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터가 간다

우리는 “소달구지 예요~”

지역내일 2009-04-02 (수정 2009-04-02 오후 1:17:04)
알싸하고 매서운 공기가 겨울임을 확 실감나게 하던 월요일, 귀가 발걸음 그리며 나른함을 달래는 오후 한나절이었다. 현대 로템이 있는 대원동 자락은 그런 시간도 날씨도 다 무관한 밝은 웃음이 만발. 산업 역군들의 환한 표정이, 목에 힘 뺀 즐거움과 가벼움이 역동의 현장과 조화롭게 엮이고 있었다. 통기타 동아리 ‘소달구지’의 아름다운 외유가 설레임 가득 정문 앞에 정겹게 머물고 있었다. 마치 돼지 저금통 털어 엄마 선물 몰래 준비한 아이의 비밀스런 미소와도 같이...

소달구지 육호광장으로 몰고 가다
마음 모은 성금과 과일 등 간식을 싣고 문체부장 이창두씨와 양규석 윤둘희씨가 해안도로 타고 선발대로 출발. 이기원(회장) 서정만(총무) 전석조 이대형 오익영 최정경 회원이 뒤를 따라 기타와 분장 소품 더불어 뻔뻔(fun fun)하게 도착했다. 육호광장 교보 뒤편 노인요양시설 원광보은의 집 어르신들, 명절날 아들 반기듯 좋아하신다. 서로 인사 나누며 거실 표정이 금새 떠들썩해지는데, 순간 볼을 타고 내리던 내 눈물은 얼마 전 영영가신 우리 아버지 하얀 까까머리가 그 속에서 보였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무대 꾸미는 솜씨나 분위기 이끄는 소달구지 팀의 익살이 예사롭지 않다. 분위기를 들었다 놓았다 하며 조부모 앞에서 재롱 뜨는 손자처럼 천연덕스럽다. 재롱에 탄력 받은 어르신들 표정도 그지없이 천진하고, 웃음소리 재끼며 들썩들썩 어깨춤과 손뼉 또한 즐겁다. 휠체어 탄 아버님도 합류하고 장구가 급 대령하니 분위기 팍팍 달아오른다. 문체부장 이창두씨, “하하하.. 우리는 기차 만드는 회사에서 일하는 아그들입니다. 기차 타고 싶으면 언제든지 오시고예, 경제는 마 우리가 지킬 테니 어머님 아버님들은 건강만 하이소 하하하..”하며 너스레를 떤다. 걸쭉한 입담에 들고 나는 타이밍 딱딱 맞아 떨어지는 사회 솜씨 역시 예사가 아니다.

덩실 덩실 어깨춤 흔들흔들 엉덩춤
지르박 당기고 살풀이 흔들고 어깨춤은 덩실덩실, 박수소리 웃음소리 장구 가락 맞춰 분위기 녹녹히 무르익는다. 분위기 타고 어르신 하나 둘 왕년 솜씨 뽐내고 원장님도 이모님도 간호사 막내도 노래 한 가락씩 뽑아내는데. 서미남 원장은 “자주 와 주이소. 어버이 날 때 꼭 오이소.”하며 기쁜 표정 가득히 감사 마음 전한다. 주는 쪽과 받는 쪽이 죽이 딱딱 잘 맞다. 세대와 세대 간 서로 그리 화끈하게 한 자리에서 풀고 엮으니 어려운 현실도 겁날 것이 없다. 삶의 고리 연결하며 세상을 데우는 새로운 훈기 만들어낸다. 가식과 빳빳함이 빠진 자리에 흐뭇함과 따스함이 고맙고 미더운 것은 자기를 낮출 때 행복해짐을 아는 이들의 모임이기 때문일까.

현대 로템 지회 소달구지통기타클럽
소달구지통기타클럽은 현대 로템사원들 중 음악에 관심이 많은 이들의 통기타 모임이다. 총 39명 회원에 점심시간 틈틈이 배워 제법 실력 있는 사람들이 많다. 더불어 봉사가 필요하거나 웃음과 활력이 필요한 장소, 또는 어려운 곳에서 부르기만 하면 언제든지 달려간다. 가서는 기타공연은 물론 시키는 일도 척척 잘해낸다. 다음카페 ‘소달구지 통기타클럽’에 들어가면 소식도 나누고 통기타를 배우는데 도움이 될 만한 자료도 공유할 수 있다. 문도 없어 내리고 타기 편할 뿐더러 천천히 느리게 움직이는 정다움. 털거덕 털거덕 삐거덕삐거덕 소달구지 흔들려가니 누구라도 언제라도 동승할 수 있다.

윤영희 리포터 ffdd77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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