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학교 엄마들 ‘모임’의 의미

각종 학교 엄마들 ‘모임’ 정보 통풍구일까, 스트레스일까

내 아이 공부에 도움 된다 Vs 불필요한 오해로 스트레스 많다

지역내일 2008-10-31 (수정 2008-10-31 오후 12:48:14)

요즘 엄마들은 바쁘다. 내 아이 학교 생활은 어떤지, 내 아이의 친구들은 어쩐지, 선생님은 어떤지 각종 학교 엄마들 모임에서 정보를 얻는다. 나와는 다른 엄마들과 소통하고 교류하다 보면 필요한 정보를 얻기도 하지만 사람 사이에서 겪게 되는 스트레스도 피할 수는 없다.
내 아이에게 도움이 되겠지 싶어 적극적으로 모임에 참여하는 엄마들도 많고, 피하고 싶지만 쉽지 않다고 하소연하는 엄마들과 어느 정도 발을 담궈야 할지 고민하는 엄마들도 적지 않다. 엄마들 모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봤다.

김영희·박성진·정순화 리포터 sjpark@naeil.com


case1) 내 아이 공부, 학교 생활에 도움 되는 정보 얻는다

대학교 1년생 딸과 고등학교 1년생 아들을 둔 전은주(45·해운대구 좌동)씨는 엄마들 모임이 참 많다. 딸이 중학교 때부터 해 오던 딸 학교 엄마들 모임, 아들 학교 엄마들 모임, 같이 그림 그리는 엄마들 모임, 함께 운동하는 엄마들 모임 등등…. 그 중에서 아들 학교 엄마들 모임이 제일 많다.
“딸과 달리 남자 아이들은 도통 학교 이야기도 하지 않고 학교에서 보내는 통지서도 보여주지 않으니 학교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잘 몰라요. 그런데 엄마들 모임에 나가면 여자애 엄마나 남자아이들 중에도 미주알고주알 이야기 잘하는 남자 아이들 엄마에게 학교 이야기 들을 수 있어요. 그러면 우리 아이에게도 학교에서 이런 일 있었다며 하고 말하면서 이야깃거리도 생기고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게 되어 좋아요.”
박 모(46·해운대구 우동)씨는 여태까지 아들이 아무 탈 없이 학교생활을 잘 하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같은 반 아이 엄마 모임에서 아들이 선생님께 매일 혼나고 있다는 소리 듣고 가슴이 철렁했다. “집에서 보는 내 아이와 다른 사람을 통해 듣게 되는 내 아이가 영 딴판이더라고요. 만약 모임이 없었더라면 아직도 우리 아이가 어떤 애라는 것 모르고 있겠죠. 처음엔 솔직히 마음이 불편했지만 우리 애 이해하는데 도움이 컸어요.”
고등학교 아들 반 모임에 나가고 있는 송수경(45·진구 주례동)씨는 “진학문제도 있고 해서 정보나 얻을까 모임에 나갔는데 애들 공부에 대해서 안 묻는 게 예의라는 걸 알게 됐어요. 공부 이야기 안하다보니 실질적으로 큰 도움을 얻지 못하는 것 같지만 아줌마 수다에는 돈 되는 정보도 많아요”라며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끼리 만나 밥 먹고 수다 떨며 웃다보니 서로 정들고 친해져 재미있기도 하고 고민을 나누고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서로에게 많은 도움과 위안이 돼요”라고 말한다.

case2) 뜻이 잘 맞아 오랫동안 지속되면 여행도 함께 간다

초등 3년생 자녀를 둔 김미정(36·광안1동)씨는 1학년 때 엄마들의 모임을 자주 갖는다.
“아이를 학교에 처음 보내고 만난 엄마들이라 그런지 정이 가요. 대부분 첫아이 엄마들이고 학교 사정에 대해 잘 몰랐던 터라 서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면이 많았어요”라며 지금도 이 모임엔 꼭 참석한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2학년으로 올라간 후로는 방학을 이용해 아이들 동반모임으로 1박 2일 코스의 여행을 간다고 한다.
“아이들은 학년이 바뀌고 반이 나뉘어지면 잘 못 어울리게 되는데 이렇게 다같이 여행을 가게 되면 자기네들끼리 재미있게 놀 수 있고 엄마들은 엄마들끼리 어울릴 수 있어 좋다”며 “꼭 방학이 아니래도 놀토에 맞춰 견학이나 체험할 만한 곳이 있으면 함께 간다”고 말한다.
중학교 2년생 딸을 둔 김영미(연제구 연산동)씨는 전업주부지만 일주일 내내 거의 모임에 나가다 보니 점심을 집에서 혼자 먹는 경우가 드물다. 김 씨는 아이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킨 후 학교생활이 궁금한데다 아이를 위해 많은 정보를 얻고 싶어 임원을 맡다보니 다른 엄마들과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고 모임을 갖게 됐다. 초등학교 6년을 내내 학급 임원을 맡으면서 만들게 된 모임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애들 키우는 이야기며 어느 학원이 공부를 잘 가르치고, 학습지는 어떤 게 좋은지 서로 정보를 교환하기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며 함께 식사도 하고 시간을 보내죠. 모임에 나가면 회비를 걷어 식사를 하고 또 서로 뜻이 맞으면 얼마씩 적립해서 몇 년 후 함께 여행을 가기도 해요.”

case3) 불필요한 오해와 비교로 스트레스도 받는다

초등 4년생 아들을 둔 박화진(41·동부올림픽)씨는 “엄마들의 모임으로 아이들 학습에 관련한 정보나 육아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되지만 모임에서 했던 말이 왜곡되어 전해졌던 경험을 떠올리면 모임 갖는 날이 별로 반갑지 않다”고 말한다.
‘사람 많은 곳에 말도 많다’고 하듯이 별 의미없이 했던 말이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전해지면서 전혀 다르게 전해졌던 경험은 한 두 번은 있을 것이다.
“특히 아이들에 관한 말은 엄마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며 “모임에서는 되도록이면 다른 아이들의 안 좋은 점은 말하지 않는 게 좋다”고 전한다.
올해 처음 아이를 영어유치원에 보낸 채 모(37)씨는 엄마들 모임이 끝나면 곧잘 씁쓸함을 느낀다. 얼마전 스승의 날, 아이한테 편지나 한통 쓰게 하려던 참에 뜻하지 않게 회비를 내야 했다.
“대세를 따라야 하는 분위기가 내키지 않더라고요. 아이나 교사에 대해 오가는 필요 이상의 간섭이나 언급도 머리가 아프고요.”
학년이 높은 엄마들 모임은 더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 고1 딸을 둔 전모(43·남천동)씨는 “엄마들 서열도 아이들 성적에 따라 정해지는 것 같아요. 누가 1,2등 하는 아이의 엄마인지 목소리 크기만 들어도 알 수 있어요. 우리 아이 성적이 약간 낮은 터라 나도 덩달아 열등생이 된 것 같이 위축되고 소심해져요. 그래도 모임에 빠지면 괜히 불안하고 엄마들하고도 서먹해질까봐 빠지지 않고 나가긴 해요”라고 말했다.
애들 초등학교 때는 전혀 아이들 학교 엄마 모임을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는 최인화(해운대구 좌동)씨.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니 그 때부터는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켜야 되고 공부에 관한 정보가 정말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모임에 나가게 됐다.“공부는 아이가 하는 것이지 엄마들이 모여서 여러 이야기를 해 보아야 결국은 어느 선생님은 어떻고, 어떤 아이는 뭘 잘 한다더라 라는 정도예요. 공부 잘하는 아이 이야기 들으면 마음이 조급해지고 우리 아이 남과 비교해 집에 오면 애를 달달 볶기도 해요.”
최 씨는 그 모임에 나가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아 매달 만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때로는 자리 옮겨 오후 내내 수다를 떨다 집에 오는 게 시간 아깝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단다.
요즘에는 모임에서 조금만 튀어도 ‘엄따’(엄마 왕따)가 되기 쉽다. 교육열 높은 집단에서 ‘사교육 무용론’을 운운한다거나, 있는 그대로 말해도 그것이 결국 ‘남편 자랑’인 경우, 아이가 공부를 잘해 학습 비법을 물어도 ‘애가 알아서 했다’는 허무한(?) 답만 남기며 정보를 공유하지 않으려는 이기적인 엄마들의 대표적인 경우다.
아이들을 매개로 엮어진 모임이지만 기왕이면 만나서 즐겁고 유익한 모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서로를 배려하고 챙겨주는 모임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