접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천연비누를 만들고 있는 김지선(42·풍암동)씨는 “비누의 원리도 알고 화학적 반응도 계산으로 알아가며 직접 만들어 낸 모양 예쁜 비누에 아이들이 푹 빠졌다”고 말한다. 중학생인 누나와 의견 대립이 심하던 터울 많던 종혁이도 누나에게 물어가며 비누 만들기를 즐겨한다.
색색으로 만들어진 비누를 직접 사용할 수가 있어 즐거움은 두 배다. 자신이 만든 비누를 혼자서 사용하며 예전보다는 씻는 것을 즐겨한다며 가장 좋은 점은 누나도 동생도 사이가 예전보다 좋아져서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고 웃으며 귀띔해준다.

체험학습 시간표 짜 멋지게
‘주말 디자인’
중고교생은 쉬는 토요일에도 학원이나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는 경우가 많지만 놀토를 이용해 바람을 쐬며 머리를 식히는 것도 좋다. 초등학생은 이를 잘 활용하면 인성이나 체력을 기르는 데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김미란 심리학 박사는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멀지 않은 동네 시설이나 간단한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통해 견문을 넓혀 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초등학교 고학년은 한두 달에 한 번 정도는 토요일과 일요일을 이용해 좀 더 멀리 캠프나 가족여행을 떠나는 것이 좋다. 특히 고학년은 학교에서 배운 역사나 사회과 학습 내용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고적 탐사 등이 많은 도움이 된다.
중학생은, 둘째 토요일은 체험학습이나 운동하는 날로, 넷째 토요일은 한 달간 공부한 내용을 정리하는 날로 정해 놓으면 알차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YMCA 청소년센터 관계자은 “공공기관이나 체험학습 전문기관을 활용하면 무료 또는 저렴한 비용으로 견문을 넓힐 수 있다”면서 “주 5일 수업에 따라 체험학습 기관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 사고가 나기도 하므로 믿을 만한 기관에 자녀를 맡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 YMCA 청소년센터.
하늘공방. 김미란심리상담연구소
범현이 리포터 baram8162@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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