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여유, 즐거운 밤나들이

“나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지역내일 2008-12-15
아이 재워놓고 잠깐 데이트 즐기는 부부부터 심야 운동족, 쇼핑족까지

지난 12월 8일 월요일 오후 9시. 며칠 전 내린 눈과 비로 제법 쌀쌀해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양재천에는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혼자서 열심히 뛰는 아저씨부터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며 걷는 부부, 발을 맞춰 빠르게 걷는 중년의 여성들까지 이들은 늦은 시간이었지만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운동을 즐기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이옥형 주부(51세ㆍ도곡동)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이 시간이 되면 양재천에 나와 운동한다”며 “밤에 양재천변을 걸으면 뭔가 더 운치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주변을 살펴보면 밤나들이를 즐기는 사람이 제법 있다. 한여름 열대야 때문에 잠 못 이루는 밤이 아니더라도 최근에는 라이프스타일이 변화하면서 추워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밤 시간을 이용해 여가 생활을 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운동이든 쇼핑이든 그 목적은 다 제각각이지만 밤이라서 더 좋은 이유가 그들에게는 분명히 있다.

늦은 밤, 건강도 챙기고 멋도 챙기고
강남서초지역에도 요즘은 늦은 밤까지, 혹은 24시간 문을 여는 휘트니스 센터가 제법 있다. 신사동 도산사거리에 위치한 더블에이치 멀티짐 휘트니스 센터는 운동의 필요성은 느끼지만 시간적인 여유가 없는 이들을 위해 밤 12시까지 개방하고 있다. 홍수경 홍보부장은 “오후 9시까지가 피크 타임이고 밤 10시 이후에도 운동하는 회원들이 많다”며 “퍼스널 트레이닝의 경우에는 시간이 늦을수록 덜 북적대기 때문에 트레이너가 아무래도 더 신경을 써줘서 일부러 늦은 시간대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방배동 경희헬스의 경우는 24시간 오픈하는 헬스클럽. 다른 곳과는 다르게 4, 50대의 중장년층이 주로 찾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여성전용 찜질방이 있어 운동 후 찜질방까지 이용하는 여성들이 많으며 24시간 문을 열다보니 특히 새벽잠이 없는 중년의 주부들이 이른 새벽 3~4시경에도 운동을 하러 찾는다고 한다.
24시간, 혹은 새벽까지 영업을 하는 미용실도 점차 늘고 있다. 한번 미용실을 찾게 되면 보통 2~3시간은 소요되는 것이 기본. 때문에 이런저런 활동으로 바쁜 낮보다는 일부러 밤 시간을 이용해 미용실을 찾는 이들이 많다.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퇴근시간이 늦은 직장인이 많지만 낮 시간에는 공부하느라 짬을 내기 힘든 수험생을 데리고 오는 부모도 드물게 볼 수 있다.
논현역 부근에 위치한 미용실 헤어파티는 10년 전 오픈할 당시부터 24시간 영업을 해 왔는데 야간에도 낮 시간 못지않게 손님으로 붐비는 곳이다. 한정일 실장은 “원한다면 한밤중이라도 달려와서 머리를 할 수 있다는 점이 24시간 오픈 미용실의 큰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서초동에 위치한 샴푸미용실은 새벽 2시까지 문을 여는데, 이곳의 장르 헤어디자이너는 “야간에 오면 아무래도 기다리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이점이 있다”며 “수요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늦은 시간까지 영업할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심야영화에 포장마차까지
서초동에 사는 주부 이선희(40세) 씨는 서너달에 한번 정도는 초등학교 6학년, 2학년인 아이들을 재워놓고 남편과 심야 영화를 즐긴다. “부부가 모두 영화를 좋아하는데 남편이 낮에는 시간을 내기 어려워 심야 프로를 즐겨본다”고 설명했다.
강남 CGV나 코엑스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는 주말뿐 아니라 평일 밤 10시가 넘어서도 상영하는 프로그램이 많은데, 이 씨 부부처럼 심야영화를 즐기러 오는 사람들이 꽤 있다. CGV 마케팅팀의 윤여진 씨는 “예전에는 9시가 넘은 시간에 영화 관람은 생각할 수도 없다는 분이 있었지만 관람문화가 많이 바뀌어 이제는 심야영화를 즐기는 중년부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밤나들이 하면 떠오르는 포장마차. 예전엔 포장마차라고 하면 퇴근길 꼼장어에 소주 한잔 걸치고 가는 곳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었지만 압구정동이나 신사동, 청담동 일대의 포장마차는 대부분 실내포장마차로, 깔끔한 실내 공간과 독특한 메뉴 개발로 여성을 비롯, 다양한 연령층의 손님을 불러 모으고 있다. 신사동 가로수길의 뻐꾸기 포장마차는 맛있는 메뉴로 올빼미족들이 많이 찾는 곳. 이곳의 피크타임은 9시에서 11시 사이로 이 시간대에는 20대 뿐만 아니라 주부들, 혹은 연세가 지긋한 중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이 찾는다. 이곳의 매니저는 “포장마차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분들이 즐겨 찾는데, 연말이라 간단한 모임도 많이들 갖는다”고 설명했다.

알뜰쇼핑족은 밤에 쇼핑한다
잠원동의 킴스클럽이나 양재동의 농협하나로클럽은 24시간 문을 여는 마트이다 보니 낮 시간에는 짬을 낼 수 없는 맞벌이 부부들이 야간 쇼핑을 즐기는 장소가 됐다.
특히 신선ㆍ조리식품의 경우에는 그날 다 판매해야 하다 보니 일명 ‘땡처리’ 등의 추가할인 행사를 많이 한다. 그런 이유로 일부러 늦은 시간을 골라서 쇼핑하는 알뜰 쇼핑족이 많은 편이다. 맞벌이 부부 혹은 워킹 맘 등이 야간 쇼핑족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마트 양재점의 경우 지난 3개월 동안 밤 10시부터 폐점시간인 12시까지의 매출이 전체 매출의 13.9%를 차지할 정도. 이마트 고객기획팀의 강지은 씨는 “젊은 부부들이 데이트 삼아 야간에 쇼핑을 즐기기도 하고 학원이나 학교 수업을 마친 자녀와 함께 오는 주부도 간간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조윤수 리포터 choyounsu@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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