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포동 주변의 추억의 음식을 찾아서
볼거리 먹거리 살거리 넘치는 남포동 거리에 추억을 싣고
유부전골, 떡볶이, 호떡, 곰장어, 최신 유행의 옷...배부르고 눈 즐거워라!
지역내일
2009-01-29
(수정 2009-01-29 오전 9:28:59)
남편 친구 K씨, P씨는 대학시절 함께 남포동 미팅장소에서 처음 만났던 사람들이다. 모두 깨졌지만 유일하게 성공해 결혼까지 한 커플이 우리 부부다. 눈치 없이 꼽사리 끼어 데이트를 방해하던 이들이 마나님을 모시고 새해 첫 주말에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나이가 들수록 추억을 먹고 산다더니... 모두들 옛날이야기로 하하 호호 배꼽 잡다가 추억속의 자갈치 곰장어 이야기까지 나왔다. 지나간 추억과 그 추억의 장소들은 영원히 그 시절에 멈추어 기억 속에서 살아있는 것 같다. 80년대 대학생 시절, 남포동을 제집 드나들 듯 하던 사람들이라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의기투합해 모두들 남포동으로 go!go!
깡통시장의 유부전골과 단팥죽
남포동은 대형 패스트푸드점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는 최신 유행의 거리지만 곳곳에 추억의 음식들이 자리 잡고 있는 곳이다.
제일먼저 들린 곳은 ‘외제골목’이라고 불리던 수입상품 전문 깡통시장. 6·25 전쟁으로 부산에 미군이 주둔하면서, 이들이 먹던 통조림 등 깡통음식들이 미군부대에서 대거 반출되면서 이 깡통 물건들을 난전에서 사고팔다보니 ‘깡통시장’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예나 지금이나 깡통시장은 커피 술 과자 옷 등등 꼬부랑글로 씌어진 온갖 수입산 물건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물건들이 많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진짜 같은 짝퉁도 많아 더 신기하다.
깡통시장하면 빠뜨릴 수 없는 먹거리는 단팥죽과 유부전골.
외지 사람들도 물어물어 찾아오는 깡통골목의 ‘할매유부전골’을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이 있다. 유부전골을 주문하니 당면과 고기, 야채가 터질 듯 채워져 있는 유부와 어묵을 그릇 가득 담아주는데 개운하면서도 달짝지근한 그 국물 맛을 잊을 수 없다.
다른 곳보다 30% 이상 싸게 살 수 있는 물건들이 많아 이것저것 사다보니 어느새 까만 비닐봉지가 여러 개. 꼭 도매시장에 물건 떼러 온 사람 같아 웃음이 나왔다.
뿌리칠 수 없는 유혹.... 먹자골목의 노점 음식들
국제시장을 지나 드디어 먹자골목으로 향하는데 돌고래 순두부집이 눈에 들어온다. 600원이던 순두부가 20년 넘게 지난 지금은 3천원. 그래도 싸다. 낙지볶음과 수중전골을 파는 개미집도 생각났다. 대학시절 남편과 연애할 때 자주 갔던 곳이다.
드디어 먹자골목에 도착. 일명 ‘리어카 골목’으로 불리는 먹자골목의 노점 음식들의 유혹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 오징어에 야채를 먹음직스럽게 버무린 오징어무침, 떡볶이, 지짐이, 굵직하게 썰어 놓은 순대 등 어찌 그리도 변한 게 없는지...
먹자골목은 또한 아이쇼핑을 하기에 ‘딱’인 곳.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 칠 수 없듯이 길 양쪽에 죽 늘어선 옷집들을 우리 아줌씨들 역시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는가? 여기 저기 기웃거리며 구경하는 모습이 마치 물 만난 고기마냥 신났다.
남편과 남편 친구인 K씨, P씨, 모두들 까만 비닐 봉투 들고 마나님 따라 다니느라 고생이다.
그날 남편들의 인내심 정말 대단했다. 위에서 부터 쭉 훑고 내려가는 우리 아줌씨들 때문 셋 남자들 길거리에 서서 오들오들 떨기까지 했으니...
밤이 더 아름다운 광복동거리
새로 단장된 광복동 거리는 낮보다 밤이 더 눈부시다. 화려한 네온사인과 노점상 불빛, 제각기 개성적인 인테리어를 뽐내는 가게들, 광복동 밤거리는 청춘 남녀들을 비롯해 기성세대들의 가슴에도 낭만을 꿈틀거리게 만든다. 지난 19일 부터 ‘제1회 광복로 빛의 축제’가 열리고 있어 더욱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각종 조명예술품들이 밤거리를 화려하게 밝히고 길거리 무대에서는 음악공연도 열리고 있어 더욱 활기찼다.
추억의 빵집 ‘고려당’은 사라졌지만 쫄깃한 면발이 좋은 원산면옥과 ‘할매집 회국수’는 아직 그때 그 자리에 있다. 세월의 때가 묻어나는 양은그릇에 소면을 담고 상추, 양배추와 함께 가오리 회를 댓 점 올려주는 회국수는 혓바닥이 얼얼할 정도로 엄청 맵다. 옛날만큼 맛있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호떡집에 불났다!
남포동 PIFF광장은 부산의 대표적인 극장거리다. 부산극장 맞은편에 18번 완당집 간판이 보인다. 5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얇은 피가 특징인 만두집이다. 영화를 보고나면 왜 그리 배가 허한지, 또 영화와 주전부리는 떼놓을 수 없는 관계이다 보니 극장주변은 ‘주전부리의 천국’이다. 우선 오징어포 노점에는 여러 종류의 오징어포와 문어다리, 쥐포, 오징어다리 버터구이, 고구마튀김, 군밤 등속을 판다. 아가씨들을 위한 과일 관련 노점도 많다. 오렌지,파인애플,키위,바나나,멜론,딸기 등으로 과일꼬지를 만들어 팔거나 생과일 주스를 파는 노점도 많다. 호떡 떡볶이 김밥 등 온갖 먹을거리들로 넘쳐난다.
특히 호떡집에 불(?)난 것도 볼 수 있다. 길게 줄을 서야만 하는 호떡집이다. 호떡 안에 구멍을 내어 속에다 설탕과 견과류를 넣어주는데 쫀득하면서도 고소하다.
자갈치 시장의 곰장어에 소주잔 부딪치는 소리는 계속되고
사실 그날의 하이라이트는 ‘자갈치 시장에서 곰장어에 소주 한잔하는 것’이다. 자갈치시장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 ''꼼장어구이''아닌가.
바닷가를 따라 늘어선 포장마차 노점에서 짠 바다내음 맡으며 불판에 올려 연탄불에 지글지글 구워 먹는 곰장어 맛은 자갈치 시장만의 매력이었다. 큰 양푼에 살아 있는 곰장어를 토막 내 대파, 양파 그리고 벌건 고추장양념을 듬뿍 넣고 쓱쓱 비벼서, 구멍 숭숭 뚫린 불판에 올리면, 꿈틀거리는 곰장어가 징그럽지만 입에 넣으면 매콤함과 오독오독 씹히는 질감에 금세 잊어버리곤 했다.
그 구수한 냄새가 온 자갈치시장을 뒤덮다시피 했다. 신동아회센터를 지나 충무동 방향의 바닷가에는 수많은 곰장어 가게가 줄지어 있지만 지금은 대부분 연탄불이 아닌 가스불이란다.
남편이 가끔 간다는 곰장어 집(오대양)에 갔는데 역시 가스불이라 운치가 덜했다. 곰장어는 싸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지만 장어는 정말 싸고 양이 많다. 다 구워진 곰장어를 깻잎에 놓고 막장과 고추를 얹어 먹으니 꼬들꼬들 쌉싸래한 맛이 소주와 궁합이 딱 맞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이야기 나누는 남편이 행복해보였다. 곰장어 안주도 좋고 반가운 이들과 함께 한 자리라 그 날 늦은 시간까지 소주잔 부딪치는 소리는 계속되었다.
정순화리포터 jsh0136@hanmal.net
나이가 들수록 추억을 먹고 산다더니... 모두들 옛날이야기로 하하 호호 배꼽 잡다가 추억속의 자갈치 곰장어 이야기까지 나왔다. 지나간 추억과 그 추억의 장소들은 영원히 그 시절에 멈추어 기억 속에서 살아있는 것 같다. 80년대 대학생 시절, 남포동을 제집 드나들 듯 하던 사람들이라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의기투합해 모두들 남포동으로 go!go!
깡통시장의 유부전골과 단팥죽
남포동은 대형 패스트푸드점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는 최신 유행의 거리지만 곳곳에 추억의 음식들이 자리 잡고 있는 곳이다.
제일먼저 들린 곳은 ‘외제골목’이라고 불리던 수입상품 전문 깡통시장. 6·25 전쟁으로 부산에 미군이 주둔하면서, 이들이 먹던 통조림 등 깡통음식들이 미군부대에서 대거 반출되면서 이 깡통 물건들을 난전에서 사고팔다보니 ‘깡통시장’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예나 지금이나 깡통시장은 커피 술 과자 옷 등등 꼬부랑글로 씌어진 온갖 수입산 물건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물건들이 많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진짜 같은 짝퉁도 많아 더 신기하다.
깡통시장하면 빠뜨릴 수 없는 먹거리는 단팥죽과 유부전골.
외지 사람들도 물어물어 찾아오는 깡통골목의 ‘할매유부전골’을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이 있다. 유부전골을 주문하니 당면과 고기, 야채가 터질 듯 채워져 있는 유부와 어묵을 그릇 가득 담아주는데 개운하면서도 달짝지근한 그 국물 맛을 잊을 수 없다.
다른 곳보다 30% 이상 싸게 살 수 있는 물건들이 많아 이것저것 사다보니 어느새 까만 비닐봉지가 여러 개. 꼭 도매시장에 물건 떼러 온 사람 같아 웃음이 나왔다.
뿌리칠 수 없는 유혹.... 먹자골목의 노점 음식들
국제시장을 지나 드디어 먹자골목으로 향하는데 돌고래 순두부집이 눈에 들어온다. 600원이던 순두부가 20년 넘게 지난 지금은 3천원. 그래도 싸다. 낙지볶음과 수중전골을 파는 개미집도 생각났다. 대학시절 남편과 연애할 때 자주 갔던 곳이다.
드디어 먹자골목에 도착. 일명 ‘리어카 골목’으로 불리는 먹자골목의 노점 음식들의 유혹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 오징어에 야채를 먹음직스럽게 버무린 오징어무침, 떡볶이, 지짐이, 굵직하게 썰어 놓은 순대 등 어찌 그리도 변한 게 없는지...
먹자골목은 또한 아이쇼핑을 하기에 ‘딱’인 곳.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 칠 수 없듯이 길 양쪽에 죽 늘어선 옷집들을 우리 아줌씨들 역시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는가? 여기 저기 기웃거리며 구경하는 모습이 마치 물 만난 고기마냥 신났다.
남편과 남편 친구인 K씨, P씨, 모두들 까만 비닐 봉투 들고 마나님 따라 다니느라 고생이다.
그날 남편들의 인내심 정말 대단했다. 위에서 부터 쭉 훑고 내려가는 우리 아줌씨들 때문 셋 남자들 길거리에 서서 오들오들 떨기까지 했으니...
밤이 더 아름다운 광복동거리
새로 단장된 광복동 거리는 낮보다 밤이 더 눈부시다. 화려한 네온사인과 노점상 불빛, 제각기 개성적인 인테리어를 뽐내는 가게들, 광복동 밤거리는 청춘 남녀들을 비롯해 기성세대들의 가슴에도 낭만을 꿈틀거리게 만든다. 지난 19일 부터 ‘제1회 광복로 빛의 축제’가 열리고 있어 더욱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각종 조명예술품들이 밤거리를 화려하게 밝히고 길거리 무대에서는 음악공연도 열리고 있어 더욱 활기찼다.
추억의 빵집 ‘고려당’은 사라졌지만 쫄깃한 면발이 좋은 원산면옥과 ‘할매집 회국수’는 아직 그때 그 자리에 있다. 세월의 때가 묻어나는 양은그릇에 소면을 담고 상추, 양배추와 함께 가오리 회를 댓 점 올려주는 회국수는 혓바닥이 얼얼할 정도로 엄청 맵다. 옛날만큼 맛있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호떡집에 불났다!
남포동 PIFF광장은 부산의 대표적인 극장거리다. 부산극장 맞은편에 18번 완당집 간판이 보인다. 5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얇은 피가 특징인 만두집이다. 영화를 보고나면 왜 그리 배가 허한지, 또 영화와 주전부리는 떼놓을 수 없는 관계이다 보니 극장주변은 ‘주전부리의 천국’이다. 우선 오징어포 노점에는 여러 종류의 오징어포와 문어다리, 쥐포, 오징어다리 버터구이, 고구마튀김, 군밤 등속을 판다. 아가씨들을 위한 과일 관련 노점도 많다. 오렌지,파인애플,키위,바나나,멜론,딸기 등으로 과일꼬지를 만들어 팔거나 생과일 주스를 파는 노점도 많다. 호떡 떡볶이 김밥 등 온갖 먹을거리들로 넘쳐난다.
특히 호떡집에 불(?)난 것도 볼 수 있다. 길게 줄을 서야만 하는 호떡집이다. 호떡 안에 구멍을 내어 속에다 설탕과 견과류를 넣어주는데 쫀득하면서도 고소하다.
자갈치 시장의 곰장어에 소주잔 부딪치는 소리는 계속되고
사실 그날의 하이라이트는 ‘자갈치 시장에서 곰장어에 소주 한잔하는 것’이다. 자갈치시장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 ''꼼장어구이''아닌가.
바닷가를 따라 늘어선 포장마차 노점에서 짠 바다내음 맡으며 불판에 올려 연탄불에 지글지글 구워 먹는 곰장어 맛은 자갈치 시장만의 매력이었다. 큰 양푼에 살아 있는 곰장어를 토막 내 대파, 양파 그리고 벌건 고추장양념을 듬뿍 넣고 쓱쓱 비벼서, 구멍 숭숭 뚫린 불판에 올리면, 꿈틀거리는 곰장어가 징그럽지만 입에 넣으면 매콤함과 오독오독 씹히는 질감에 금세 잊어버리곤 했다.
그 구수한 냄새가 온 자갈치시장을 뒤덮다시피 했다. 신동아회센터를 지나 충무동 방향의 바닷가에는 수많은 곰장어 가게가 줄지어 있지만 지금은 대부분 연탄불이 아닌 가스불이란다.
남편이 가끔 간다는 곰장어 집(오대양)에 갔는데 역시 가스불이라 운치가 덜했다. 곰장어는 싸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지만 장어는 정말 싸고 양이 많다. 다 구워진 곰장어를 깻잎에 놓고 막장과 고추를 얹어 먹으니 꼬들꼬들 쌉싸래한 맛이 소주와 궁합이 딱 맞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이야기 나누는 남편이 행복해보였다. 곰장어 안주도 좋고 반가운 이들과 함께 한 자리라 그 날 늦은 시간까지 소주잔 부딪치는 소리는 계속되었다.
정순화리포터 jsh0136@hanm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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