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기고

전교 10등인 우리아이, 어느 대학 갈 수 있을까?

지역내일 2008-12-05
우리나라의 부모님들은 자녀의 취학 전에는 대부분 자신의 아이가 송유근 군과 흡사한 영재성을 가지고 있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 이런 부모님들의 생각은 학생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전파가 된다. 그래서 학생들은 지금 내 성적으로 갈 수 있는 대학은 적어도 연고대요, 조금만 노력하면 서울대에 진학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믿으며 고교 3년을 보낸다.
정반대의 사례도 함께 존재한다. 막연하게 ‘내 주제에 무슨 SKY냐’는 생각을 먹고는 고1때부터 IN서울을 목표(?)로 자신의 실력을 3년간 꾸준히 하향화 시키는데 노력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3년간 얼마나 중요한 기회를 날려먹었는지 깨닫지 못하고 IN서울이 성공하면 마냥 행복해 한다.
그런데 이런 상태가 왜 일어날까? 답은 명확하다. 학부모와 학생들이 모두 자신의 상태를 전혀 깨닫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 객관적으로 자신의 위치와 목표가 일치하는가, 나의 위치는 전국에서 어디쯤인가를 한 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으니 서울대가 가능한 친구가 IN서울에 만족하고 IN서울을 목표삼아야 할 친구가 서울대를 낙관하며 고교 3년을 보내게 된다.
손자병법에 知彼知己면 百戰不殆라는 말이 있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지지않는다’라는 말이다. - 백번 싸워 백번 이긴다는 말이 아니다. 지지 않을 뿐이다. - 이 말은 전략 수립에서 자신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말이다. 2,848명이 무슨 숫자인지 알고 있는 학생들이 있을까? 3,028명이 무슨 숫자인지 알고 있는 학부모들이 있을까? 적어도 고1예비 학부모, 학생들 사이에서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2,848명은 놀랍게도 전국 일반계 고교 한 학년 전교 1등들의 숫자이다. 보통 한명이 전교일등을 독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스스로 전교1등이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은 학교별로 5명 정도 내외가 있다. (자연계 인문계 각각 이다.) 그렇다면 전국에서 자신이 전교 1등 혹은 그 정도 수준이라고 믿고 사는 학생들의 숫자는 자그마치 1만5천명에 가깝다. 전교 10등 권의 우수생을 선별하면 3만 명이다. 자 그럼 서울대학교 1년 정원은 몇 명일까? 바로 3,028 이라는 숫자가 그 답이다. 서울대와 연고대의 입학정원을 모두 합치면 1만1천1백21명이다.
전교 10등 안에 드는 학생들만 지원을 해도 연고대의 경쟁률은 3대1인 셈이다. 전교 5등 권의 학생들이 서울대에 원서를 모두 쓰면 서울대 경쟁률은 5대1이다. 여기서 더 놀라운 것은 위의 통계에는 특목고 재학생들이 모두 제외되어 있다는 점이다. 1년에 특목고 (외고, 과고) 졸업생 역시 1만 명 정도 쏟아져 나온다. SKY와 서울지역 8개 사립명문대의 정원을 다 합치면 5만 명 정도가 된다. 전교 10등 권의 학생에게 현실적인 목표는 수치상으로 IN서울 중 상위권 학과 인 셈이다.
놀랍게도 이런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들려주면, 고2말까지는 아무도 믿지 않는다. 고3 수험생이 되어 6월 모의고사 성적표를 받아 든 뒤에야 이 말을 실감한다. 그래서 그들은 대책을 세우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좌절과 포기는 금물이다. 대학입시에는 생각보다 많은 방법이 있다. 문제는 한 가지 방법에만, 그것도 자신에게 불리한 방식만을 고집하는데 있다. 모 학생의 작년 사례는 그것을 잘 보여준다. 내신 2.8등급, 수능 평균 3.8등급. IN서울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성적이었다. 작년 수능이 끝나고 정시에서 이 학생은 서울의 모 전문대학교에 원서를 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친구는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1학년생으로 아주 행복한 대학생활을 보내고 있다. 비결은 무엇일까? 이 학생은 3학년이 되자마자 자신의 약점과 강정을 잘 파악했다. 정시로 IN서울이 불가능하다는 현실파악이 된 것이다. 남은 길은 하나뿐이었다. 수시만이 서울시내에 잔류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나마 내신은 수능에 비해 유리했다. 그렇다면 수시에서 상대적으로 내신반영 비중이 높은 학교를 찾아서, 학교별 고사 준비에 집중하는 전략을 세웠고 결과는 百戰不殆(백전불태)였던 것이다.
서울지역 명문대들의 수시 모집정원은 전체의 60%에 육박한다. 정시는 오히려 좁은 문이 되어 가고 있다. 더군다나 올 수능에도 12만 재수생들이 몰려들었다. 중상위 성적대에서는 재수생의 움직임이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한다. 재학생들에게는 수시의 다양한 문에 대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수로 요구되는 것이다.
1학년 때부터 다양한 방식의 전략을 준비하고 학년이 올라가면서 현실성 있는 전략으로 압축해가는 장기적인 대입준비가 필요하다. 혹시 아직도 “국영수를 중심으로 교과서에 충실하면” 서울대에 간다는 주문을 믿고 있는가? 간다. 갈수는 있다. 하지만 그 주문에는 언제 간다는 약속은 없다. 고교 3년을 마치고 바로 갈려면 조금 더 정밀한 전략을 수립하라고 충고하고 싶다.
타임에듀 부천캠퍼스 김형석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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