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하는 취미활동 추억거리, 공부저력으로…
요즘처럼 경쟁사회에서는 학교 안에 입시를 위한 처절함만 있을 듯하다. 많은 학생들이 좋은 대학 진학을 목표로 각종 시험에 단련돼 몸을 만드는 과정 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고등학교에서 만난 학생들은 학교 안에서 취미와 특기를 살려 학교생활의 즐거움을 찾으려는 변화의 바람이 감지된다. 더구나 학교에서도 이런 활동들의 지원을 아끼지 않는 편이다. 가락고등학교 밴드부의 경우도 그렇다. 이들은 특히 매년 8월말쯤 열리는 가락고 축제 ‘뜨락제’를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어 놓는 당사자들이다. 음악이 좋아서 뭉친 가락고 밴드부 학생들을 만나 동아리 활동의 즐거움에 대해 얘기 나눠봤다.
10년 전통답게 실력도 수준급
가락고등학교 밴드부는 10년의 전통을 자랑한다. 현재 회원은 12명으로 1학년과 2학년으로 나뉘어 두 팀이 각각 음색을 맞춘다. 밴드부에는 베이스 기타와 드럼, 키보드, 전자기타, 보컬이 있다. 매년 3월이면 오디션을 통해 후배들을 선발하는데 음악적 감각이 있는 학생들이 분야별로 많이 모여든다.
2학년 부장 이지원 군은 “대부분 관심이 있는 친구들이 지원하기 때문에 기타나 드럼 같은 걸 배운 친구들이 많이 온다. 특히 보컬의 경우 앞에 서서 노래로 끼를 발산할 수 있어서 지원자가 많은 편이다”고 전했다. 2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보컬이 되었다는 박준렬(2학년) 군은 “전문적인 음악 실력을 기른다기보다 취미가 비슷한 친구들끼리 모여 스트레스를 풀 수 있어서 좋다”면서 “합주를 하는 밴드부이므로 서로의 악기를 가지고 조화롭게 음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의미 있다”고 설명했다. 베이스 기타를 담당하는 박상현(1학년) 군은 “모든 악기들이 어울렸을 때 내는 소리가 환상적이다. 이런 활동으로 교우관계도 좋아지고 학교생활을 재밌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면서 “인생에서 절정기라 할 수 있는 고교시절에 값진 추억들을 만들 수 있어서 더없이 좋다”고 얘기했다.
밴드부 활동의 절정기는 아무래도 학교 축제가 열리기 전인 3월부터 8월말까지다. 지금은 학기말로 1년의 활동이 끝난 시점으로 모두들 학생본연의 자리로 돌아가 공부하는데 전념하고 있다.
공연이 끝난 후 느끼는 희열감 최고
악기는 모두들 각자 구입한 개인 악기들이다. 1학년 부장 이시혁 군은 “드럼처럼 값이 비싼 악기는 용돈을 함께 모아서 장만한다”면서 “학교나 밴드부 담당 선생님께서 대회 정보와 축제 준비 기간 연습실 대여 등 지원을 많이 해주는 편이다”고 자랑했다. 연습은 주로 공부에 방해받지 않도록 아침시간이나 점심시간, 개인 스케줄이 없는 방과 후를 활용한다. 또한 시간이 날 때 개인별로 밴드부실에 와서 연습을 하고 토요개발활동시간이나 축제 3주전부터는 집중적으로 음을 맞춘다.
아무래도 학교 축제에 선보이는 공연이 밴드부의 주 임무. 주로 대중가요와 펑크, 락 음악 등 다양한 장르를 보여준다. 이외에 강동교육청에서 주관한 청소년 동아리 한마당, 유스페스티발에도 출전해 기량을 선보이기도 한다.
연주를 위해 처음 무대에 오를 때는 설레임과 함께 떨림이 교차한다. 하지만 금세 공연에 집중하다보면 온몸이 땀에 젖을 때가 많다. 박준렬 군은 “뜨락제 때는 친구들의 열기와 환호성, 조명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며 “1시간여의 공연을 다 끝낸 후 느끼는 쾌감은 뭐라고 설명이 불가능할 정도다”고 전했다. 1학년 보컬 탁경훈 군은 “노래가 끝난 후 함께 사진찍자고 하는 친구들을 보면 어색하기도 하면서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뜨락제가 끝나면 악기를 배우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많은 이유도 이들이 선보인 멋진 연주실력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공연에 집중하다가 실수한 경험은 추억거리와 실력향상에 기반이 된다. 이시혁 군은 “올 가을 코몰 짱 선발대회에 나가 공연 중 드럼채를 날려 버렸다”면서 “앞이 깜깜했지만 다른 친구들이 동요하지 않고 제 역할을 잘 해줘서 고마웠다”고 경험을 들려줬다.
공부 저력이 되는 밴드부 활동
공부 이외에 음악에 열정을 쏟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어서인지 밴드부 학생들의 성적은 대부분 중상위권이다. 올해 수능을 본 3학년 중에는 전 과목 1등급의 성적을 유지한 최상위권도 있다.
성적 뿐 아니라 미래에 대한 계획도 확실한 편이다. 박상현 군은 “일단 고등학교까지는 학교 공부를 충실히 한 후 대학에 진학해 부전공으로 음악을 하고 싶다”면서 “다른 친구들처럼 게임방에 들락거리지 않고 음악적 취미를 살리면서 공부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부모님과 진로에 대한 얘기를 많이 나눈다는 2학년 김제현 군은 “기타를 전문적으로 배우기 위해 필리핀이나 미국에 유학 갈 계획을 갖고 있다”면서 “기타 연주 실력을 갖춰놓은 후 작곡을 해 밴드를 결성해 보고 싶다”는 꿈을 전해왔다.
김소정 리포터 bee4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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