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창진사람들

4대의 맥을 잇는다 - 수라상궁 신미선씨

수라상을 차리며 궁중요리에 올인 하기까지의 한길 여정

지역내일 2009-04-02
여고를 졸업하고 기자 남편을 만나 일찍 혼인한 조신한 여성. 주부의 자리를 지키며, 진정으로 원하는 목표를 향해 온전히 한길을 걸어왔다. 그 성실함이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친다. 담담한 열정과 저력으로 추진하는 모습, 늘 새로 도전하는 자세로 원하는 것을 일구어 내는 가치도 배우게 한다. 이제 골(Goal)에 도착해, 더 진한 자유의 열정으로 올인하는 수라상궁 신미선씨를 만나보자.

평범한 주부가 싸던 비범한 도시락
30년 전, 납작한 양은 도시락 싸던 그 때 그 시절에도 그녀는 이미 많이 달랐다. 밥과 같은 양에, 다양한 종류의 창의적인 반찬으로 3단짜리 아이 도시락을 쌌다. 신문기자이던 남편과 동료들이 야간통행금지에 걸리면 그녀 집으로 죄다 몰려왔고, 신씨는 그 시간을 즐겼다. 어떤 음식을 만들어 그들을 즐겁게 해줄까 늘 궁리하면서 오히려 그런 때를 기다렸다. 대개의 주부들과 분명히 차이 나는 다른 모습이다. 그러던 어느 날 유비무환을 깨닫는 계기가 있어, 내 인생의 주인으로서 미래를 대비하는 현재를 살기로 결심했다. 그 중심을 이룬 아이템 역시 요리였다. 곧바로 행동에 들어가 공부하고 준비하고 시험을 봤다. 태도는 내실 있고 조용하며 담담하게 실천하는 모습으로 일관했다.

한식 양식 일식 중식 자격을 따고 차곡차곡 쌓아가는 경력
다들 어렵다고 말하는 일식도 한 번 만에 담방 자격을 땄다. 자격도 자신감도 쌓여가는 무렵 우연히 출장 요리를 접하게 되었다. 아주 좋은 반응에 아이들도 쑥쑥 커가는 때, 가정 경제에도 썩 많이 도움이 되어 그 재미가 쏠쏠했다. 오랜 시간 차곡차곡 준비해온, 가슴에서부터 곰삭은 요리를 향한 남다른 지향과 열정이 실력으로 꽃피었다. 감각과 진정성의 매력이 그녀를 아울러, 코아부페 올림픽호텔 대우백화점 런디 등 지역에선 당대 최고의 명소들에서 일하게 되었다. 언제 어디서든 최선을 다했고 요행이나 우연은 늘 배제하였다. 대학에 입학해 더 깊고 폭 넓게 배웠다. 준비하는 사람에게 길이 열리고 진정으로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진리. 성실과 실력으로 일구는 스텝바이스텝의 꾸준한 여정이 미래를 열고 있었다.

정성이라는 글자가 보이는 상차림, 과녁의 중심은 궁중요리
나의 일자리 나의 직책이 원하는 것, 식객의 반응에 세미하게 귀 기울여 민감하게 서브하는 자세. 이러한 마음가짐이 어느 곳의 주방을 맡든지 정성과 품격이 담긴 음식으로 드러났다. 정성이라는 글자가 보이는 상차림을 받은 깊은 감동을 잊지 못하노라고 전했던 어느 CEO식객의 말처럼... 최고의 자리에 우리 음식(한식)이 최고로 대접 받기 바라는 그녀가 향하던 최고 목적지는 궁중요리. “최고의 자리에 우리 음식이 최고 대접 받기 원합니다. 궁중요리야 말로 최고의 우리 음식이라 생각해요. 황혜성 선생님께서 쓴 이 책을 늘 가슴에 품고 잠을 청할 정도로 궁중요리에 대한 소망을 품고 있었어요”라며 책장에서 책을 꺼내 펼쳐 보인다. 고종 황제의 마지막 한희순 수라상궁(주요무형문화제 38호)뒤를 이어, 2대 황혜성 3대 한복려 선생의 제자로 수라상궁의 맥을 잇는 것은 따라서 아주 자연스럽다. 향아( 궁중에 들어온 어린 아이들)를 13세 이후 나인이라 부른다. 나인 경력 30년 지나야 상궁이 되고 그 중에서 수라간을 맡으면 수라상궁이 된다. “일류 호텔에서 우리의 한식상차림이 최고로 대접받는 가치관이 생기기를 원합니다”라고 말하는 신미선 수라상궁. 대장금 극중에 나왔던 음식을 재현하는 궁연(안국동)에서 한복려 선생과 함께 일하며 지금도 1주일에 한 번 반드시 그곳에 다녀온다.

지역민에게 올리는 임금님 수라상
1년여 전 용호동 여성능력개발센터 맞은편에 드디어 궁중 요리 음식점 ‘수라상궁’을 열었다. 임금님 밥상을 책임지고 있는 상궁으로서 내 집을 찾는 식객을 모시는 마음이 그 이름에 들어있다. “배부르고 포만감을 가지는 개념을 넘어 눈으로 즐기고 머리로 생각하고 가슴으로 느끼는 철학이 우리 음식에 담겨있어요”라고 하는 신미선씨. 가슴이 향하던 그곳, 온전한 궁중음식의 전수와 함께 향토색을 반영하고 싶은 소망으로 창원에서 상을 차리는 의미가 아주 깊다. 궁중 요리의 국민 정서화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까닭이다. 그런 맥락에서 지난달 창원시가 주최한 창원대표음식요리경연대회에 참가하였고 거기서 석쇠불고기맥적으로 1등을 차지하였다. “작은 야채 재료 하나에서 부터 후식에 이르기까지 손이 일일이 갑니다. 어느 것 하나도 정성이 빠지면 안되며 작은 것에까지 임금님이 잡수신다는 마음으로 다듬고 만들어야 한다고 직원을 가르칩니다”라고 나직하고 조용하게 말한다. 나직함 속에서 올곧은 심지가 보이는 것은 나의 느낌일 뿐이었을까.

윤영희리포터 ffdd77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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